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선 보도 몇 점? ① KBS_축소·왜곡·편파…특정인물 ‘띄우기’, ‘죽이기’_KBS 정수영 간사 (전국언론노조KBS본부 공추위간사)

KBS 본부의 모니터링은 2017년 KBS 대선방송이 엄정 중립, 공정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예년보다 짧은 기간 동안 치러지는 만큼 조기에 대선방송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조합의 대선방송 감시 활동을 통해 드러난 KBS의 대선방송 문제점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노골적인 국정농단 축소 왜곡
KBS의 국정농단 보도는 절대량부터 턱없이 적었다. 탄핵과 특검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가 쏟아지던 1월 1일부터 2월 5일까지 KBS <뉴스9>에서는 국정농단 및 탄핵과 직접 관련 있는 리포트가 139개 방송됐다. 하루 평균 3.9개다. 반면 같은 기간  SBS <8뉴스>는 281개, JTBC <뉴스룸>은 450개를 다뤄 하루 평균 각각 7.8개, 12.5개를 방송했다. SBS의 절반 수준이며 JTBC와 비교해서는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당연히 다음과 같은 주요 국정농단 속보는 KBS뉴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KBS는 이른바 ‘고영태 음모론’ 띄우기에도 나섰다. KBS는 ‘고영태 측근 녹취록’을 단독 입수한 사실을 강조하며 그 내용을 연일 ‘단독’ 타이틀을 달고 내보냈다. 2월 9일부터 16일까지만 해도 관련 보도는 10건에 이른다. 그러나 “대통령, 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2월 14일)를 제외하고는 다수가 고영태와 그 주변 인물들이 이권을 위한 음모를 꾸민 부도덕한 무리라고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헌재는 ‘고영태 녹취 파일은 탄핵 사유와 직접 연관되지 않았다’, ‘특별히 새로운 게 튀어나올 게 없다’”라고 밝혔다.
KBS는 탄핵 촛불집회를 특집 다큐로 다룬 <KBS스페셜>도 뚜렷한 이유 없이 불방시켰다. PD협회와 조합이 거센 문제제기를 반복한 끝에 뒤늦게 제작본부장이 사과와 함께 대선 이후 수정해 방송키로 약속을 했으나 이미 방송 적기를 한참 놓친 뒤였다.
그런가 하면 1월 8일 방송된 ‘생방송 일요토론’에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주필이 이른바 보수 논객의 대표로 출연해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늘어놓았다. “DJ도 연평해전 때 월드컵 축구를 관람했지만 탄핵당하지 않았다”, “정유라가 왜 적색 수배냐, 빈 라덴이냐?” 등이었다. 정규재는 변희재, 정미홍 등 친박 수구 인물들과 함께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된 것이라고 허위 주장하며,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위원회’의 발족식의 축사까지 맡았다. 이런 인물을 불러다 놓고 마음껏 발언하도록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반기문·황교안 띄우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올해 1월 12일 KBS <뉴스9>는 톱부터 내리 6꼭지를 반기문 뉴스로 도배하며 무려 11분 16초를 쏟아 부었다. 같은 날 SBS, JTBC, MBC는 모두 반기문 관련 소식을 3꼭지만 다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는 대형 발생 뉴스마저 반기문 관련 보도에 밀려 7번째 꼭지로 나갔다.
‘반기문 띄우기’ 물량공세는 여러 날에 걸쳐도 확인된다. 조합은 반기문 전 총장 귀국 이틀 뒤인 14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KBS <뉴스9>에서 보도된 주요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관한 뉴스의 화면노출량을 조사했다.(문재인 사드발언 논란, 반기문 동생 체포 요청 등 부정적 보도 제외) 그 결과 문재인은 총 385초, 반기문은 495초로 문재인에 비해 반기문이 29%, 110초 더 많은 분량 방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분량을 차별하는 것은 사실 5공 군사정권 때나 써먹던 편파 보도 수법이다.

