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부산 여중생 폭행 연속보도_MBN부산 안진우 기자

교복 대신 수의를 입은 여중생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14살 여중생 2명.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어 나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공소 사실 대부분 인정한다. 다음 공판 날짜를 정한 후 판사는 피고인 세 명에게 고개를 들게 했다. ‘죄수복’을 입고 있는데 심경이 어떠냐?”는 물음에 여중생들은 “후회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께도 너무 죄송하다”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어 판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호칭도 ‘피고인’에서 ‘너’라고 바꾸고 꾸지람을 이어갔다. “요즘은 개돼지도 저렇게 못 때린다. 네가 몇 시간을 끌려 다니며 저렇게 맞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다음 재판에 반드시 물어 보겠다”는 숙제를 내고 첫 공판은 마무리됐다.

교복 대신 수의를 입은 여중생 2명,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죗값 치른 아이들은 어디로 가나?

“한 번만 용서받을 수 있다면….”, 교실이 아닌 구치소에 갇힌 여중생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법정에 선 여중생 중 한 명은 지난해까진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가해자가 됐다. 결국 법정에 섰다. 하지만 시간을 뒤돌리기는 이미 늦어 버린 듯하다. 처벌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4년간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청소년은 640여 명. 같은 기간 6만 여명이 경찰에 검거됐지만, 나머지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ㆍ훈방 등의 조치를 받았다. ‘어려서, 철이 없어’ 용서를 받은 거다. 하지만,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청소년들의 폭력,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폭행 장면을 영상통화로 생중계까지 한다. 죄의식도 없다. 10대들의 이런 범죄에 대해 관용보다는 응분의 처벌이 따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피해 학생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처벌이 또래 간 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처벌을, 죗값을 치른 뒤, 아이들도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지난 4년간 학교폭력에 연루돼 구속된 640여 명의 청소년들, 이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출소 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밖 아이들’로 거리를 떠돌고 있다. 다시 교복을,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교육당국도 이들이 학교를 떠난 뒤 어떤 삶을 사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노트북 단상

1991년으로 기억한다. 희뿌연 흙먼지를 날리면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등장한 경찰차, 전교생들이 창가에 매달렸다. 경찰 2명이 교무실로 들어왔고, 복도로 우르르 쏟아져 나온 친구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경찰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같은 독서실에 다니던 친구 2명 때문이었다. 전날 밤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독서실을 빠져 나간 친구들은 인근 공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비 끝에 주먹을 휘둘렸다. 쌍방폭행이 아니라 일방적 폭행이었다. 친구들은 그날 밤 현장에서 붙잡혀 파출소로 끌려갔다. 부모님까지 파출소로 불려왔고, 진술서를 쓰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는 영웅담처럼 늘어놓은 친구 말을 이미 들어서였다. 다음날 학교로 찾아 온 경찰, 다행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친구는 경찰에게 끌려가지는 않았지만, 담임선생님에게 몽둥이세례를 받았다. 이후에도 친구들은 가출, 학교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에 여러 차례 휘말렸다. 근신, 정학 등 처분을 수차례 받긴 했지만,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다. 이 친구들은 지금? 한 명은 공무원, 또 한 명은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창업을 해 지금은 어엿한 중소기업 대표다. 아직 가끔 안부를 묻고, 1년에 한 번 연말이면 모임을 갖고 있는 ‘절친’이다. 연말 술자리 ‘경찰차 등장 사건’은 빠지지 않는 안줏거리다. 친구는 항상 말한다. “그때는 어렸다, 철이 없었다”고, 만약 그때 친구들이 경찰에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면? 그 친구들의 오늘은 어떻게 바꿨을까? 여중생 폭행 사건을 취재하는 내내 이 친구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