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산골 시외버스 부당요금 10년만에 인하_전주MBC 유룡 기자

산골 시외버스에 숨겨진 10년 동안의 비밀…부당요금 징수

전국이 고속도로로 사통팔달 연결되는 시대이다. 웬만한 곳은 만원 남짓을 내면 서울까지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도(道)내에서도 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는 산골이 있다. 그래서 도청 소재지 한번 나오는 것이 주민들에게는 큰 고통이고 한여름 계곡을 찾아 떠나는 피서객에게도 만원이 넘는 값비싼 버스 요금은 큰 부담이다.

100km, 200km 떨어진 다른 지방도 아닌 바로 이웃 시군을 가는 시외버스 요금이 이처럼 비싼 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현행 ‘국토교통부의 시외버스 요금, 운임 및 요율 기준’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경유하면 1km 당 62원을 징수할 수 있는데 일반국도를 통과하면 2배인 116원을 징수할 수 있다. 그래서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좋아한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경사로에는 할증 요금까지 붙일 수 있다. 전국에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뚫렸지만 여전히 버스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다니는 이유이다.

전라북도의 동부 산간 무주, 진안, 장수에서 바로 한 달 전까지 이런 못된 짓거리가 계속됐다. 이용객의 대부분은 시골 노인과 학생이다. 영문도 모르고 달라는 대로 돈을 주었다. 편도 900원, 연간 3억 원 이상 버스회사는 수익을 챙겼다. 전라북도 뿐 아니라 경상도에서, 강원도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노선이 합당한지 추궁하고 요금 체계가 정상인지 따져 묻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요금을 내리는 버스는 없을 것이다.

산골마을에서 시작된 서명운동 바람…촛불집회 못지 않은 감동

요금을 더 받기 위해 10년 동안 구길을 고집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가자 지역 주민들이 분노했다. 어떻게 화를 내야할지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촌로들이 요금 인하 탄원 서명부를 만들어 경로당에, 농협에 비치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굽은 손으로 이름 한자 한자를 적어 내려갔다. 전국이 촛불로 뒤덮였던 지난 겨울, 진안이라는 작은 군에서는 서명운동이라는 감격스러운 혁명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지역 정치권과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속도로가 뚫린 지 10년, 분명 요금을 내리는 방법을 알 터인데, 그들은 그 긴 시간을 침묵했다. 도의원님들도 저희 버스회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자 나는 형편을 이해해 주신다는 버스회사 전무의 인터뷰가 나가자 민심은 뒤집어졌다. 도의원들이 도지사를 붙들고 빨리 요금을 내려달라고 통사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지사 역시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밑거래, 조삼모사 행정…그러나 원칙과 나라를 바로 세우는 뉴스

전라북도는 뉴스 보도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요금을 900원 인하한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행정이 늘 그렇듯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900원을 부당 징수해 벌어들이던 연간 3억 원을 손실보전 처리해 줄테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요금을 내리라는 물밑대화가 오갔던 것. 전주MBC뉴스는 도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이런 행태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보조금 없이 요금이 인하된 남원 지역 사례를 들어 원칙을 따져 물었다. 2달 만에 버스업계가 손을 들었다. 보조금 없는 요금인하. 12개 노선 45편 버스의 요금이 900원씩 일괄 인하됐다.

요금 인하 첫날, 늘 4,600원을 내고 전주에 나오던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요금이 3,700원으로 뚝 떨어진 것. 거스름돈을 세어보고 또 세어봤다 한다. 버스는 이제 구불구불한 산길 대신 고속도로로 고객을 안전하게 모신다. 뉴스는 여기까지이다. 하지만 뉴스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전국에 아직도 산길을 고집하는 수많은 버스가 있을 것이다. 지역 방송의, 지역 신문의 누군가가 이런 불합리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국토부가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전국의 버스 노선이 몇 개인가? 지역의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끝)

Posted in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작 취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