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_노종면의 ‘일파만파’_노종면 YTN 해직기자

요즘 주식회사 일파만파의 대표이사로 살아가고 있다. 일파만파는 6월에 법인 등록을 마친 신생 회사이고 직원이라고는 아직 달랑 한 명뿐인 작디작은 회사지만 여러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오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시민의 날개,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각 단체를 대표하는 분들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다. 직원 수가 조금 늘긴 하겠지만 회사로서의 주요 업무 기능을 아웃소싱으로 대체한다. 사무 관리도, 광고 영업도 참여 단체들이 맡아주는 방식이다.

사실 남다르다고 내세울 수 있는 건 일파만파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사업의 영역을 굳이 분류하자면 미디어 플랫폼 사업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뉴스 큐레이션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이다. 이렇게 분류하고 보니 남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핵심은 ‘집단 편집’에 의한 뉴스 큐레이션이다.

일파만파란? 집단편집(crowd curation)에 기반을 둔 미디어 플랫폼 사업
집단편집. 영어로 crowdsourced curation, 줄여서 crowd curation이라고 한다. 혹시 들어보았는가? 아마 처음일 거다. 왜냐면 내가 만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집단편집은 언론의 편집 권한을 뉴스 소비자 집단이 행사하는 체계이다. 편집의 대상은 세상의 모든 뉴스이고, 기성 언론사의 것이든 개인의 것이든, 뉴스의 형식이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수십 명 뽑아서 편집 회의라도 하는 방식인가 싶겠지만 그 정도 규모에 ‘집단’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일파만파의 집단편집은 최소 수천 명에 이르는 편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참여하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일파만파는 SNS에서 길을 찾았다. 편집단 한 명 한 명의 SNS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거기에 올라오는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분석 알고리즘에 편집 개념을 심을 수만 있다면 수천, 수만 명이 참여하는 집단편집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가중치 알고리즘’으로 ‘많이 본 뉴스’류와 구별
조회, 공유, 추천, 댓글 수 등의 통계에 기반을 둔 뉴스 큐레이션 알고리즘은 흔하다. 일파만파 역시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SNS 계정에 게시되는 기사 등이 얼마나 공유되고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었는지 통계를 낸다. 모든 개인이 아니라 편집단에 속한 개인들만 통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편집단 개개인의 편집 능력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한다. 편집 능력이 높은 개인의 계정에서 일어나는 공유 등의 반응 횟수는 특정된 배수로 통계에 잡히게 된다. 물론 개인의 편집 능력을 임의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개인 계정에 올라온 뉴스와 집단편집의 결과가 얼마나 부합하는지, 오로지 뉴스를 골라내는 능력만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파만파의 집단편집은 그 주체로 대규모 집단을 전제하지만 모든 이는 아니며, 편집 방식이 다수결도 아니다.

페이스북 통해 편집단 ‘파파스’ 모집…
현재 2천3백 명
일파만파의 편집단 규모는 2천3백 명 정도이다. 올해 안에 1만 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이들을 ‘파파스’라고 부른다.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돼 있지만 통칭해서 평범한 시민들로 부를만하다. 일단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편집단이 모였고 모집 절차랄 것도 없다. 일파만파 페이스북 계정과 친구를 맺게 되면 일파만파가 그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전부다. ‘파파스’의 일원으로서 의무는 아무것도 없다. 일상적인 SNS 활동,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일파만파의 필요성은 기성 언론과 그들이 향유하는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언론을 배제하는 사업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뉴스 콘텐츠가 충분히 많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잘 골라서 소비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고르면 좋을까? 일파만파는 ‘언론이 혼자 멋대로 고르는’ 현실을 넘어서고자 할 뿐 ‘언론과 함께 고르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지금 기성 언론이 일파만파에 협력할 리는 없을 테지만 언론인이 편집단에 참여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현직 언론인 상당수가 이미 편집단에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언론인이 파파스가 되어준다면 일파만파의 집단편집은 성공 가능성이 한층 밝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일파만파의 홍보용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 글은 당신을 파파스로 모시는 초대의 글이니까. 파파스 계정(www.facebook.com/crowdpapas)에 친구 신청을 해준다면 해직기자가 벌인 사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뉴스의 고수가 되는 게임…‘만파’에 등극하면 보도국장 안 부러워
내친김에 한 가지만 덧붙이겠다. 일파만파는 이용자들을 5등급으로 분류한다. 일파만파의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에게 편집능력만큼, 기여도만큼 점수를 부여하고 누적된 점수로 등급을 나누게 되고 등급이 높아지면 뉴스 선별과 배치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일파에서 십파, 백파, 천파, 만파까지 권한이 상이하다. 최고 등급인 만파에 오른다면 웬만한 보도국장 안 부러울 것이다. 그래서 일파만파는 뉴스의 고수가 되는 게임인 셈이다.

어떤가? 일파만파 호에 함께 승선해 보지 않겠는가?

Posted in 2016년 9.10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해직언론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