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여야 ‘공수 교대’ 인사청문회..‘내로남불’ 인사 검증_SBS 정성진 기자 (정치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첫 과제는 무엇보다도 ‘인사’였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국정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일자리 마련은? 안보 정책은?’ 국민들의 궁금증도 커졌습니다. 새 정부의 인사 발표에 발맞춰 바빠진 곳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였습니다.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9년여 만에 여야의 위치가 바뀌었고 공격과 수비, 공수교대가 이루어진 만큼 서로의 존재감 부각에도 중요한 시험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과연 국민들의 궁금증이 해소됐을까,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느냐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인사청문회 기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유한국당 출입 기자로서 자유한국당 회의에 참석해 최근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내로남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제시한 5대 인사 배제 원칙 공약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인사 발표를 했다는 일종의 비아냥거림입니다. 또 하나는 과거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이었다면, 최근 발표된 인사들이 누가 봐도 낙마했을 인사라며 공세를 펼친 것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라며 맞섰습니다. 과거 여당 시절, 민주당을 향해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난하던 한국당이 야당이 되자마자 국정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국민을 대신해 검증한다는 야당,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내각 구성을 도와달라는 여당. 여야의 외침 속에는 모두 ‘국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귀에는 ‘남 탓’만 들렸습니다. 너희가 야당인 시절엔 더 했다는 야당, 너희가 여당 시절에는 더 부적절한 인사만 내세웠다는 여당. 인사청문회 장에서 여당은 제 식구 감싸기였고, 야당은 옆집 사람 험담하기였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인사청문회는 왜 필요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장관직에 오를만한 인물인가, 한 부처의 수장을 맡겨도 되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으니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따져보자는 것이겠죠. 하지만 청문회장에서 따져 묻는 건 인물들의 과거 잘잘못입니다. 음주운전, 위장전입, 논문표절,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음주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권위와 권력을 이용해 음주 전력을 은폐하려 했던 것은 용납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런 인사가 국정을 운영하며 국민들에게 따라와 달라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알고 싶은 건 그 사람들의 음주운전 전력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교육부 장관의 중등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와 비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청년 실업률에 대한 대책 등 고위 공직자에게 듣고 싶은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속 시원하게 정책 관련 질의를 들어본 기억은 없습니다. 도덕성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야당의 질의 시간에는 후보자의 사과와 야당 의원의 호통만이, 제 식구를 감싸는 여당 질의 시간에는 후보자의 변명만이 들렸습니다.

언론의 ‘내로남불’은 없었나
국회 출입 1년을 갓 넘기며, 인사청문회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후보자들이 정해지고 각 언론사들은 각종 검증 기사를 쏟아냈고,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아침부터 방송사들이 인사청문회를 생중계했습니다. 저는 이 시간들을 거치며 언론의 역할을 고민해봤습니다. 저 자신도 보탰던, 쏟아지는 각종 검증 기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불법 혼인 신고, 부적절한 여성관 등으로 인사청문회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인사 검증 보도가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경환 후보자의 부적절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분명 인사 검증 보도가 필요하고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기자들의 취재원은 국회의원들, 특히 야당 의원들의 정보입니다. 그렇다보니 의혹만으로도 쉽게 기사화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지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후보자 측 실무자들의 말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원실에서 우리의 설명은 쏙 빼고 의혹만 자료로 냈더라’, ‘충분히 설명드렸는데 ’연관성‘이라는 말로 의혹을 제기하더라’ 등등. 의혹, 검증 기사가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도 되새겨 봅니다.

Posted in 2017년 7.8월 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