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_망자의 돈까지 노리는 노인요양시설 _KBS춘천 송승룡 기자

고인들께서 이제라도 편히 눈을 감으시길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요양시설로 향하는 노인들. 눈물을 머금고 부모를 요양시설에 모신 자식들. 자식들은 불효자를 대신해 부모님을 잘 돌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발걸음을 돌린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시설장이 내 부모의 재산을 가로챈다면 어떨까? 그것도 모자라 돌아가신 뒤에 유산까지 모두 가로채 간다면 어떨까? 이런 일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취재는 한 통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속초시에 대한 강원도의 감사에서 사망자의 돈을 가로챈 노인요양시설이 적발됐다는 내용이었다. 감사 기록과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문제의 시설은 교회 목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이 목사는 자신의 요양원에 입소해 있던 노인이 숨지면 그들의 통장에서 1원짜리까지 빼내 자신의 교회에 헌금으로 냈다. 이 목사에겐 요양원 입소자의 돈은 다 자신의 돈이었다.

 

“여기뿐만이 아닐 것이다!” 곧바로 후속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는 험난했다.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정보가 없다거나 있어도 개인정보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기껏 구할 수 있는 건 요양시설 명단과 시설별 지원 규모 정도였다. 취재의 핵심인 입소자와 사망자의 명단, 통장 거래 내역을 어떻게 확보할 지 막막했다. 넓어도 너무 넓은 강원도 땅도 문제였다. 사무실이 있는 춘천에서 바로 옆 화천을 가려 해도 꼬부랑길로 100Km를 오가야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지자체에서 요양시설 명단을 받은 뒤 한 곳씩 찾아 다녔다. 요양시설에서 작은 단서 하나가 나오면 지자체에 가서 확인하고, 지자체에서 또 다른 단서 한 조각을 찾아 그 요양시설을 다시 찾아갔다. 시설 한 곳의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 거리에 있는 요양시설과 자치단체를 하루 너댓번씩 오가기도 했다. 의혹은 있는데 증거가 없어 일주일을 허비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취재가 한 달 넘게 계속됐다.

 

취재 결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악취가 진동을 했다. 목사도, 승려도, 병원장도 예외 없이 노인들의 돈을 가로챘다. 몸도 가눌 수 없는 노인들, 치매에 걸려 자식도 못 알아보는 노인들, 찾는 이가 뜸한 노인들이 이들의 표적이 됐다.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돈이 강원도에서만 4억 원에 달했다.

 

요양시설을 관리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대답은 “몰랐다” 한 마디였다. 너무도 당당했다. 취재내용을 알려주고 일주일쯤 뒤 다시 통화를 했다. 이번엔 “신임 장관 인사 청문회 준비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복지부가 청문회 준비에 몰두한 사이. 뉴스를 본 경기도의 한 요양시설에선 가로챈 망자의 돈을 차명계좌로 빼돌리고 있었다. 또 다른 시설은 망자의 유산을 빼 쓴 근거라며 취재진에게 조작된 서류를 내밀었다. 망자의 유족들은 이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유산을 돌려달라는 말도 못한 채 눈물만 글썽이고 있었다. 고인이 살아 계실 때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며 이유로….

 

뒤늦게나마, 강원도가 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고, 강원지방경찰청도 나섰다. 이제는 보건복지부와 국회도 나서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다만, 이들의 발걸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요양시설에서 생을 마감한 노인들이 이제라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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