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문재인 대통령과 ‘통通하였느냐’_MBN 송주영 기자 (정치부)

“어이쿠~어어~어!”
난기류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치 파도타기 하듯 위아래로 출렁인다. 좌우에 서있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춘추관장이 재빠르게 대통령의 팔짱을 낀다. 혹시 넘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의도치 않게 팔짱을 끼게 된 문 대통령은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 단상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문 대통령은 약식으로 기자간담회를 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없던 마이크까지 준비했다. 제대로 ‘소통’하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작정한 듯 기자들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북핵 2단계 해법을 제시했는데, 북한이 핵동결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겁니까?” 등의 날카로운 질문에 문 대통령은 성실하게 답했다. 몇 차례 난기류에 몸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춘추관 ‘북새통’…‘기자단 카톡방’ 만들어 소통
출범 이후 50여 일 동안 ‘소통 행보’는 이어졌다. 지난 5월10일 취임식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 본관 앞에서 몰려드는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었고, 심지어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지를 할 정도였다.
이후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로 오는 동안 문 대통령은 경호 차량의 지붕창을 열어 상반신을 내밀고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심지어 경호 차량은 시속 10~30Km의 느린 속도로 달렸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겠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파격 자체였다.
그런 문 대통령보다 먼저 청와대에 도착한 건, 바로 출입기자들이었다. 속속 모여드는 기자들에 춘추관은 순식간에 꽉 찼다. 심지어 2층에 있는 기자회견장도 콩나물시루처럼 기자들로 빼곡한 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렇지만 출입기자 인원 제한은 없었다. 취재권한 보장 차원이었다. 대신 시대상을 반영하듯 ‘춘추관 출입기자 카톡방’을 만들어 브리핑 일정을 일괄적으로 공지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이 이어졌다. 긴박한 브리핑이 다반사였다. 마감으로 바쁜 오후 3~5시에도 브리핑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불필요한 취재 경쟁을 막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오히려 기자들이 탈진할 정도였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소통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졌다.

수석들 “당분간 전화 안 받겠다”
그런데 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춘추관에서 알아서 실시간 공지를 하는 대신,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임 실장은 “특종도 낙종도 없도록 당분간 공평하게 전화를 받지 않겠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로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운영을 시작해 업무 처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박수현 대변인에게 기자들의 전화가 몰렸다. 한 번에 통화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대기표를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원활한 국가운영은 기자들도 바라는 만큼, ‘통화 채널 단일화’라는 ‘신사협정’은 한 달 넘게 유지됐다.

조금씩 터져 나오는 불만…소통? 공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행정관들에게 ‘기자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전화를 받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며 “다만 수석들끼리 당분간 기자들과의 통화를 자제하고 국민소통수석이나 대변인에게 맡기자”는 암묵적 동의는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소통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라는 점에서 기자들은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물론, 오해일 수 있다. 정권 초기 다양한 채널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올 경우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단 판단에 ‘주의’ 정도 당부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도였다고 해도 오해는 생겼다. 소통 부족 탓이다.
기자들에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기점으로 기자 접촉을 시작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기대해 볼 대목이다. 보통 ‘소통’은 쌍방향을 전제한다. 일방향이면 ‘공지’다. 어느 정권보다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들은 소통에 목마르다.

Posted in 2017년 7.8월 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