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쉽게 끝나지 않을 한반도 위기_SBS 안정식 기자 (정치부 차장)

북한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인사치레처럼 하는 말이 있다. “전쟁 나는 거야?” 물론, 속으로는 “별일이야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판단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필자가 북한 취재를 담당한 2006년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만큼 북한발 위기가 끊임없이 지속해왔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위기의 주기도 짧아지고 위기지수도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北, 국가 모든 역량 투입해 핵·미사일 개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는 일반적인 예상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의 기술로 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 과학기술자들이 일반적으로 예측하는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과학기술자들이 예측하는 일반적인 시간은 해당 분야의 기술자들이 정규 근무시간에 정해진 예산 하에서 진행하는 과업에 걸리는 시간이지만, 북한의 과학기술분야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핵심역량이 집중돼 있고 적정 근로시간, 예산의 한계와 같은 개념도 없다. 필요한 자원은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배정해주고, 국내에 없으면 해외에서 밀수를 해서라도 조달해준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여하는 광적인 관심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이다. 주요 미사일 발사 때마다 현장을 찾고, 때로는 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기까지 한다. 지난 3월 18일 북한이 ‘3·18혁명’이라고 부르는 ICBM급 엔진 개발에 성공한 뒤 김정은이 과학기술자를 업어주는 장면은 김정은이 ICBM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핵 보유 문턱에 다다른 北, 어떤 모험 할까?
김정은은 이제 그 무한 질주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조미(북미) 대결 전의 끝장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성 14형’ 미사일로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ICBM 사거리 능력을 과시한 북한은 재진입과 유도 기술 등 마지막 문턱만 넘으면 되는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이렇게 발전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북한)를 위협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라는 김정은의 언급이 김정은의 전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북한도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할 능력을 갖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하던 시대를 끝장내겠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 소련이 미국을 핵무기로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이 함부로 소련 공격을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북한이 실험해왔던 동해 상에서의 고각 발사 방식이 아니라 ICBM의 실제 거리를 시현해보는 실거리 발사가 언젠가는 이뤄져야 한다. 괌 주변에 미사일 포위사격을 가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으로서는 언젠가는 거쳐 가야 할 단계일 수 있다.1) 괌 주변 30-40km 지점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다소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괌과 상당 부분 떨어진 공해 상으로라도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이 실제 공격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언젠가는 이뤄야 할 과제이다. 괌이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을 실제로 태평양 공해 상으로 날려보냄으로써 북한의 미국 타격 능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김정은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오판이 미국의 ‘인내 임계점’ 넘어설 우려
문제는 그러한 도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미국의 대응이다. 한반도 전쟁은 누구도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을 때 미국이 끝까지 인내하고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오판이 미국의 인내 임계점을 넘어설 우려가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위기가 폭발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의 북한’을 보면 앞으로 한반도 위기가 계속 고조돼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중간에 잠시 대화 국면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 의지를 꺾지 않는 한 ‘군사 옵션’을 저울질하는 미국과의 긴장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기자로서 “전쟁 나는 거야?”라는 질문을 앞으로도 수십 번은 들어야 할 것 같다.

 


1) 북한은 9월 15일 탄도미사일 1발을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3,700여 km 날아갔다. 이는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 3,400여 km를 넘어서는 것이다.

 

 

 

Posted in 2017년 9.10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