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_파업에서 찾은 ‘진짜’ 취재의 즐거움-KBS ‘파업뉴스’팀 김수연 기자_KBS 강나루 기자(경제부)

일시  2017년 10월 27일  
장소  서울 여의도동 KBS기자협회 사무실 
인터뷰  KBS 강나루 기자(경제부)

파업 석 달째, 남들은 ‘노니까 좋겠다’지만 오히려 더 바쁜 기자들이 있다. KBS 수뇌부가 꺼려했던 군 댓글 공작 의혹을 단독 보도하고, KBS 경영진의 민낯을 낱낱이 취재해 까발리고 있는 ‘파업뉴스’팀 기자들이다. KBS 파업뉴스팀은 지난 9월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특종으로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파업뉴스팀이 생산한 기사도 10건이 넘었다.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뗀 막내부터 부장급 고참까지, 파업뉴스팀이 나름 명성(?)을 날리면서 팀은 점점 커지고 또 견고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탄생한 파업뉴스팀의 약진을 이제 막 입사한 막내 기자는 어떻게 볼까?
KBS 기수로 따지면 30년 선배이기도 한 고대영 사장의 치부 ‘민주당 도청 의혹’을 보도한 ‘당돌한’ 파업뉴스팀 막내, 김수연 기자에게 물었다. 김 기자는 KBS 공채 42기로 2015년 입사했고 사회2부 사건팀에서 영등포와 관악 남서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제대로 된 취재에 대한 갈증

파업뉴스팀 참여 계기는?
파업을 시작하면서 파업뉴스팀이라는 곳이 있는데 42기에서 몇 명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들 하고 싶어 했는데, 동기들끼리 조율해서 나와 다른 동기 한 명이 파업뉴스팀에 합류했다.
특히 파업뉴스팀 선배는 내가 남부지검에 출입을 하니까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부지검이 고대영 KBS 사장 도청 의혹 사건 등 KBS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루다 보니까 취재가 비교적 용이한 담당 출입기자가 왔으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파업뉴스팀에 앞다퉈 자원했다는데 본인은 왜 하고 싶었나?
취재를 제대로 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파업 전에도 취재는 많이 했지만 파업뉴스팀에 들어가면 이제까지 한 것과는 다른 심층적인 취재가 가능할 것 같았다. 또 훌륭하다고 들어왔던 선배들과의 협업을 할 수 있고, 선배들에게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서로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파업 전엔 데일리 뉴스를 막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깊이 있는 취재는 하지 못한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야 했고, 오늘 하루 지시받은 일을 끝내는 데 그쳤다. 물론 파업뉴스팀도 ‘데드라인’은 있지만, 사안에 대해서 좀 더 오랜 시간을 갖고 선배들로부터 어떤 점을 취재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비교적 여유롭게 지시를 받으면서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사장의 치부를 까발린 ‘당돌한’ 막내

파업뉴스팀에서 고대영 사장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도청 사건’을 집중 보도했는데, 부담되진 않았나?
내가 남부지검 출입이라서 남부지검에 출입하지 않은 선배들보다는 유리한 위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이 사안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다. 사실 파업을 승리해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이 보도 때문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도청 1탄 때는 선배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영상이 나갈 때까지 속으로 많이 걱정했다. 회사에 민감한 사안을 내 이름으로 보도하는 게 떨리회사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됐다.
하지만 선배들이 “너 혼자가 아니다, 파업뉴스팀 이름으로 나가는 거다”라며 계속 독려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막내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이 배우고 알게 됐다.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도 필요한 보도는 해야 되는 거구나’라고.

파업뉴스팀에서의 취재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취재 내용 자체도 차이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의 태도가 달라졌다. 파업 전에도 시청자를 위해 매일 뉴스를 막는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직장인으로서 하루하루 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파업뉴스팀에서 일할 때는 의무감의 정도가 달랐다. 더 공정한 KBS를, 우리가 꿈꾸는 KBS를 만드는 데 내 보도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평소 9시뉴스 할 때보다 몸은 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피로한 게 있다. 파업뉴스팀에서 다루는 뉴스가 대부분 민감한 사안이여서다. 도청 보도만 봐도 실체적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얘기를 안 하려고 한다. 파업 상황에서 현 사장의 거취와 직결되는 기사를 쓰는 건 경찰서에서 누가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기사를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이걸 취재하고 보도함으로써 기자가 되기 전, KBS 입사하기 전에 꿈꿨던 기자의 실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집회에 나가서 ‘사장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는 것 못지않게 파업뉴스를 통해 파업에서 이루고자 했던 바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면화된 자기 검열을 깨다

파업뉴스팀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내 안에 내면화된 데스킹, 스스로에 대한 자기 검열을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어떤 사안을 취재할 때 각을 세우고 데스크에게 할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내 성격도 그렇고, 회사에서 겪은 짧은 경험을 통해 봤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파업뉴스팀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겪으면서 뉴스에는 성역이 없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전에 현대차를 고발하는 뉴스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9시뉴스 큐시트에 잡혀 있다가 갑자기 빠지고 아침 뉴스에만 나갔다. 데스크는 ‘이런 점은 이러니까 9시에 들어갈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해줘야 하는데 상의도 없이 빼버린다. 그래서 누군가 문제 제기를 안 하면 그냥 지나가고 나만 아는 얘기가 된다. 그런 경험 때문에 ‘시키면 하는 거구나’ ‘발제해도 빼면 빼는 거구나’ ‘아침 편집회의에서 나온 얘기를 그냥 만드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러나 파업을 하게 되면서 선배들이 뉴스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점은 여기까지 나가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으면 ‘이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거야, 필요해’라고 말하고 어느 정도 반영을 하는 과정들을 지켜봤다. 그런 모습들이 바로 내가 KBS에 입사하기 전에 생각했던 보도국의 모습과 비슷했다.
물론 지금 KBS 보도국 안에도 소통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까진 있다고 보지만 ‘높은 분’의 말에 너무 쉽게 좌우된다. 또, 소통도 소통이지만 회사 안에 팽배한 패배감이나 무기력함도 문제다. ‘어차피 나갈 뉴스는 나가고 안 나갈 뉴스는 안 나가’라고 생각하는 거다. 파업뉴스팀은 확실히 소통이 있고, 보도국에서는 그냥 포기를 해버리는 게 큰 차이다.

정치적 문제보다 내부 무력감이 더 문제

파업뉴스 합류 이전, 파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기자협회가 다 같이 제작거부를 시작한 원동력은 ‘위기감’이다. KBS 뉴스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내 또래 중에 KBS 뉴스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진짜 한 명도. KBS를 외면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확실히 문제다. KBS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문제점을 고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내 모습은 기자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꿈꿨던 것과도 달랐다. 그걸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파업을 시작했다. 지금 거의 석 달째인데 저번에 노조위원장이 많이 힘드냐고, 힘내라고 하더라. 나는 힘들지 않고, 우리 손으로 일궈낸 승리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야지만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이 끝난 KBS 보도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느껴보고 싶다. 사회부에서 기자끼리 서로 소리 지르고 정말 시끄러웠다고 하는데 그걸 느껴보고 싶다. 사회부뿐만 아니라 보도국 구성원들이 얘기할 때 정말 허물없이 얘기하는지, 국장한테까지도 과감하게 얘기하는지…. 선배들이 말하는 좋은 시절이 있었고 그때로 다시 갈 수 있다고 하면, 조직이나 시스템이야 매번 바뀔 수 있다 쳐도 그 분위기만, 우리 안의 활기찬 기운만 느낄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