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선 보도 몇 점? ⑥ 팩트체크_‘팩트체크’를 체크한다_<방송기자> 편집위원회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저널리즘의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현상은 ‘팩트체크’의 성행이었다. 여기서 ‘팩트체크’는 언론사가 기사를 출고하기 전에 사실관계의 오류를 점검하는 전통적인 의미가 아니라 제기된 발언의 사실관계에 오류가 없는지를 사후적으로 따져보는 형태를 지칭한다. 2014년 JTBC가 동명의 코너를 만들면서 도입된 팩트체크는 대선 기간에 접어들면서 거의 모든 매체들이 앞 다퉈 선보였다. 그만큼 나름의 성과도 있었고 시청자와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음을 방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SBS가 별도 코너를 만들어 메인뉴스에 방송하였고, KBS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선 토론 과정에서 나온 후보자 발언의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대선 기간 이들 방송사가 다룬 팩트체크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선거 보도를 돌아보려 한다.

‘팩트’ 아닌 ‘검색’ 체크… 혼란 부추길 수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지원 액수는 모두 얼마였을까.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제기한 문제를 두고 각 언론사의 팩트체크 코너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통일부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고 하면서도 그 액수가 언론사마다 서로 달라서, 한 쪽에서는 ‘부풀려진 발언’이라고 판정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정부 지원 액수에 민간 지원 액수를 더하면 해당 후보의 말은 ‘거의 (사실과) 비슷하다’고 판정하였다. 팩트체크로도 논란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통일부 자료가 어떤 기준으로 집계돼 발표됐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빼놓아도 그렇다. 후보 간 격렬한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두고는 어느 기관의 답변을 기준으로 삼았는지에 따라 판정 결과가 달라졌다.
기존 언론보도에 대한 불신 해소와 반성 차원에서 시작된 팩트체크가 불신을 키워온 자사 또는 타사의 보도를 오히려 검증의 기준으로 삼아 혼란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만 셈이다. 팩트체크도 언론사 입장에서는 결국 또 하나의 ‘기사’이기 때문에, 밤사이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바로 다음날 뉴스에 소화하여야 한다는 강박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시간의 한계 속에 언론사의 취재가 아니라 검색 실력이 검증의 질을 좌우한다면 팩트체크는 ‘반짝 유행’ 에 그칠 공산이 크다.

팩트엔 정치적 입장이 없다?
검증하려는 명제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참과 거짓 판정이 엇갈리기도 했다. ‘정리해고법을 통합진보당이 함께 만들었다’라는 문장이 한 방송사에서는 ‘정리해고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었다’로 바뀌면서 ‘일부 사실’로 판정된 것이 한 예이다. ‘특정 공약이 기자간담회에서는 포함되어 있었지만 공약집에서는 왜 빠졌나’라는 명제를 검증할 때에도 그것이 누락된 것이냐는 판단은 결국 해당 언론사가 그 사안을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선 보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기계적인 균형만 맞추려는 시도는 팩트체크에서도 일부 나타났다. 특정 일자 기사에 특정 후보에 대한 검증만 이뤄지고, 그것이 계속 부정적인 검증 결과로 나타났을 때 맥락 없이 반대 진영 후보의 발언을 검증 대상으로 삼아 짤막하게 덧붙이는 식인데, 이것 역시 언론사들은 팩트체크를 ‘기사’로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이번 대선 기간 언론사끼리 팩트체크 경쟁이 불붙긴 했지만 특정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네티즌들의 비난 속에 불편부당을 지향한다는 팩트체크의 기본 전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팩트체크, 영향력은 커졌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치권은 언론사의 팩트체크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했다. 후보들이 공식 토론회 도중 특정 사안은 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이라거나, (발언의 신뢰성은 차치하고) 팩트체크 결과 특정 후보의 발언에는 거짓 비율이 상당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한 언급만으로도 상대 후보 발언의 신뢰도를 흔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팩트체크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팩트체크는 포털사이트의 한 섹션을 차지할 정도로 이미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언론사가 그 권위와 영향력을 자산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끔 팩트체크를 남용한다면 팩트체크를 다시 검증하여야 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변화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in 2017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대선 보도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