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지역보도 부문 기획보도상_석면 질환 대발병 임박, 피해자 발굴 관리는 구멍 _KNN 주우진기 자

‘4살 난 외동딸을 가장의 허무한 죽음, 취재의 시작

 

지난 6월 부산의 한 30대 남성이 석면 희귀병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4살 난 외동딸을 둔 가장이었고, 생을 마감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습니다. 석면 간접 노출 피해자 가운데 첫 30대 사망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남성은 석면 공장과 불과 8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남성이 12살이던 해에 공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니 12년 정도를 공장의 석면 가루를 마시며 생활한 셈입니다. 지난해 9월 쯤 악성중피종이 발병하기까지 20여년 잠복기를 거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이 공장 주변에 초등학교만 6곳이 넘었습니다. 이 남성에게서 석면 질환이 발병했다는 건, 남성의 또래들에게서도 본격적으로 석면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문제는 이 남성과 같은 석면 간접 노출 피해자 대다수가 석면피해구제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데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발굴하지 못하다보니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했고, 결국 소극적 지원에만 그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가, 안타깝게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제한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근거가 없다’ 였습니다.

당시 거주자의 이름과 옛 주소 등을 이용해서 현재의 거주지를 찾으려면 일부 개인정보를 열람해야 하는데 당사자 동의 없이 열람했다가 나중에 혹 문제라도 불거지면 누가 책임져주느냐는 얘기였습니다.

 

공무원 개인이나 지자체의 의지 등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고 느꼈습니다. 기사를 접했다는 시의원, 국회의원 측과 접촉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느끼고 뉴스로 보도했던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했고 필요한 대안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노력 끝에 그들의 석면피해구제법 개정안 발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석면 피해자 유족 지인들 다시 세상 밖으로

 

피해자들을 만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난 2011년 전후로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될 당시 상처를 끄집어내고 들추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친 피해자와 유족들이 많았습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왜 병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병마와 싸우고 있을

이웃을 위해 나서달라고 설득해 이들을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 석면공장이 활발히 운영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정말 석면 질환 대발병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수조사 방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의 실효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보도가 향후 초래될 수 있는 석면 질환 대발병의 혼란을 예방했거나 적어도 최소화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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