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회 지역보도부문_뉴스상_ 무용지물에 혈세 100억원 펑펑…ICT 창조마을의 실태_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농어촌 오지마을에 의미없이 뿌려진 혈세

 

예산 낭비 사례는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수 백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지어놨는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업도 있고,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예산을 책정해 놨는데 수혜자 중에는 중산층이 포함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ICT 창조마을 부실은 이런 예산 낭비 사례 중 하나입니다. 다른 특징은 최소한의 필요성도 없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전혀 필요하지도 않고 활용도 못하는 데 거기에 백억 원을 쏟아부은 겁니다. 최소한의 수혜자도 없고, 사업 자체도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사업을 통해 위상을 높인 것은 공무원 뿐입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모두 사업이 훌륭하게 수행됐다며 홍보하기 급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도 사업을 똑같은 방식으로 확대하려 했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권리

취재의 시작은 한 장 짜리 보도자료였습니다. 전남이 ICT 창조마을 사업지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지금 농어촌 마을의 고령화 문제 등을 생각할 때 첨단 정보통신기기 수 억원 어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확인이 필수였습니다. 사업지 마을들은 말 그대로 오지마을입니다. 섬 마을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오지마을을 다녀오는 데 꼭 하루가 걸리는 일인데, 다른 취재를 못하고 하루를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보도국에서는 이런 아이템은 자체적으로 소위 ‘킬’ 해버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kbc 탐사보도팀에게 있는 장점 중 하나인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활용했습니다. 취재 기자 2명이 직접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평일에는 자료만 확보하고 주말 휴일을 활용해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눈으로 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확인한 현장을 그대로 기사화 했습니다. 현장을 확인하고 나니 농식품부, 전남도, 시군 공무원 모두 다른 말은 못했습니다. 자기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현장을 확인 한 기자는 힘이 있었습니다.

 

수 없는 ‘실패’…기사화 되는 것은 열개 중 하나

탐사보도팀에서 일을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아이템을 어떻게 구하냐?’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아이템이 많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기사화 되는 아이템은 소위 이야기가 돼야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9개의 아이템은 취재 과정 중에 ‘꽝’ 납니다. 현장이 전혀 다르거나 취재를 해보니 생각과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기사는 이 실패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실패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무래도 다른 언론사에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인 할 수 있는 기자. 그런 기자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닌 조직이 만듭니다. kbc 탐사보도팀은 하루하루 리포트를 하지 않습니다. 많게는 2주간 아무런 기사도 쓰지 않기도 합니다. 다른 기자들이 빈자리를 메꿔주고, 조직이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수없이 실패합니다. 그 실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사도 발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