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기획보도상_특별기획 검은 삼겹살_전주MBC 유룡 기자

[보도특집 <검은 삼겹살>취재 후기 / 전주MBC 유룡 차장]

 

내 나이 25살의 결심 그리고 한국방송기자대상. 그러나 갈 길은 멀다.

 

‘20년 전, 1년 동안의 지구촌 배낭여행이 지금의 나를 만들다.’

 

1996년 IMF 외환위기가 오기 1년 전, 세상은 평온했다. 방송사마다 기자를 20-30명씩 뽑을 때였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는 입사시험에 응시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 대신 1년 동안의 지구촌 배낭여행을 결정했다. 몸은 커졌지만 머리와 가슴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 지구촌 구석구석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가 사는 한국이 과연 어떤 곳이며 나는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확신이 필요했다. 앵무새가 아닌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20년이 지난 2016년 여름, 육식의 반란 4번째 이야기인 <검은 삼겹살>을 발표했다. 내 나이 25살에 목격했던 한국의 어리석음. 주는 대로 먹는데 익숙하고 돈이 되면 아무 것이나 파는데 급급한 한국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았다. 카메라 기자와 함께 다시 한 번 작심하고 지구촌을 일주했다. 남태평양 피지, 중남미 칠레, 서유럽 스페인, 동유럽 헝가리,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며 한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보도특집 다큐멘터리를 발표할 때마다 마치 벌거벗은 몸을 세상에 내놓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기자의 작품에는 인생이 집약된다. 25살에 ‘어떤 방송인이 되려하는가?’ 라는 질문을 가슴에 품고 세계 일주를 떠났던 나, 당시 어렴풋한 해답을 얻었고 방송은 줄곧 외길을 걷고 있다. 지구라는 자원은 유한하다. 환경은 지켜야한다. 부귀는 쉬 사라진다. 지역사회가 건강해야 나라와 국민이 행복하다. 세상에 ‘지속 가능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자본의 탐욕과 기업논리가 지배하는 의식주…삼겹살은 죄악이다.’

20년 전 세계 일주를 하면서 지구촌 어디에서도 돼지뱃살을 우리처럼 게걸스럽게 구워먹는 나라를 보지 못했다. 고단백,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이 고기의 원칙이었다. 지방덩어리 부산물과 잡고기를 섞어 파는 햄버거 페티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 문제가 이미 심각한 사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난을 막 벗어던졌던 나라,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가장 나쁜 식습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은 일본에서 수입해가지 않아 남아돌던 부산물, 돼지뱃살을 고기로 착각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보급되자 불판에 기름덩어리를 구워먹는 위험한 식문화가 급속도로 보급됐다. 기름을 불에 태우면 PAH와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까맣게 달라붙는다. 돼지뱃살이 인기를 얻자 유통업자들은 국내산도 모자라 해외에서 헐값에 뱃살을 들여왔다. 지구촌 돼지뱃살의 1/4를 수입해 저녁마다 파티를 벌였다. 비만 돼지를 양산하던 농촌에는 구제역이 창궐했다.

대한민국 어느 한구석 올바른 곳이 있겠냐마는 의식주마저 이 꼴이라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삶의 기본이자 생존의 조건인데 여전히 돈벌이를 위한 거짓이 횡횡한다. 한국의 소비자는 소비자가 아니다.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직원인양 주는 대로 먹고, 내라는 대로 돈을 낸다. 한국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국내외 축산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2016년 12월, 다큐 <검은 삼겹살>이 해외로 진출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ATF(asia tv forum&market) 출품작으로 선정된 것. 감개무량했다. 그러나 부끄러웠다. 지방에서는 <검은 삼겹살>에 대부분 방송됐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방송되지 못했다. 탐욕스러운 자본이 세상을 뒤흔들면서 건강한 의식주, 합리적인 경제에 대한 논의가 한참 뒤로 밀리고 있다. 한국방송기자대상은 그래서 소중하다. 작품이 빛을 볼 수 있는 길이 조금은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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