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_방송 부동산 뉴스의 문제점_김수영 박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 前 MBC 경제부 기자)

 

 

아파트 시세 중심의 뉴스
방송 부동산 뉴스 화면은 거의 예외 없이 <그림 1>과 같이 서울 시내 중산층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부동산 뉴스에서 현장 화면은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아파트, 혹은 분양 현장에 모여든 인파를 의미하며 아파트 시세 변동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아파트 단지를 부각시키는 화면은 부동산 뉴스 소재 범위를 아파트라는 특정 형태의 주택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시세 변화에 제한하게 된다. 또한 한국 사회의 부동산 이슈는 아파트 시세 변동을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방송뉴스 수용자들에게 각인시킨다.

2017년 7월과 8월 두 달 동안 KBS 9시 뉴스와 SBS 8시 뉴스에 등장한 부동산 리포트의 수는 각각 17개와 28개이다. <그림 2>는 양 방송사 모두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화면 구성이 지배적임을 나타낸다. 아파트의 경제적 자산의 특성은 강조되는 반면 인간 생존 조건인 의식주의 한 부분으로써 주거 공간을 성찰하는 보도는 외면 받고 있다. 또한 아파트 시세 변동에 대한 뉴스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주거 복지, 부동산 조세 형평성과 같은 근본적인 주거 관련 이슈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는 모든 계층에게 균등하게 보급된 형태의 주택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김수영과 박승관(2017)에 따르면 <그림 3>1)과 같이 2013년 당시에도 KBS 9시 뉴스의 부동산 리포트들은 중산층과 상류층에게 집중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화면 구성을 한 반면 월 소득 2백만 원 이하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비중이 높은 단독·연립 주택을 화면에서 비추는 경우는 비중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2). 이는 방송 뉴스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 문제, 주거 복지 문제 등을 외면한 채 중산층 이상의 주거 형태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사 뉴스룸에서는 암묵적으로 아파트 시세에 관한 리포트들이 방송 뉴스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매우 적합한 뉴스 소재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뉴스에 대한 이 같은 접근법은 부동산 관련 리포트를 경마 중계 식으로 아파트 시세 변동을 중심으로 보도하려는 경향을 강화시킨다. 서울 강남 지역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들썩이면 전체 언론 보도량이 늘어나며 이는 방송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송뉴스를 통해 강남 아파트 불패의 신화는 강조되고 있지만 왜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소홀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7월과 8월 KBS와 SBS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한 인터뷰이의 수는 각각 40개와 54개이다. <그림 4>와 같이 인터뷰이의 절반은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업계 관계자가 차지하고 있다. 방송 부동산 뉴스의 핵심적 전달 내용이 아파트 시세 변동이기 때문에 아파트 거래 현황을 가장 잘 알기 쉬운 공인중개사들이 대거 등장하며 일부 소수의 부동산 전문가와 부동산 컨설팅 업체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출연하게 된다. 더욱 특이한 점은 방송 부동산 뉴스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이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방송기자들이 연락하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해당 리포트의 맥락에 맞게 섬세하게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로 인터뷰이 대상자들이 고정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들의 인터뷰의 비중은 전체적인 방송 부동산 뉴스에서 낮은 편이다. 부동산 뉴스에 등장하는 시민들 역시 아파트 분양 현장을 방문했거나 아파트 구입을 고민하는 경우와 같이 경제적 측면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인터뷰이의 구성은 방송 부동산 뉴스가 장기적 안목에서 기획되고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 즉자적이고 파편적인 정보 나열에 그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화면 구성과 인터뷰이가 정형화된 부동산 뉴스는 오랜 기간 동안 관행처럼 굳어져서 마감 시간에 임박해 부동산 담당 기자들에게 제작 지시가 내려져도 제작이 용이하다. 부동산 분야 취재를 맡은 기자들은 습관적으로 부동산 시세에 관한 길거리 인터뷰를 하며 인터뷰 섭외가 무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와 제작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발표와 예고: 정책 전달에 충실한 뉴스
방송사 경제부 기자 경험을 떠올려 보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뉴스는 예고 단계부터 주요 뉴스로 방영될 가능성이 높은 소재이며 정부의 대형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는 날에는 방송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뉴스를 톱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림 5>와 같이 올해 7월과 8월 방송 부동산 뉴스에서도 부동산 정부 정책의 사실적 내용을 예고하고 발표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반면 정책에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토론의 비중은 매우 낮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을 담은 리포트 역시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 아파트 시장의 시세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다루는 단편적 뉴스에 집중되었으며 비판적·심층적 접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송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부동산 뉴스는 아파트 자산의 시세 변동과 정부 정책 전달을 단순한 방식으로 보도하는 오래된 관행의 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뉴스를 진지한 국민들의 삶, 기본권 차원에서 보도하지 못한 채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한 아파트 시세 중계 보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문제가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사회적 정의 실현 문제가 적극적으로 방송뉴스를 통해 표출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서둘러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두는 반면 시민사회의 대안적 목소리와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생존을 위한 주택 문제들은 외면 받고 있다. 방송 부동산 뉴스의 현주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며 심층적인 취재 노력을 통해 부동산 문제가 안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고통을 부각하려 노력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의 신뢰와 관심을 높이고 부동산 문제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1) 김수영·박승관 (2017). KBS의 공보 방송 모형적 성격에 관한 연구: 부동산 뉴스 생산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81호. 240쪽에서 재인용
2) 고소득의 경우 월 소득 401만 원 이상, 중소득은 월소득 200~400만 원, 저소득은 월 199만 원 이하를 의미한다(국토 연구원, 2014)

 

Posted in 2017년 9.10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