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_‘공범자들’ 추적한 이유(뉴스타파 최승호 PD)_MBC 임명현 기자

일시  2017년 7월 11일
장소  서울 정동 뉴스타파 사무실
인터뷰  MBC 임명현 기자(본지 편집위원)

‘대통령께서 언론을 망친 파괴자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는 결국 사안의 가장 핵심적인 당사자를 만나 이 질문까지 하고야 만다. 이것이 그의 취재 방식이다. 보통 어느 정도 관계자들을 만나고 관련 팩트와 자료가 취합되면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 지점에서 멈춰도 취합된 재료들을 잘 가공하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유혹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선 경험적으로 증명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기어이 마지막까지 추적해 사안의 당사자들을 죄다 만나고야 만다. 설령 그들의 입에서 ‘진실’을 토해내게 하는 데까진 이르지 못하더라도, 시민을 대신해 시민이 하고 싶은 질문을 당사자에게 직접 던지고야 만다. 그리고 진실을 삼킨 채 그 장소를 피하려는 당사자들을 따라가고 또 따라간다. 황우석 때도 그랬고, 검사와 스폰서 때도 그랬고,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추적한 <자백>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MBC 해직자이자 뉴스타파 PD, 여기에 영화감독이라는 정체성까지 손색없이 어우러진 최승호 PD를 만났다. 그가 이번엔 공영방송 장악의 ‘공범자들’을 추적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찾아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범죄’ 과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결과물인 영화 <공범자들>은 최근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8월 17일 정식으로 개봉한다.

<자백>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작품의 기획은 언제쯤부터 하셨던 건가요.
자백을 끝내고, 한 12월쯤? 작년 12월쯤 됐을 때 막 탄핵으로 가고 있었잖아요. 자백을 끝내고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는데 탄핵 국면으로 죽 가니까, 이러다 대선을 갑자기 빨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경우에 자칫하면 세상은 바뀌었는데 공영방송만 안 바뀌고 남아있는 상황이 될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뭔가 국민들한테 그동안 공영방송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알릴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유사한 주제로 한예종 김진혁 교수가 연출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 있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비슷한 면이 많죠. 많은데, 차이가 있다면 그 작품은 7년 동안 있었던, 주로 해직자들이 당했던 일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프로그램인데, 이거(‘공범자들’)는 이른바 가해자들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은 영화죠. 그래서 제목이 공범자들이고, 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의 과거 그 당시 모습과 지금의 모습, 또 그 사람들과 싸웠던 사람들의 과거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이 보여지는 그런 영화죠.

가해자들의 모습을 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는?
가해자들이 많이 나와야 재미가 있죠(웃음). 그리고 가해자들이 어떻게 했는가를 봐야 분노가 일어나는 거고. 피해자들의 모습이라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면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좀 부족하죠. 가해자들,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그들의 그런 모습들이 이번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죠.

‘공범자들’에 포함되는 인물의 기준이랄까? 그런 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우린 뭐 이제 주로 사장 쪽(웃음). 9년이잖아요 무려. 9년이 되다 보니까 MBC랑 KBS 사장도 다 소개하기 힘들어. 9년 동안 사장만 몇 명입니까. 그래서 다 할 수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일부 애매한 사장들은 결국 뺐어요. 취재는 다 했는데. 그분들은 섭섭해하실 지 모르지만(웃음). MBC 보도국의 박상후 부장이나 시사교양국의 윤길용 국장 같은 경우는 캐릭터가 워낙 독특해서 포함시켰죠.

해직자로서 ‘공범자들’을 추적하다

직접 만나보면서, 그들에게서 공통점 같은 걸 발견하셨는지요.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런 게 있죠. 양심이나 이런 게 마비된 것 같은 증상을 보이는 스타일이고. 그래도 조금씩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차라리 김재철 씨는 어쨌든 최소한 자기가 후배들한테 좀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런 정도 얘기는 해요. 그런데 안광한 씨는 정말 이 사람이 MBC 사장을 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도망 다니기 바쁘고. KBS 길환영 사장 같은 경우도, 길 사장은 그래도 도망가진 않았어. 도망가진 않았는데 그 사람 답변 내용이 좀 심하더라고요. 여기서 자세하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자백>에서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직접 만났는데, 그때 받은 느낌과 차이가 있었는지? 아니면 비슷했나요?
김기춘이나 이런 사람들 만날 때는 어쨌든 내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웃음). 어쨌든 취재하는 입장이니까, 부인을 하고 이래도 부드럽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질문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안 되더라고. 역시 당사자가 되다 보니까, 나는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해고도 되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화를 내게 되고, 그런 부분들이 좀 있었어요. 안광한 만나고 백종문(*MBC 부사장) 만나고 이러니까, 그런 게 잘 안 지켜지더라고. 게다가 백종문은 나 보고… 뭐 이건 스포일러니까(웃음), 하여튼 참 기가 막힌 얘기를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거나 반성하는 것 같은 사람은 없었나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같은 경우는 내 예상보다는 더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해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모드였어요. 당시에 자기도 김재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채로 사장을 시켰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김재철 이후에 MBC가 과거의 명성이 다 사라진, 이런 상황이 돼서 자기도 마음이 아프다 그런 얘길 했습니다.

‘언론 적폐’의 진정한 청산을 위해

이른바 ‘언론 적폐’ 청산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대체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수행을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느냐가 고민되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현 공영방송 경영진의 퇴진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의 문제가 있고, 또 청산해야 할 ‘적폐’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볼 거냐의 문제도 있는데 이런 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어려운 문제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서 다들 조금씩 생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소한 내가 생각할 때는 새로 재출발하는 공영방송은 굉장히 자유로운 방송이 돼야 하고, 정파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거기서 어떤 큰 집단이, 다음 정권이나 새로운 어떤 정파가 자신들을 해방시켜주기를 기다리고 갈구하고 투쟁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면 그것은 굉장히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물론 당연히 부역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철두철미하게 청산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만큼 그 사람들은 잘못을 많이 했어요.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선, 조금 더 열리고 서로 위로하고 관대해지고 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장은 고대영 사장이나 김장겸 사장이 모두 건재한 상황입니다. 기자들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상황을 열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기대하는 게 있으신지요.
저는 물러가라 구호 외치고 이런 것도 중요한데, 기본적으로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싸우는 게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PD수첩>이나 <시사매거진2580> 같은 곳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변화를 자꾸 추구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저들이 탄압을 한다면 그걸 이기는 싸움.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동반되면 일반 국민들한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근데 프로그램 면에서는 대충대충 하고, 다른 쪽에서는 구호 외치고 이런 식의 싸움으로 비춰지면 그건 좀 한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밖에 있는 사람의 한가한 시각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가지고 싸우려는 노력이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정상화’, 그 후

정상화 이후 공영방송의 보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일단 공영방송이 굉장히 국민들께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공영방송 뉴스나 프로그램이나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조사하고 밝히고 사죄하고 이런 과정이 필요할 거라고 봐요. 당당하게 국민들 앞에서 ‘우린 불편부당하게 지금의 권력도 비판하겠습니다’ 자신 있게 나가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봐요. 그게 현 정부를 도와주자 이런 뜻이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불편부당성을 추구해 나가면서도 그 방식은 굉장히 섬세하게 해 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in 2017년 7.8월 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