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선 보도 몇 점? ③ SBS_공약과 의혹 검증에 집중,기사 검증엔 큰 허점_SBS 심영구 기자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대선이 끝났다. SBS의 19대 대통령 선거보도는 얼마나 달라졌고 또 나아졌을까.

대표 공약, 분야별 공약 검증 시도
SBS의 이번 대선 보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검증 기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SBS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둔 4월 6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따져보니…]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표 공약을 검증했고 4월 7일엔 [5-5-2 학제 개편안, 따져보니…], 4월 10일 [‘육아휴직 3년’ 공약, 따져보니…], 4월 12일 [‘식수 전용 댐’ 건설, 따져보니..], 4월 14일 [최고임금 규제 ‘살찐 고양이법’, 따져보니..] 등 연속 보도를 통해 각 후보의 대표 공약을 검증했다. 매 선거 때마다 SBS와 함께 공약 분석을 했던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이번에도 함께 했다.

4월 18일부터는 각 후보의 분야별 공약 검증을 시작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환경 등 각 분야에 걸쳐 15개의 공약을 들여다봤다. 후보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 문제까지 심층적으로 따져보기엔 역부족이었으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전달해 유권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아니면 말고’ 의혹은 팩트체크!
이번 SBS 대선보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본격적인 팩트체크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개편 이후 SBS에서 새롭게 선보인 팩트체크 코너인 <사실은>에서는 3월 25일 [문재인 아들 취업 특혜 논란…감사 내용 보니], 4월 5일 [안철수 부인 ‘1+1’ 특혜 채용?…검증해보니], 4월 6일 [지사직 사퇴 안 한 홍준표…’꼼수 사퇴’ 논란], 4월 7일 [문재인 아들 이력서 논란…제출 시기·내용 오류?], 4월 24일 [홍준표, “DJ, 노 정권, 북한에 70억 달러 줬다”…확인해보니] 등 선거기간 제기된 갖가지 의혹과 공세의 사실 관계를 확인해 TV와 인터넷 기사로 30여 건을 보도했다. 그간 선거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이에 대한 반박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했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시도였다. 특정 후보에게 공세가 집중되면서 보도의 양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웠겠지만 유승민, 심상정 후보와 관련한 팩트체크가 거의 없었다는 건 보완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검증 보도가 늘어난 와중에, SBS에서 발굴해 제기한 이슈는 많지 않았다. SBS는 4월 24일 [“문 아들 뽑은 간부 채용도 규정 위반”], 5월 1일 [“안 부인, 6년간 교수평가 최하위권”] 보도에서 새로운 팩트를 발굴해 보도하긴 했으나 이런 자체 발굴 보도는 단 2건에 그쳤다. 후보 검증팀 자체를 대선을 불과 2주 남짓 앞둔 시점에 급히 구성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선 일정이 급하게 확정되면서 준비가 쉽지 않았던 면이 있었다고 해도 아쉬운 지점이다.

진일보한 선거보도, 그러나…
언론노조 SBS본부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보도 관련 업무를 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대선보도 모니터단을 꾸렸다. 4월 10일부터 5월 8일까지 100명 가까운 조합원이 참여해 보도 모니터를 진행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SBS의 선거보도는 일부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전 선거보도보다도 진일보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5월 2일 그 보도만 없었다면 말이다.
5월 2일 SBS 8뉴스는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1분 33초 분량 기사를 보도했다. 해양수산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세월호 인양시기를 조절해온 것을 비판하는 취지의 기사였지만 취재와 근거는 부실했고 유력 후보의 실명을 언급하는 녹취가 무리하게 사용됐다.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기사 내용과 제목은 더 자극적으로 수정됐다. 뉴스 제작시스템에 만들어놓은 여러 단계의 게이트키핑은 이뤄지지 않았다. SBS는 부실 보도였음을 인정하고 보도 7시간여 만         에 인터넷에 올린 기사를 삭제했고 다음 날인 3일 아침뉴스부터 사과 방송을 했으며 당일 8뉴스 첫머리에 5분 30초에 걸쳐 사과 및 해명 방송을 했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 이 보도를 사실로 단정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SBS는 언론학자와 언론단체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여 5월 15일 부실 취재와 부적절한 데스킹,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게이트키핑, 뉴스제작 시스템의 허점 등을 ‘보도 참사’ 원인으로 확인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페이지 18쪽 참조)

뼈아픈 ‘기사 검증’ 실패
SBS는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결과로 조직 개편을 하고 주요 간부들을 교체했다. 그런데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보도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 ‘참사’는 언론사가 존립할 기본 전제가 되는 취재와 기사 작성의 대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데서 1차 참사보다도 더 큰 문제였다. SBS는 후보 공약과 의혹 검증 및 확인은 비교적 충실하게 진행했으나 자체 기사 검증에는 실패했다. 문제의 기사는 통상적인 대선 보도의 범주에 들어가진 않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정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치 공방의 소재를 제공했다는 점, 보도 뒤 삭제와 사과방송, 진상조사와 후속 조치라는 선거보도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19대 대선 보도 과정에서 빚어진 ‘참사’는 SBS가 언론사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건 지난한 과정이겠으나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SBS 보도준칙을 회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되뇌어 보고 싶다.
“보도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실관계가 왜곡되거나 오도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Posted in 2017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대선 보도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