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회 전문보도부문_매장문화재 SOS지도 연속보도_YTN 함형건 기자

<문화재 훼손과 난개발… 3만 ㎡ 규정의 불편한 진실>

 

‘소규모’ 난개발에 주목하다.

 

‘문화재 보호 분야는 뭔가 사달이 나야 비로소 이슈가 됩니다. ‘ 이번 취재 과정에서 계속 기자의 머리 속을 맴돌았던 고고학 전문가의 말이다. 엄청난 대규모 공사나 세간의 주목을

끌만한 거창한 유적이 아니라면, 문화재를 훼손하는 난개발 문제는 아무리 심각해도 이목을 끌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행 법상 사업면적 3만 ㎡ 미만의 공사는 오랜 세월 문화재 조사가 소홀했지만, 이 부분이 적극적으로 공론화된 적은 드물었다. 양심적인 제보자가 없는한 소규모 공사의 땅밑 문화재 훼손 실태를 일일이 알기는 어려운 일이고, 관련 실태 조사 사례도 축적된 데이터도 없었다.

하지만 축구장 4배 정도에 못미친다는 ‘작은’ 공사라도 난개발은 난개발 아닌가. 전문가들은 이 공사들이 오히려 문화재 훼손의 큰 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결국 각 지역의 난개발 리스크를 검증해보기로 하고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18년 동안의 백만 건의 건축 데이터와, 9만 건의 문화재 데이터에 각종 문화재 조사 자료를 대조하니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몰랐던 변수가 계속 돌출해 해법을 찾느라고 골몰하기도 했다. 기존의 지표 조사 데이터가 누락된 정보가 많아 일일이 수집하는데만 몇 달이 걸리고, 입회 조사, 표본 조사, 시굴 발굴 조사 등 여러가지 문화재 조사 정보를 취재하는 것만 해도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수많은 기초 지자체의 문화재 담당 공무원들에게 현황을 문의하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에 산업단지, 택지개발 등 이미 문화재 조사를 마친 지역의 정보도 추가해야 했다. 한 여름 동안에는 각종 제보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현장을 돌아다니면 촬영도 했다.

 

갱신, 또 갱신…끝이 안보이는 데이터와의 씨름

 

어렵사리 나온 취재 결과를 지도로 시각화해 정리하니 수도권의 매장문화재 구역 주변에서 수많은 소규모 공사가 문화재 조사 없이 이뤄진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첫 보도가 나가자 얼마 안되어 문화재청은 현 매장 문화재보호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은 산 너머 산이었다. 7회에 걸친 연속보도 기간 동안 초기 분석과정에서 실수로 놓쳤거나, 추가 분석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기사를 바로잡기를 반복해야 했다. 가령 일제 강점기나 현대 문화재 유존지역 중 일부가 분석에 포함된 사실을 발견했다. 오히려 일제 강점기 등 근대 유적도 매장문화재 분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근대 유적은 모두 포함시켜 지도를 다시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작업한 데이터저널리즘 기사 중 가장 힘들고, 가장 복잡하고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번 보도물의 갱신 작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고민도 많고 아쉬운 면도 적지 않은 보도였지만, 기존의 취재 방법으로는 보도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알리고 제도 개혁의 조그만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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