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 기자의 건강 이야기_사람은 어떻게 늙는가?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_KBS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사회1부)

사십 줄에 들어서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흰 머리카락을 도저히 감출 수 없다. 오십견이 일찍 찾아온 것인지, 한쪽 팔을 잘 들어 올릴 수 없다. 또, 엎드려 잔 뒤 얼굴에 생긴 베개 자국도 반나절 넘게 지워지지 않는다. 피부의 탄력이 그만큼 떨어진 탓이라. 그리고 모처럼 다녀온 휴가지에서 난 화들짝 놀랐다. 딸아이와 수영을 즐기러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는데, 내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팔과 어깨, 가슴 근육은 빈약한데 배가 불뚝 튀어나와있다.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실이다. 이렇게 신체 노화를 마주하게 되면 자연스레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기자라고 늙는데 예외가 있을까? 건강에 대해서 많이 안다는 의학전문기자조차도 세월의 흔적을 피해 갈 수 없다. 다만 바라기는 의학적 관점에서 노화 과정을 잘 이해하면 유한한 삶을 좀 더 지혜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믿을 뿐이다.

노화… 가까운 게 안 보이고, 고음이 안 들린다
노화에 따른 육체적 변화부터 살펴보자. 제일 많이 공감하는 게 노안이다. 50세 전후로 수정체가 두꺼워져 밤에 사물이 잘 안 보이고, 가까운 물체에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스마트폰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가급적 손을 멀리 떨어뜨려 본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다음은 모발의 변화다. 물론 유전적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40대가 넘어가면 흰머리가 부쩍 늘고, 나이를 먹을수록 두피의 모낭 수도 줄어들고 머리카락도 빠진다. 당연히 남은 머리카락의 성장 속도도 점차 느려진다. 풍성한 머리가 주는 자신감은 온데간데없다. 다음은 청력이다. 50세 중반 넘어가면서 고막이 두꺼워지고 귓속이 위축되면서 고음이나 고주파 음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감퇴한 청력은 후배 기자들과 소통을 어렵게 한다.

뇌, 심장, 폐도 같이 늙는다
노화가 여기에 국한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심각한 건 뇌와 심장, 폐 등 중요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뇌 기능의 경우 집중력과 어휘력, 표현력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지만, 기억력은 20대 이후부터 서서히 감퇴한다. 나이 들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기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건 이 때문이다. 젊을 때 한번 배우고 습득한 걸로 노년을 버티는 셈이다. 심장은 어떨까? 20세 이후 심장박동은 감소한다. 분당 최대 박동수가 20대엔 200이었던 것이 30대엔 190, 40대엔 180, 50대엔 170, 60대엔 160으로 떨어진다. 전신에 혈액을 돌리는 심장도 오래된 자동차 엔진처럼 시원치 않게 된다. 폐 기능도 마찬가지다. 흉벽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굳어지면서 한번 숨을 내쉴 때 호흡 근육에 부담은 더 가중된다. 이렇게 되면 나이가 들수록 숨을 내쉬어도 폐 속에 남아있는 공기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 실제 호흡량 감소로 이어진다.

노화…. 거미형 인간으로!
이제, 근육과 뼈, 지방을 살펴보자. 근육량은 줄고, 뼈의 칼슘은 빠져나가 골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근육이 준다는 건 골격근이 주로 붙어있는 팔다리가 앙상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뼈도 약해지면서 안으로 굽어 몸이 구부정해진다. 반면에 체지방은 증가한다. 뱃살이 나오고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낀다. 거미형 인간으로 변신이다.

노화를 인정하라
노화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성공적인 노화의 표본은 있다. 100세 나이에도 자전거를 타거나 혼자 독립적인 생황을 영유하고, 죽을 때까지 큰 질환 없이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얼마나 멋지고 부러운가? 하지만 이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그렇다면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는 어디 있단 말인가? 타고난 걸까? 노력으로 되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운일까? 난 정답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란 건 안다. 최대한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그게 어렵다면 노화를 인정하고 인생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길뿐이다. 사실 전자는 쉽지 않다. 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 끊기가 어디 쉬운가? 다이어트가 맘대로 되는가? 차라리 노화를 인정하고 거기에 걸맞은 삶의 행복을 찾는 게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항노화의 멋진 비결을 기대했다면 용서를 구한다. 항노화만큼 허상이 없다. 오히려 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남은 생을 더 뜨겁게 할 수 있다.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서 젊은 시절 인생의 황금기를 짧게 경험하다 노인이 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Posted in 2017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기자의 건강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