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기자 복직_ 미니 인터뷰_“요즘 취재차 탈 때 신발 벗고 타는 거 아시죠?”_YTN 조승호 기자

복직 후 열흘, 어땠나요?
‘이제 꽃길만 걸을 거야’라는 축하의 말, 안 믿었거든요. 분명 가시밭길이 있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지난 열흘 꽃길만 있는 거 같아요. 되게 행복해요. 그래서 불안해요. 얼마나 더 힘든 일이 오려고 지금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나.

좋은 일이 뭔데요?
사람들 얼굴 봐서 좋아요(활짝). 저는 정치부로 복직했는데, 부장부터 부원들 다 환영해주고 업무에 잘 적응하도록 나름대로 신경 써주고 순차적으로 적응이 잘 될 것 같아요.

그동안 회사가 많이 바뀌었던가요?
후배들이 노보에 실은 환영 메시지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사투리 걱정하지 마라, 요즘 에디우스(편집 프로그램)가 다 표준말로 바꿔준다” 와, 세상 좋아졌다. 나도 이제 앵커 할 수 있겠네. 두 번째가 “넥타이 안 매셔도 된다. 요즘 그래픽이 좋아져 넥타이도 달아준다” 그것도 믿었다고. 세 번째가 뭐냐면, “취재차 탈 때 신발 벗고 타는 거 아시죠?” 거기서부터 이상하더라고요.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다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세상이 바뀐 건 알았는데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모르니 이런 말에도 속아 넘어가는 거죠. 후배들이 너무 즐거워하더라고요.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배우는데, 뭐부터 배워야 할지… 하하!

해직 기간 꾸준히 마라톤을 뛰셨어요. 조승호에게 마라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기록은 좋지 않아요. 천 명 중에 890등이나 될까요.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뛴 이유는 마라톤이 인생보다 쉬웠기 때문이에요. 해직 기간이 힘들었던 건 우리가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동료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였죠. 그런데 마라톤은 42.195km 중 내가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이 정도는 해내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완주하니 사람들이 저를 의지력 강한 사람으로 봐요. ‘저 사람은 버텨낼 것이다, 마라톤도 뛰는데.’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니까 무조건 버텼죠. 지금 생각해보면 마라톤이 아니었다면 해직 기간을 잘 버텨낼 수 있었을까 싶네요.

지난 9년, 가장 도움이 된 한 마디를 꼽는다면요?
우리 동료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인생은 주머니야. 주머니 안에 흰 돌과 검은 돌이 정확히 반씩 들어있어. 지금 검은 돌만 계속 뽑힌다고 슬퍼하지 말자. 이제 주머니 안에는 흰 돌이 더 많이 남아있어.” 이 말이, 그 후로 제 인생에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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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2017년 9.10월호, YTN 해직기자 복직,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