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물러나라’ 이후의 과제 ③_보도국의 주인은 기자들이다(보도국의 주인은 기자들이다)_YTN 홍선기 기자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

YTN 노사는 지난 4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에 합의했다. 사장이 보도국장을 임명하던 방식을 보도국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임명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앞으로 YTN 사장은 보도국장을 임명하기 전에 먼저 내정자를 지명하고,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투표 대상은 보도국에 소속된 정규 직원과 보도국 밖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들이 모두 포함된다. 투표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정한 관리 감독 아래 치러진다. 보도국장으로 지명된 내정자는 재적 과반 이상이 참여해 투표에서 재적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만 임명될 수 있다. 만약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한 경우 사장은 새로운 보도국장 내정자를 지명해 임명동의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YTN이 새로 마련한 보도국장 임면제도의 핵심은 보도국의 주인은 기자들임을 천명했다는데 있다. YTN이 아무리 주식회사고, 사장의 임명권이 존재한다고 해도 더 이상 보도국의 수장을 사장 마음대로 선임할 수 없다. 보도국의 주인인 기자들이 반대하는 사람은 보도국의 수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YTN의 공정방송이 망가지는 과정에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영진과 이를 막아내지 못한 보도국장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제는 보도국장 임명동의제가 이 같은 폐해를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는 보도국장이 임명권자인 사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보도국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본다.

보도국 동의 없이는 맘대로 해임도 못한다
YTN 사장은 보도국장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도 없지만 마음대로 해임할 수도 없다. 노사가 합의한 제도의 이름이 보도국장 ‘임명’제도 개선안이 아니라 ‘임면’제도 개선안인 이유는 면직도 보도국 기자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약 사장이 보도국장을 임기 종료 전에 해임하고자 하면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와 마찬가지로 투표를 실시해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장이 아무리 보도국장을 바꾸고 싶더라도 임기 전에는 해임할 수 없다. 보도국장 해임을 보도국원들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보도국장이 소신껏 보도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측이 임면동의제 도입을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임면동의제가 사장의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쳇바퀴 돌 듯 반복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 모두 지난 10년 동안 망가진 YTN의 보도를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

YTN 구성원들은 이제 첫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를 앞두고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보도국 주인이 직접 뽑는 보도국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구성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한 인물은 보도국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추락한 YTN의 신뢰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공정방송뿐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보도국장이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부활
YTN은 보도국장 임면제 개선과 함께 사장후보추천제도(이하 사추위)를 부활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일방적으로 폐지됐던 사추위는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중요한 제도다. 기존에 이사회가 낙점하다시피 하는 사장은 공모절차도 없이 하루아침에 YTN 사장으로 내려왔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인 조준희 사장은 주주총회장에서 본인의 입으로 자기소개서 한 장 쓰지 않고 YTN 사장으로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추위는 5명의 사추위원으로 구성된다. 대주주 몫 3명, 회사 구성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1인과 시청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1인으로 구성해 공모에 응한 후보자들 가운데 이사회에 올릴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는 제도이다. 노동조합은 사추위원 가운데 회사 구성원을 반영할 수 있는 1인을 추천할 권리를 갖기 때문에 해당 사추위원을 통해 회사 구성원들이 바라는 인재상을 피력하고 심사에 반영할 수 있다.

사추위는 이사회의 대표이사 선임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 보내기나 무자격자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투명한 공모를 통해 응모한 후보자들 가운데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한 사장의 자격 요건을 심사한 뒤 자격을 갖춘 인사 가운데 가장 적합한 2~3명을 이사회에 추천함으로써 이사회가 그 안에서 YTN의 새 수장을 뽑도록 한 것이다.

보도국장과 사장은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새롭게 마련한 YTN의 보도국장 임면제도와 사장후보추천제도는 YTN의 보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믿는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 모두 최근의 정권 교체 과정을 보면서 가슴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Posted in 2017년 11.12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물러나라 이후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