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 초청 데이터와 탐사보도_탐사보도의 새로운 키워드, ‘협업’ 2017 IRE 컨퍼런스 참관기_이민규 교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탐사보도의 성지, 피닉스
태양이 작열하는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1,600여 명의 탐사보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2017 탐사보도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이하 IRE) 연차 총회가 열렸다. 2박 3일 동안 153개 세션을 통해 다양한 탐사보도 사례가 발표됐고, 57회의 데이터 실습 워크숍이 진행됐다. 그야말로 지난 한 해의 탐사보도를 총정리하고 미래의 탐사보도를 전망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특히 올해 IRE 총회가 개최됐던 피닉스는 41년 전 <아리조나 리퍼블릭> 기자였던 돈 볼레스Don Bolles가 마피아 관련 취재 중 차량 폭파 사고로 불의의 죽음을 당한 도시로 사회정의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리조나 프로젝트Arizona Project가 시작된 뜻 깊은 곳이다. IRE에서는 마치 이곳을 성지 순례 장소로 생각하고 있었다.

협업을 통한 탐사보도의 진화
IRE와 철자가 같은 영어 단어 ‘Ire’는 ‘분노’라는 뜻을 갖고 있다. IRE의 중의적 뉘앙스에 비춰볼 때 이번 총회는 현재 암울한 미국 언론 환경에서 ‘정의로운 분노’를 통한 탐사보도의 중요성을 서로 확인하는 장이었다. IRE 수상자 만찬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였던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인 니콜 한나 존스Nikole Hannah-Jones는 “이같이 어려운 시절에 기자가 된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편집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탐사보도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아울러 정보의 혼돈시대, 가짜뉴스 시대에 언론은 상호 협업을 통한 탐사보도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플랫폼 간 협업을 통한 탐사보도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을 논의하는 세션이 많이 개최되었다.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BuzzFeed, 젊은 층에게 뉴스 특화된 Fusion, Reveal, 드라마와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HBO, National Geographic TV 등에서 적극적으로 탐사보도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볼 때 탐사보도는 저널리즘만의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봇 알고리즘 활용한 탐사보도
스탠포드 대학교의 제임스 해밀턴James Hamilton 교수는 발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탄압’ 시대를 대비하는 출구전략의 하나로 탐사보도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탐사보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언론의 신뢰를 강화하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그는 “민주주의 탐정들: 탐사보도의 경제학(Democracy’s Detectives: The Economics of Investigative Journalism)”이라는 책에서 의회 청문회자료를 분석한 탐사 보도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만약 언론사에서 탐사보도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수백 달러 가치의 혜택을 가져온다”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전에 비해 이번 총회는 데이터 저널리즘 관련 워크숍이 유독 많았다. 기자의 마지막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탐사보도 분야에서 로봇을 이용한 탐사보도 사례가 발표되어 주목을 받았다. ‘의사와 성추행’(Doctors & Sex Abuse) 시리즈를 보도해 IRE상을 수상한 아틀랜타 저널 컨스티투션The Atlanta Journal Constitution은 로봇을 이용하여 미국 전역에 걸쳐 10만 건에 달하는 의사들의 성추행 관련 자료를 찾아냈고, 이를 근거로 의사들의 성추행 사례를 심층적으로 보도하였다.
또한 탐사보도 기자들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 워크숍이 개설되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엑셀, R, 타블로 등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방법을 동료 기자들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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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들을 위한 탐사보도 세션
IRE의 기본 정신인 협업을 통하여 탐사보도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기자들을 위한 ‘show and tell’ 섹션은 방송기자들을 위한 협업과 축제의 마당이었다. 자신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5분 내에 자유롭게 발표하고 이에 대해 동료 방송기자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자리였다. 탐사보도 기자들 간의 상호 아이디어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IRE 총회의 모든 세션은 녹음이 되어 IRE 웹사이트에서 파일로 손쉽게 받아 볼 수 있다(https://ire.org/resource-center/audio/). 국경을 초월하여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같은 고민을 하는 탐사 기자들의 아이디어가 협업을 통해서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in 2017년 9.10월호, IRE초청 데이터와 탐사보도,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