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 ⑤_파업 현장에서_다시 ‘공적 가치’(Public Value)를 생각한다_KBS 광주총국 김종명 기자 (심의부)

“김, 당신네 KBS 이제 대단한 공영방송으로 다가가는 것 같은데? 아직 우리가 긴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런던특파원으로 있던 2007년 방송의 날 특집 대담을 마친 후 BBC 사장이던 마크 톰슨이 내게 건넨 말이다. 몇 차례 인터뷰로 이미 친숙한 사이여서 덕담이려니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으쓱함을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당시 KBS는 연이은 대형 탐사보도로 한국 사회 의제를 이끌고 대통령과도 때때로 긴장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공적 가치’가 최우선
마크 톰슨이 BBC 재임 시절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말이 있다. ‘Public Value’, 우리말로 ‘공적 가치’이다. 전파는 유한한 공공재이니만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 하며 특히 수신료를 기반으로 하는 공영방송은 제작과 경영 전 부문에서 공적 가치를 최우선 운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적 가치’가 KBS를 지배했던 시기가 있다. 2000년대 중반, 팀제와 전문기자제를 도입하고 탐사보도팀을 신설하고, 자율과 개방을 대원칙으로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했던 때다.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제작물이 쏟아져 나왔고,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성큼 다가설 수 있었다.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치솟았고, 나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어느 자리를 가나 늘 자랑스러운 ‘KBS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섰다. 권력의 감시견을 불편해한 떳떳지 못한 권력이 우리를 탐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내부의 누군가들이 나서 그들과 손을 잡고 다시 땡전뉴스 시대의 KBS, 권력의 품으로 공영방송을 되돌려 놓았다. 게이트키핑이라는 미명아래 제작 현장을 장악한 그들은 ‘공적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저널리즘을 파괴해왔다. 구성원들은 이제 어디를 가나 부끄러운 ‘기레기’가 되었다.

반성한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꾼다
대통령이 구속될 정도로 나라가 망가진 데에는 우리 공영방송의 책임이 크다. 권력의 농단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공적 책무를 저버린 탓이다. ‘여러분이 삶을 걸고 싸웠느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질타를 들으며 나는 더할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해진다. 입사 28년차 기자로서 얼마나 공영방송을 지켜왔고, 후배들을 지켜줬는지…
더불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난데없이 발령받은 지역 국장직에서 물러나 제작거부를 시작한 지 열흘 여, 다시 일어선 동료와 선후배의 얼굴에서 ‘공적 가치’로 재무장할 새로운 공영방송을 읽고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사장이 누가 되든 정치적, 상업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Posted in 2017년 9.10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