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회 기획보도부문_깨진 카르텔 5.18헬기 사격의 진실_SBS 장훈경 기자

80년 5월 광주에서의 헬기 사격은 37년 동안 ‘헛소리’였습니다. 목격담만 있었지요. 군 관계자들은 모두 부인했습니다. 전두환 씨도 올 초 낸 회고록에 “헬리콥터의 기체 성능이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이거나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그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심지어 헬기 사격을 봤다는 목사와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올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광주 전일빌딩에 193개 탄흔이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목격담에 과학적인 증거가 더해진 것이지요. 헬기 사격이 ‘헛소리’가 아니라 진실일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SBS 기획취재부는 37년 만에 달라진 이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9월 11일 즈음부터 기획보도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헬기 사격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종사를 만나다

 

목표는 조종사의 양심고백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봤다는 사람에 탄흔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쐈다고 인정하는 사람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출동 조종사 가운데 한 명만이라도 헬기 사격을 시인한다면 그걸 지시한 발포 명령자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헬기 사격은 명령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80년 5월 광주에 출동한 헬기 조종사들의 명단을 어렵게 입수했습니다. 의미 있는 진술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과수가 전일빌딩에 탄흔을 남긴 헬기로 추정한 수송헬기 UH-1H의 조종사는 무장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여태껏 육군 항공여단 지휘부는 물론 조종사들은 수송헬기에는 M60 기관총이 거치조차 돼있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사격을 할 총 조차 없었다는 것이었지요. 조종사들의 증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헬기 사격 목격자가 가장 많은 80년 5월 21일에 관한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육군 헬기 부대 출신 남성의 목격담이었지요. 수도경비사령부에 배속된 헬기가 기관총을 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수경사령관은 노태우 씨였습니다. 이 목격담이 사실이라면 헬기 사격의 발포 명령체계에 관한 노 씨의 역할도 분명히 규명해야 했습니다. 노 씨는 전두환 씨와 함께 신군부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보도 이후 특조위도 관련 내용을 계속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듣지 못한 양심 고백

 

기존과 다른 새로운 증언들을 얻었지만 목표했던 조종사의 양심고백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침묵의 카르텔’은 지난 37년 동안 약해지기는커녕 더 단단하고 끈끈해진 것 같았습니다. 5.18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특조위와 광주지검 등도 쫓고 있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앞으로도 헬기 사격의 진실을 찾는데 계속 힘을 보탤 것입니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