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_정규직 미끼로 착취.. 청년 울린 악덕 용역업체_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청년 고용 시장의 참혹한 현실을 만나다

5월 어느 날 노무사협회 사무실에서 제보자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제대로 임금을 못 받았다는 내용은 전화로 전해들은 뒤였습니다. 10여명 안팎의 청년들이 피해자라며 모였습니다. 고된 노동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엿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습니다. 본인들 말고도 50여명의 청년들이 더 피해를 입고 회사에서 쫓겨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30여 명은 현재 일을 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양복입고 출근하고 싶다는 희망을 악용

이 업체는 용역회사의 정규직 사무원을 시켜주겠다며 구인 광고를 내고 청년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러면서 용역회사에서 일을 하려면 현장을 알아야 한다며 공사 현장, 양파 밭, 제조업 공장, 택배 상하차장과 같이 힘든 육체노동 현장으로 청년들을 내보냈습니다. 현장에서 벌어들인 일당의 절반 가까이는 회사가 챙기고 6만 원 정도만 청년들에게 지급했습니다. 3개월이 지나면 말을 바꾸고, 현장에서 일을 할 사람 10명을 모아오지 않으면 임금을 주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현장 일을 거치고 소수의 몇 명만 정규직 사무원이 됐지만, 이들도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임금이 밀리는 게 부지기수였습니다. 용역회사 대표는 회사가 안정되면, 수익이 생기면 임금을 주겠다며 감언이설로 청년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있었습니다.

 

취재와 함께 피해 구제도 진행

새벽부터 일하는 현장을 가보고, 원청 업체의 이야기를 듣고, 용역회사 대표를 만나면서 이들 청년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동시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진행했습니다. 기사를 쓰는 것만큼 이들의 피해를 구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한 두건 개별로 접수됐을 때는 임금체불 건으로만 보던 노동부도 신고자가 수십 명을 넘어가니, 특별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광주전남에 방송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니 이 용역업체 대표는 회사를 강원도로 옮겨 다시 똑같은 구인광고를 내고 청년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해당 회사에서 일을 하는 강원도 청년들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알려줬고, 결국 회사 대표는 잠적했습니다. 현재는 피해 규모를 산정하면서 해당 용역 회사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피해 청년들은 생계가 막막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무사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기금을 신청해 떼인 임금을 미리 받는 제도도 소개해줬습니다. 취재만큼 보람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은 보도 이후입니다. 취재진들은 좋은 보도를 했다고 말하지만, 남은 현장은 더 처참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일들을 미리 예방했다는 생각에 더 기억에 남는 취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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