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 초청 데이터와 탐사보도_IRE 수상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 RE 초청 특강_KBS 김양순 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

초년병 시절 KBS 선배들이 IRE에서 상을 받아왔다(2005년 TV 부문 본상 수상, 최초 보고 17년-해양투기 17년, 바다는 경고한다). IRE가 뭔가 했더니 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전미 탐사보도협회였다. 어떻게 하면 저런 국제무대에서 탐사보도로 상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나도 꼭 세상을 바꾸는 탐사보도로 IRE 상을 거머쥐리라, 투지에 불탔더랬다. 그게 10년도 더 전이다. 그 이후 KBS 탐사보도팀은 ‘학자와 논문’이 IRE 결선에 오르는 등 쾌거를 이뤘<었>다.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인천 송도에서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방송기자연합회가 주최한 ‘IRE 초청 데이터와 탐사보도’ 연수에서는 IRE 회장과 사무총장 등 쟁쟁한 탐사 에디터와 데이터 기자들이 직접 전수하는 비법들이 시전됐다. 이 자리를 빌려 로스앤젤레스의 KNBC 에디터이자 IRE 사무총장인 매트 골드버그Matt Goldberg가 전수한 비법 노트를 공개한다.

전투력 있는 팀을 구성하라
탐사보도는 혼자서는 못할까? 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지친다. 다른 취재보다 오랜 시간 집요하게 달라붙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탐사보도를 하려면 ‘참을 인忍’ 비슷하게 집요함persistent이 첫 번째란다. 매트가 속한 팀의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12명이다. 이 정도면 미국에서도 꽤 큰 팀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여러 취재에 매달릴 수 있다. 취재 결과는 1주일에 3~5회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그래서 효과적인 팀 구성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출입처를 경험한 기자들이면 좋다. 매트의 팀에는 경찰 수사에 관심이 많은 기자도 있고, 식중독이나 약 등에 전문성이 있는 박사 기자도 있으며, 항공기 사고가 나면 항공기 날개의 시리얼 번호만 보고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줄줄 할 수 있는 기자도 있다. 각 분야에 대한 지식과 열정, 관심을 가진 기자들끼리 소통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기자를 찾아 물어보는 게 빠르다.

주간 회의-‘주님’을 영접하라
매주 구성원들과 팀 회의를 열고 필참하라. 우리는 회의를 ‘예배’라고 불렀다. 매주 모여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 기자로서 봐야 하는 일들이 뭐가 있는지, 보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취재 과정을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회합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 그 시간에 안 오면 주님을 영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템 고민? 사람들이 신경 쓰는 문제를 들여다봐라
상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아이템이다. IRE 기자들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문제를 들여다보라고 강조한다. 스쿨버스 문제처럼 우리 아이, 우리 엄마의 문제인 것들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단, 단순하게 신경 쓰는 문제는 안 된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예컨대 식당에 불량한 식재료가 납품된다면 식재료 공급되는 원천지부터 집요하게 공략해서 푸드 트럭이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 식당 주인의 반응, 관리감독자들의 행태까지 모조리 따라붙어야 한다.

‘콘티’(playbook)를 만들어라
아이템이 잡혔다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것을 ‘각본’이라고 부른다. 취재할 스토리의 방향과 체크리스트는 물론이고, 예상 영상과 녹취 등을 만들어가면서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나가야 한다. 아이템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후속 보도할 것인지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 방송에 먼저 낼 것인지, 소셜 미디어에 먼저 띄울 것인지, 아니면 동시에 공개할 것인지 등도 사전에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브랜드 모델을 발전시켜라
이와 함께 방송사의 브랜드 모델도 신경 써야 한다. 취재 내용이 시청자를 위한 기사인지 아니면 시청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궁극적으로 자기 방송사가 추구하는 바와 부합하는지, 시청자가 ‘아, 저 뉴스를 보고 싶다’고 만들게 하는지 등을 사전에 따져봐야 한다. 그런 식으로 콘텐츠의 우선순위 등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식으로 사전 계획을 짜서 여러 번 반복하면, 나중에는 일일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청자를 위해서 이런 내용들을 공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선전하는 것도 채널의 이미지 광고로 가능하며, 이런 메시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킬 수 있다.

내부에 데이터를 구축하라
자주 사용하게 되는 데이터들이 있다. 주요 취재원, OECD 순위, 재정 규모, 세금 내역, 고위공직자 재산 같은 것들은 팀 내부에 데이터 뱅크를 만들어놓고 손쉽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내부에 데이터셋을 만들었다면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밀문서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는 것들이 생긴다. 매일 밤 특정한 날짜를 찍어서 그날의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모아라. 정보공개법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공개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끌어당길 수 있는 영상은 어떻게?
영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치밀하게 각본을 짜야 한다. 시각적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 취재 대상 인물들의 녹취와 인터뷰를 최대한 활용해라. 인물들의 캐릭터를 살리고, 뉴스 영상이 나오기 전에 영화 예고편처럼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청자들이 뉴스에서 다루는 이슈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쇼 감각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IRE에서 만든 유투브 영상을 세심하게 보면 좋겠다. 너무 무겁지 않게 접근하는 제작방식이 인상적이다.

스크린 전략을 구사하라
모바일로,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뉴스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TV, 모바일과 웹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는 3 스크린 전략을 취재 초기 단계부터 해야 한다. 인터랙티브는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초기 단계부터 디지털팀과 스토리를 논의해서 각 스크린 별로 어떤 전략을 쓸지 준비해야 한다. TV에서는 4시 뉴스, 6시 뉴스에 조금씩 예고를 흘리면서 메인뉴스에서 전체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취재물을 쪼개서 내보내는 방식이 가능하다. 웹에서는 오랫동안 머물러서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지도나 데이터를, 모바일로는 소셜 미디어 채널을 차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진짜 뉴스’에 심혈을 기울이기-증거(데이터)를 확보하라
현실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늘 희극이다. 언론 선진국으로 보이는 미국 기자들은 요즘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한다. 전미탐사보도협회 더그 해딕스Doug Haddix 회장은 “광고에 의존하던 미국의 전통적 언론 모델은 실패했고, 트럼프 집권 이후 언론인들에 대한 정치적 지형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 이후 탐사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과 결과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이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라는 공격을 받자, 취재 내용을 입증할 문서, 메모, 영수증, 회의 일정 등 데이터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흔히 데이터라고 하면 빅데이터를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 문자, 구조화되지 않은 모든 정보들은 데이터다. 데이터저널리즘이든 팩트체킹이든 사실 1800년대부터 기자들이 해 온 취재의 기본이다. ‘카더라 저널리즘’에 빠져서 매일같이 ‘공방’ 리포트만 하는 한국 언론은 각성이 절실하다. 결국 저널리즘의 기본은 증거 확보Proof finding이고, 이제 돌고 돌아 저널리즘의 본령을 회복해야 할 때다.

Posted in 2017년 9.10월호, IRE초청 데이터와 탐사보도,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