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회 뉴스부문_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태_SBS 김종원 기자

이번 보도는 한 유명 사립학교의 그릇 된 학교폭력 처리 과정을 지적하기 위해 기획됐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직 10살 어린 아이란 점은 취재 내내 고민이었다. 그러나 숭의초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인식은 이런 고민을 뛰어 넘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숭의초는 지금도 “재벌 손자가 연루됐다는 이유로 언론이 ‘장난’이었을 뿐인 사건을 ‘폭력’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숭의초가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학폭위 결론이 나오고 나서까지 피해아동과 그 부모에게 했던 말들과 취했던 조치들을 보면 재벌손자가 끼어있기 때문에 ‘폭력’을 ‘장난’으로 처리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충분하다. 피해자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이상한 학폭위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학폭위가 열리기 전 피해자 부모에게 ‘애 데리고 학교를 나갈 거 아니냐’, ‘우리는 교육청은 하나도 안 무섭다’ 등 막말을 쏟아낸 교장의 태도는 이미 피해자는 자신의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보도를 결심하게 한 결정적 이유이다. 숭의초는 이런 모든 문제제기에 대해 일관되게 “아이들 사이 벌어진 문제를 ‘처벌’이 아닌 ‘훈육’으로 해결 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보도 이후 숭의초가 이번 학교폭력 사안을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결론내리고, 교원 해임 등 중징계 건의와 함께 경찰 수사의뢰까지 했다. 이어서 서울시 지역학폭위원회 재심은 가해아동이 없다던 기존 숭의초의 결론을 뒤집고 재벌 손자를 뺀 나머지 3명이 가해자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재벌 손자도 숭의초가 진술서를 누락시키는 등 자료가 부족해 가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미조치 처분이 내려졌을 뿐, ‘가해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보통의 학교였다면 이런 결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을 일이다. 그러나 숭의초는 오히려 환호하는 분위기이다. 심지어 재벌 손자가 미조치 결과를 받은 것을 놓고 “재벌 손자, 가해자 아니다 결론” 이라는 왜곡된 제목의 보도 자료까지 뿌리며 ‘자축’을 했다. 학교로부터 보호는커녕 상처만 받고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던 피해 아동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학교폭력이 인정된 나머지 3명의 가해 아동에 대해서조차도 숭의초는 이제 아예 신경을 끈 듯 한 모습이다. 숭의초가 그토록 강조하던 ‘처벌 보다는 훈육’이라는 교육 철학이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아이들 장난에 언론이 ‘재벌 손자’라는 프레임을 씌웠다”라는 숭의초의 주장도 설득력이 한참 떨어져 보인다. 보도 이후에도 ‘재벌 손자’만 유독 강조하는 건 다름아닌 숭의초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보도 이후에도 숭의초는 여전히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며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급급하다. 여전히 가해 아동들은 학교에 남아 있고, 피해 아동만 도망치듯 떠났다. 하지만 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꽁꽁 숨겨져 있던 사립학교 내부의 부당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공론화 됐다. 이 보도 이후 다만 1cm라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숭의초 학교폭력 보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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