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_“MBC는 파업도 다르게 한다”_‘마봉춘 세탁소’의 숨은 주역 MBC 박소희 기자_MBC 곽승규 기자(뉴미디어 뉴스국)

파업 두 달 전부터 가동된 ‘비밀 프로젝트’

왜 마봉춘 세탁소인가?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우리 내부에서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 막내기자들의 반성문도 나오고 대자보도 붙고 여러 성명서도 나오고 움직임이 많았지만 시민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노조 공식계정이 지닌 한계를 넘어 보다 친근하고 재밌게 사람들이 봐줄 만한 콘텐츠로 우리의 활동을 알리자고 생각했다. MBC의 적폐, 더러움을 깨끗하게 빨아서 새로 빤 세탁물처럼 깨끗한 방송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
시민들에게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싶어 하는지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계속 공유하던 기자 5명이 지난 6월부터 구체적으로 생각을 모았다. 실제 페이스북 계정은 7월 3일에 문을 열었다.

MBC에서 총파업이 시작된 건 9월 4일이다. 마봉춘세탁소팀은 최소 두 달 전에 본격적인 싸움을 먼저 시작한 셈이다.

업무를 하면서 세탁소 운영을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았나?
말 그대로 업무를 하면서 진행해야 하니까 세탁소를 위해 따로 시간을 빼기가 힘들었다. 상암 외부로 쫓겨난 기자들이 있어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걸 좋아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정례회의를 꼭 가졌다. 다행히 맨 처음 콘텐츠를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틀리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이 가벼웠다.

‘B급’으로 시작해 ‘고퀄’을 지향하다

마봉춘 세탁소의 첫 작품 제목은 <구라 보도>였다. 지난 대선 당시 검증도 없이 제기된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을 받아쓴 뉴스데스크와 김장겸 사장을 저격한 내용이었다. 일본 만화를 패러디한 이 아이템은 18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마봉춘 세탁소 콘텐츠를 보면 일단 재밌다, 시원하다, 거침없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는 유머와 재미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잘난 척을 하는 느낌, 우리가 대단한 언론인인 척하는 느낌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철저히 낮은 자세로 B급 콘텐츠 생산을 추구했다. 예전 같으면 회사게시판에 글 하나만 써도 바로 징계했으니까 혹여 사측에서 명예훼손을 걸어 노조에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 이미 대부분 보도국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 개인이 다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풍자와 해학을 제대로, 아주 강하게 하기 위해 팀원들의 존재를 비밀로 했다.

어느 순간 해학을 넘어 감동을 주는 콘텐츠로 한 단계 진화한 것 같다.
파업 이후 카메라기자와 예능·시사교양PD, CG·그래픽 디자이너 등 팀원이 충원돼 12명이 됐다. 초기에는 기자 5명이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패러디 위주일 수밖에 없었는데 열성적인 팀원들이 늘면서 다양한 콘셉트의 자체제작이 가능해졌다. 계기도 있었다. 강다솜 아나운서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클로징멘트를 남기고 하차했을 때 처음으로 진지한 성격의 아이템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때쯤에는 MBC 파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시민들이 우리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주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MBC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높아진 걸 실감한 건가?
맨 처음에는 ‘이제 와서 왜 이러냐’, ‘너네도 다 똑같다’, ‘기레기들이다’, ‘쇼하지마라’ 이런 류의 댓글이 많이 달렸었는데 요즘은 거의 99%가 응원하는 댓글이다. 우리가 세탁지기로 일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빨리 현업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여전히 우리가 부족한 게 많고 과거의 많은 잘못도 다 씻어낸 게 아닌데 이런 관심과 칭찬이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일단 감사히 응원을 받고 파업이 끝나면 기자로 돌아가서 어떤 아이템을 만드는지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응원이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파업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싸울 수 있구나’는 내용의 댓글들이 있다. ‘MBC는 파업도 다르게 한다’, 이게 가장 뿌듯한 댓글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가 1만을 넘어선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세탁 끝내고 폐업할 그날을 상상하며

마봉춘 세탁소에서는 <우리, 파업자들>이란 제목의 시리즈도 만들었다. 유배지를 전전하던 기자와 PD뿐 아니라 기술, 경영 부문 조합원들과 식당에 계신 조리사님들까지. 잠시 소중한 일을 놓고 파업에 동참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물이다.

조합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물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우리, 파업자들>은 김민욱 기자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MBC 안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싸워왔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시사교양PD 한 분이 “그동안 아무리 힘들었어도 세상에 훨씬 더 힘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의 고통을 내세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봉춘 세탁소는 내 일처럼 나서준 조합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잘 될 수 없었다.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

마침내 승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파업이 끝나면 세탁소는 문을 닫는 건가?
파업 종료 시점과 무관하진 않겠지만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처음 세탁소를 시작하면서 했던 약속이 있다. 적폐를 몰아내고 MBC를 깨끗이 빨겠다는 그 약속을 우리가 지켜낼 수 있겠다고 시민들이 생각해주실 때 폐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궁극적으로는 기자니까 좋은 기사로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마봉춘 세탁소에 보내준 좋은 기운을 받아서 다시 기자로 돌아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