또한 이 기간 중 KBS는 1월 21일 단 하루만 반기문 뉴스를 리포트로 다루지 않았는데 이 날은 미국 정부가 반기문 전 총장 동생 반기상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게 주요 뉴스로 다뤄지던 날이었다. 하지만 KBS <뉴스9>는 이 소식을 간추린 단신으로 달랑 13초 방송했다. SBS는 이 내용을 별도 리포트로 할애해 1분 50초 동안 전후 맥락과 반 전 총장 측 해명을 포함해서 전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황교안 전 총리가 새로운 여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던 2월 22일, KBS는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1TV를 통해 ‘중계방송 2017 규제개혁 토론회’를 생중계했다. 이 행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00여 명의 토론 참석자들로부터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 건의를 받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황교안 원맨쇼’라 할 정도였다.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 제21조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법 규정 및 보도, 토론프로그램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의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KBS는 이 같은 규정 등을 근거로 당시 문재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의 아침마당 출연을 제한한 바 있다. 그럼에도 KBS는 지지자도 아닌 대선 후보자로 거론되던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한 시간씩 일방적 홍보나 다름없는 형식으로 방송에 노출시킨 것이다.

‘문재인 후보 죽이기’ 편파보도
주요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3월 21일부터 4월 5일 사이 보름 남짓 동안 KBS <뉴스9>는 5차례에 걸쳐 이른바 ‘문재인 아들 채용 의혹’과 관련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文 아들 또 공방…“특혜 연수” vs “문제없어”>(3월 27일) 등 하나같이 문재인 아들 취업 과정에 특혜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는 타 후보 측에서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폭로성 주장들을 여과 없이 받아쓰는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KBS 스스로 만든 ‘19대 대통령 선거보도준칙’에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과 자질 검증에 관한 사항을 보도할 경우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보도해야 한다.’,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폭로성 주장이나 단순한 인신공격성 비방 또는 명예훼손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는 보도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아들의 채용과 관련한 이런 폭로성 주장들의 사실관계를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전달하는 보도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의혹을 퍼뜨리기 위해 확성기 노릇에 그칠 뿐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의혹 관련 내용에 대한 방송분량 배분도 편파적이었다. 4월 3일 방송된 리포트 길이가 총 87초인 가운데 의혹 제기 내용은 46초, 반론은 22초로 해명은 절반도 안됐다. 이보다 앞서 방송된 3월 27일 리포트 역시 의혹 제기 48초, 반론 28초였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자택으로 퇴거하던 3월 13일 KBS 뉴스특보에서는 엉뚱하게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악의적 출연자 발언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특보 진행 스튜디오에 패널로 출연한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헌재 탄핵 선고 뒤 가장 먼저 간 곳이 팽목항, 이것 매우 실망스럽다.’, ‘(문 전 대표가) 모든 것을 적폐라고 표현하고 있는데…그렇게 폐단 많은 나라가 광복 70년 만에 이렇게 잘 사는 나라, 이렇게 민주주의 성숙화 시킨 나라가 될 수 있었나?’ 등의 편향적인 비난 발언을 여과 없이 내뱉었고 이 발언은 여과 없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적인 보도 태도는 이어졌다. 4월 25일 <뉴스9>는 “문재인 후보 아들을 채용한 고용정보원 책임자 자신도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누렸으며, 해당 인물이 노무현 정권 인수위원 출신임을 강조해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위해 아들 채용 특혜를 주었을 것 같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자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았을 뿐 문재인 캠프 반론이나 해명은 넣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KBS는 안철수 후보 부인이 교수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는 데 대한 문재인 후보측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확연히 다르게 보도했다. 안철수 후보측 반론은 물론 실제 교수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취재 내용까지 충분히 다뤘다.

SBS가 스스로 오보임을 시인한 ‘세월호 인양 문재인 거래 의혹’에 대한 보도도 불공정했다. 5월 3일 KBS는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정치권 공방> 리포트를 내보내며 2분 19초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KBS는 국민의당 측이 공개한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의 발언 영상을 그대로 전하고 ‘SBS 보도내용과 맥락이 같다’,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다’고 보도하는 등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한편 SBS가 사과 보도한 것은 보도 말미에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는 SBS 오보가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듯 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JTBC의 경우 문 후보 측의 항의와 SBS의 여러 차례에 걸친 사과 보도를 전한 뒤 다른 후보들이 문 후보가 언론사에 압력을 가했다며 공세를 취한 사실을 보도했다.

 

Posted in 2017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대선 보도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