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_알맹이 빠진 미세먼지 대책_SBS 이용식 기자

 

“답변할 수 없다, 답변할 수 없다, 답변할 수 없다”
평소 전화를 잘 받던 A씨는 반갑고 정감 어린 목소리 대신 신호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 주세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어렵게 연결이 된 B씨는 “답변할 수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세먼지 이슈가 한창 고조된 지난 5월 말 환경부 정책담당자들의 취재 대응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지핀 여론의 불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경유 값 인상’,‘경유차 대신 경유에 환경 분담금 부과’,‘고등어 미세먼지 논란’ 등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재탕에 삼탕.. 무딘 정책의 날
환경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들은 지난 6월 3일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24일 만이고, 해외 출장 중이던 대통령이 귀국하기 이틀 전이다.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를 강화하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버스 단계적 대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저감, 신산업육성 등을 통해 10년 내에 유럽 주요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목소리와 표정에 비해 눈에 확 띄는 대책은 별로 없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높고, 프랑스 파리에 2.1배 그리고 영국 런던보다 2.3배 높았다. 선진국에 비해 미세먼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데 10년 내 따라잡겠다는 정책 수단의 날은 무뎌 보였다.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때 차량 부제 실시와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 2005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등은 이미 발표된 내용들이다. 또 20년까지 친환경차를 신차 판매의 30%, 연간 48만 대씩 보급하겠다는 정책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전기차 구입의 걸림돌은 휘발유차나 경유차에 비해 비싸고, 짧은 주행거리, 충전시설 같은 기술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진 전기차 기술을 3-4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 대상 사업장을 3종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벌써 5월 20일부터 수도권 130개 사업장에서 시행 중인 것을 발표했을 뿐이다. 석탄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노후 발전소 10기를 장기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것은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거론돼온 정책이고, 충남 보령과 서천 화력발전소 내 폐쇄 대상 4기의 노후 발전소만 해도 1983년에 준공된 것이어서 사용 연한 40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앞으로도 7년 뒤에나 폐쇄가 가능한 일이다. 또 석탄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황산화물과 함께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지만 배출 부과금제에서 빠져있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발전소와 자율 감축 협정을 통해 저감목표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발전소들은 배출 부과금제를 상습적으로 어긴 채 오염물질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만의 정책.. 공감 어려워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여론에 귀를 열었다고 했지만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취재기자들과 소통도 거부한 채 철통 보안 속에 만들다 보니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환자의 마음을 얻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듯이 정책의 성패는 국민과의 공감에 달려있다. 불편부당하게 핵심을 찌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란 믿음을 주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Posted in 2016년 7.8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