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저널리즘 트렌드 _플랫폼 전쟁과 저널리즘 위기_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구글의 방송 광고 프로그래머틱 바잉
신규 수익을 탐색하기 위한 플랫폼의 행보는 언론사의 경계대상이다. 막강한 자금력, 탁월한 기술력, 우수한 인재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들은 언론사들의 전통적인 먹거리 영역을 순식간에 뒤흔들고 집어삼킨다.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60% 이상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잠식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1)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사들은 플랫폼의 종속 상태에 놓이거나 파산을 경험해야 했다. 같은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이 전장에서 탄탄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플랫폼을 단일 언론사가 당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올해 초부터 구글이 역동적으로 탐내는 영역이 하나 있다. 전통 방송 광고 시장이다. 구글은 한차례 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구글 파이버가 지난 4월 말 클라이피디Clypd, 와이드오빗Wideorbit과 손잡고 방송 광고를 실시간 프로그래머틱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2) 얼마나 많은 미국 내 방송 광고가 이것의 거래 대상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전 지역 단위에서 검증된 광고 거래 기술을 확보한 클라이피디와 와이드오빗 그리고 구글이 소유한 파이버Fiber와 더블클릭DoubleClick까지 합세하면 시장에 미칠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프로그래머틱과 플랫폼의 시장 장악
‘프로그래머틱 바잉’은 광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광고 거래 기술3)이다. 자동화한 경매 방식으로 광고가 프로그램, 즉 기계에 의해 거래된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당 방송을 시청하느냐를 데이터로 분석하면, 반대편에서는 광고주의 기대를 실시간으로 만족시키는 광고와 매칭을 시킨다. 이 모든 작업이 증권거래소처럼 순식간에 처리되고 매매된다. 애드익스체인지라는 일종의 광고 거래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구글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글이 전통적인 방송 광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그리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케터의 통계를 보면 그 추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5년 연평균 14.3%에 달했던 글로벌 디지털 광고 성장률은 내년에 9.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4) 이 시장마저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거의 대부분을 나눠먹어 포화상태다. 자연스럽게 다른 광고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 비디오 시장 진출은 그래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남은 건 기존 방송사들이 움켜쥐고 있던 거대한 전통 TV 광고 시장이다.
구글이 초고속 인터넷과 케이블TV 서비스 기업인 파이버를 통해 직접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TV 옆 셋톱박스를 장악할 수만 있다면 이용자의 시청 패턴처럼 TV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중에 넣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자사 사용자 데이터와 통합하고 연결하면 21세기 오일머니인 ‘데이터머니’가 탄생하게 된다. 구글은 한차례 실패를 자양분 삼아, 기술력과 영업 네트워크를 갖춘 신규 플레이어들과 손잡고 전통 TV 광고 시장을 다시 넘보는 중이다.

플랫폼의 독점 방식과 저널리즘 위기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플랫폼 또한 속성상 독점을 지향하지만, 이를 구축해가는 방식은 전통 산업과 다르다. 플랫폼은 자신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영역(버티컬 영역)에서 사용자를 확보한 뒤 이를 네트워크화한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과 반복을 거치면 거대한 독점의 생태계가 구축된다. 독점의 원료는 데이터이고, 이렇게 구축된 네트워크는 견고한 진입 장벽이 된다. 플랫폼이 구축한 독점의 생태계에선 데이터 접근의 불평등이 일반화한다. 모든 데이터가 특정 플랫폼으로 집중되면서 통제의 집중화도 발생한다. 수집된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독점력은 확대된다. 이 공간에서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데이터를 넘겨준 대가로 회수하는 기대 이하의 수익뿐이다.
데이터의 양은 제어권의 핵심이다. 셋톱박스로 흘러나가 플랫폼에 귀속된 시청자 데이터는 다시 언론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플랫폼은 열려있지만 데이터 저장소는 닫혀있다. 데이터 접근권에 대한 비대칭성은 언론사 수익의 불확실성으로 귀결된다. 국내 포털과 언론사의 광고 수익 규모의 간극은 미래에 닥칠 방송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만약 실물 경제의 침체로 광고 시장 전반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라도 하게 되면, 플랫폼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언론사에 그 비용을 전가할 것이다. 광고 수익으로 고비용 저널리즘의 품질을 유지해왔던 언론사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뉴스룸 축소, 비용 절감 압박은 플랫폼 종속으로 저널리스트가 당면하게 될 내일의 풍경이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이처럼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언론사와 플랫폼의 관계 정립 중요성
토우 센터 에밀리 벨은 2016년 한 기고문에서 “뉴스 소비자는 누구의 소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5) 플랫폼이냐 언론사냐로 대립하는 관점,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플랫폼과 언론사와의 관계가 공공 영역과 민주주의에 미치는 함의를 탐구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두 주체의 관계는 저널리즘의 지속성과 품질, 윤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언론사는 신중하게 관계를 정립해가야 한다.
대선을 거치며 국내 언론사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상업적 이해가 빚은 조어와 담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했다. 하지만 그 담론의 태풍 속에 언론사 자신이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구글이 방송 광고를 프로그래머틱 바잉의 생태계 속으로 빨아들이겠다는 기술 및 수익 전략은 궁극적으로 언론사의 데이터 주도권을 흡수하겠다는 신호다. 이러한 시도를 비단 구글만이, 그리고 영미권에서만 감행할 것이라는 관행적 사고에서 벗어나자. 구글 애드센스가 한국의 인터넷 언론사 디지털 광고 수익의 주축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구글의 한국 진입을 방어하는 네이버가, 그리고 카카오가 한국 시장의 독과점적 위상을 구글에 내줄 리도 만무하다. 그들 또한 비어있는 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군분투했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고 네트워크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 접근권을 잃어버리면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미 플랫폼과의 ‘데이터 전쟁’은 시작됐다. 이번엔 방송사 차례다.

 


1) https://www.emarketer.com/Article/Google-Facebook-Increase-Their-Grip-on-Digital-Ad-Market/1015417
2) https://doubleclick-advertisers.googleblog.com/2017/04/bridging-gap-between-tv-and-digital.html
3) 일반적으로는 애드테크(Ad Tech)로 불린다.

4) http://hispanicad.com/agency/business/global-ad-spending-growth-double-year
5) https://www.cjr.org/tow_center/platforms_and_publishers_new_research_from_the_tow_center.php

Posted in 2017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이성규의 저널리즘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