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_저널리즘의 혁신, 팩트체킹 제4회 세계 팩트체크 대회 탐방기_정은령 박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 / 前 동아일보 기자)

 

2017년 7월 5~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4’의 모토는 “팩트체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Factcheck keeps growing)”였다. 이 모토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올해 참석자들의 인원이나 면면을 통해서 확인되는 것이었다. 불과 4년 전인 2014년 48명의 팩트체커로 시작된 이 행사에 올해에는 53개국에서 188명의 기자, 팩트체커, 학자, 구글·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자, 미국의 데모크라시 펀드 등의 민간기구 기금 후원자 등이 참석했다.
3일간에 걸친 회의 주제도 다채로웠다.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 492개의 주장을 팩트체킹 한 것과 같은 사례 발표부터 팩트체킹이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경쟁관계에 있는 4개의 언론사들이 공동 출자해 비영리 팩트체킹 기구를 만든 노르웨이 팍티스크Faktisk나 프랑스 대선 기간 가동됐던 크로스 체크 등 팩트체킹을 위한 언론사들 간의 협업 사례, 영국의 비영리 팩트체크 기구 풀 팩트Full Fact가 2017년 말까지 컴퓨터를 통해 팩트체킹을 자동화하겠다는 청사진 발표, 팩트체킹을 교실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 등이 1시간 단위의 세션에서 숨 가쁘게 발표됐다.

방송사도 신문사도 ‘동영상 팩트체킹’

‘팩트체커들은 어떤 형식과 방법을 동원해서 독자들의 거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마련된 세션의 진행자는 스페인의 유명 여성 방송기자인 아나 파스톨이었다. 파스톨은 2013년 4월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한 시간 동안 팩트체킹 프로그램인 ‘El Objetivo de Ana Pastor(The Objective of Ana Pastor이라는 뜻)’를 스페인의 공영방송 채널인 La Sexta(The Sixth라는 뜻)를 통해 진행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 주일 동안 정치인들이 발언한 내용의 참 거짓을 가리는 한편,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엘 오브제티보’의 강점은 시청자들이 스스로 정치인 발언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진행자인 파스톨은 매 코너를 끝낼 때마다 “여기 데이터가 있습니다. 결론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Here are the data. The conclusion is up to you)”라는 말을 반복하며 시청자들의 깨어있는 판단을 촉구한다.

이탈리아의 공영방송인 RAI는 자신들의 방송에서 정치인들이 거짓된 주장을 했을 때 이를 팩트체킹 한 뒤 당사자인 정치인을 스튜디오에 불러 해당 발언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글로벌 팩트 4에서 소개된 RAI의 팩트체킹 프로그램 ‘나이트 타블로이드’에서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4월 RAI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엄청난 도약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유럽의 다른 나라와의 비교치를 들이대며 면전에서 “거짓(FALSO)”이라고 판정한 뒤 렌치 전 총리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줬다. 방송 인터뷰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팩트체킹을 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사실 확인을 통해 그릇된 정보를 수정하는 한편, 방송이 유명 정치인들의 선전도구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방송에서만 동영상 팩트체킹을 하는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팩트체커Fact Checker를 운영해온 워싱턴 포스트는 두 명이었던 팀에 올해 동영상을 전담하는 팩트체커 한 사람을 새로 충원해 텍스트 기사와 더불어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재 워싱턴 포스트의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가 ‘미래를 위해 동영상에 집중하라’는 전략을 제시한 데 따른 조치다. 팩트체커 팀의 미셸 예희 리 기자는 “이제는 신문사다, 방송사다 하는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신문사라고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뉴스 이용자들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내러티브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포스트의 판단이다. 팩트체킹도 그러한 실험이 시도되는 영역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팩트체킹, 저널리즘에 어떤 변화 요구하나
국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과 조기에 치러진 19대 대선이 팩트체킹이라는 단어를 일반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20여 개가 넘는 언론사들이 팩트체킹이라는 타이틀을 단 코너를 운영하며 대선 후보자 발언의 진위를 판별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 3월 29일 국내 언론사들 간의 협력형 모델로 출범한 SNU팩트체크(www.snufactcheck.ac.kr)에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23개 언론사(2017년 9월 1일 현재)가 제휴해 정치 이슈뿐만이 아니라 경제, 국제, 사회, 과학, IT 등으로 주제 영역을 확대해 팩트체크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팩트체킹은 한국의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영역이다. 모든 뉴스가 팩트체킹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팩트체킹이라는 타이틀을 따로 붙인 뉴스가 필요한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팩트체킹’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정치 이슈 중심의 팩트체킹은 기자가 대통령 후보, 의원 등 정치인들의 발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가리는 ‘진실의 판정자’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는 발언 그 자체에 대한 진위의 판정 없이 취재원의 발언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을 팩트에 기반을 둔 보도라고 간주해온 객관주의 보도의 관행을 깨는 것이다.
개입과 판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팩트체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역설적으로 더 엄정한 객관성을 추구한다. 매년 열리는 글로벌 팩트를 주관하는 국제 팩트체킹 연대는 팩트체크 원칙 규정(code of principle)을 제정해 각국의 팩트체킹 기관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원칙에서 핵심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비 당파적이고 투명한 팩트체킹”이다.
팩트체킹을 수행한다는 것은 단지 새로운 양식 하나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와 독자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기자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취재 보도하면서도 당파성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취재의 출처를 뉴스 이용자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을지, 저널리즘 실천의 관행을 바꾸는 혁신을 언론인들에게 요구한다.

스페인의 El Objetivo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national/from-el-objectivo-fact-checking-us-presidents/2017/07/13/84701452-67ef-11e7-94ab-5b1f0ff459df_video.html?utm_term=.6b5985e67b8d

이탈리아의 RAI
https://www.washingtonpost.com/video/national/from-rai-fact-checking-politicians/2017/07/13/038a4a6a-67f4-11e7-94ab-5b1f0ff459df_video.html?utm_term=.82a4090a2153

 

Posted in 2017년 9.10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