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_방송의 선거보도 관행_김춘식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선거 국면에서 방송이 채택하는 뉴스 보도 방식은 저널리즘 실천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는가? 기사 내용분석만으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을 얻기 힘들지만, 오랜 기간을 대상으로 방송의 선거쟁점 보도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적어도 형식적 측면에서 지배적인 보도 관행이 민주주의 언론의 저널리즘 실천에 던지는 함의를 탐색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자나 정당을 대상으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의도적으로 폭로한 사안 열 가지2)를 선정한 후,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들 쟁점 사안을 어떠한 방식으로 보도했는가를 살폈다.

먼저, 방송은 앵커가 뉴스 주제를 말하고 현장 취재기자가 세부 내용을 전하는 ‘앵커+기자현장중계’ 형식을 채택해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게 하나의 전형이 됐다(<그림 1>). ‘앵커+기자현장중계’ 형식을 채택한 뉴스는 1992년 대선에서 58.2%로 절반을 좀 넘었지만 1997년 대선에서는 81.9%로 급증했고 2002년에는 98.5% 그리고 2012년에는 95.7%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앵커가 단독으로 전하는 형식은 1992년에 39.7%에 달했지만 1997년에 17.2%로 급감했고 2002년 이후에는 사안별로 5%를 넘지 못했다. 앵커와 기자가 스튜디오 혹은 현장에서 대화식으로 진행하는 형식은 1% 정도에 불과했다.

둘째, 방송 뉴스의 ‘어깨걸이’는 종이신문 기사의 제목에 해당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목에 인용 부호가 등장한 기사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그림 2>). 1992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쟁점 열 개를 다룬 1,723건의 기사를 분석해보니 제목에 인용부호를 사용한 기사의 비율이 1992년 선거에서 2.4%에 불과했지만 2007년 선거에서 57.7%로 급격히 늘어났고 2012년 선거에서는 무려 81.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언론사별로 비교해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그림 4>에서 보듯이 MBC의 경우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비율이 가장 낮았지만 2012년에는 다른 두 방송사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SBS의 경우 2002년 선거에서 63.9%를 차지해 KBS의 3.3배 그리고 MBC의 6.6배에 달했다.

KBS의 경우 2012년 선거에서 86.0%로 SBS(79.6%)와 MBC(78.2%)보다 높았지만 통계적으로는 방송 3사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지상파방송 3사의 경우 정치적 쟁점을 보도하면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부호로 처리하고 이를 제목으로 삼는 보도방식은 현재의 시점에서 하나의 보편적 관행이 된 셈이다.

셋째, 기사의 제목에 홑따옴표와 겹따옴표가 등장한 사례는 각각 50.7%와 46.2%였고, 겹따옴표와 홑따옴표를 함께 사용한 기사는 3.1%에 불과했다. 제목에 겹따옴표를 사용한 기사 333건을 대상으로 살펴보니 한쪽 입장만을 전한 제목이 78.1%로 쟁점의 이해당사자 양쪽의 입장을 전달한 제목(21.9%)보다 3.6배나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양쪽의 입장을 함께 담는 인용부호 사용이 증가했다. 가령, 2012년 대통령선거의 경우 겹따옴표를 통해 한쪽의 입장을 소개하거나 양쪽의 입장을 인용한 제목에서 취재원 발언의 일부를 그대로 발췌하여 인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사안별로 약간의 차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노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의혹 보도의 경우 본문 취재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제목이 많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기사의 경우 취재원 발언 가운데 몇몇 단어를 추출하여 조합한 제목이 많았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의혹 제기 혹은 폭로의 주체에 따라 제목 편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넷째, 기사의 제목에 등장한 취재원을 최대 3명까지 분석한 결과 가장 자주 인용된 취재원은 의혹을 제기하거나 특정 사안을 폭로한 이들, 그리고 이러한 의혹이나 폭로의 대상이 된 정당이나 후보자였다. 본문 취재원을 5명까지 확인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혹제기와 폭로가 정당 간 고소·고발로 이어져서인지 검찰 또한 주요 취재원의 하나였다. 방송은 취재원의 발언을 전하면서 주로 단순사실전달형(말했다, 전했다, 밝혔다 등) 술어를 주로 사용했고, 다음으로 주장·강조 혹은 촉구·경고의 순이었다. 취재원 순서에 따라 사용된 술어 유형이 상이했는데, 처음 등장한 취재원의 발언의 경우 ‘지적했다·비판했다’는 술어로 묘사했고, 이후 등장하는 취재원 발언의 경우 ‘해명했다·항변했다’는 술어로 처리된 경우가 많았다.

요약하여 정리하면 방송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쟁점을 보도하면서 외형적으로 편파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인용부호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를 기사의 제목으로 삼는 보도방식이 하나의 관행이 됐다. 이러한 관행은 방송으로 하여금 특정 정당이 소속 정치인이나 대변인의 입을 빌려 경쟁 후보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기자회견 내용을 단순히 매개하는 데 그치게 해 방송의 역할을 ‘감시자’가 아닌 ‘단순 전달자’로 변모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거 국면에서 영향력이 큰 방송이 전달자 역할에 그치게 되면 정치 엘리트의 관점이 뉴스를 지배하게 되어 그들의 권력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방송이 민주주의 기능(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나 주장을 듣고 비교할 수 있는 공공 포럼을 제공)에 충실하려면 기계적 균형성을 객관성으로 간주하는 작금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1) 사단법인 언론과 사회의 기획세미나 <민주화 30년의 한국 언론: 비판과 성찰>(2017년 5월 12일)에서 발표한 논문(“민주화 이후 대통령선거 보도 관행과 방송의 민주주의 기능의 퇴행: 정치권의 ‘의혹제기’와 ‘폭로’에 관한 보도내용 분석(1992년-2012년)을 중심으로”)에서 분석 결과를 발췌 요약하여 작성했음.
2) 연구자가 선정한 열 가지 쟁점사항을 선거별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992년(초원복국집사건, 현대그룹 선거개입,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한준수 연기군수 부정선거 폭로), 1997년(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 DJ 비자금 의혹), 2002년(김대업 사건), 2007년(BBK 주가조작 사건), 2012년(노 전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

Posted in 2016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