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어떻게 지내세요?_행복한 목수,제주도 하늘 아래 집을 짓다_YTN 강재환 기자

“백 년이 가는 집을 짓겠다는 책임감”

선배,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바쁘신 거 같던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목조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흔히들 막일이라 하죠. 일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좀 안 돼요. 아직은 일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그래도 제주에서 제 손을 거쳐 지어진 집이 벌써 일곱 채나 되었네요. 북미식 경량 목조 주택을 지어요. 뼈대가 나무로 된 집이라 보통 목수 4명이 한 팀이 돼서 집을 짓습니다. 친환경적이고 나무가 기본인 집이라 습기에 강할뿐더러 따뜻하고, 여러 장점이 많아요. 한마디로 제주도랑 잘 어울리는 예쁜 집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직업의 선택이신데요, 목수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회사를 그만두고 막연히 가구나 소품을 만드는 목수가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책도 사보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구했죠. 그러던 중 제주시의 목조주택 시공자 양성과정 무료 교육프로그램을 신청했어요. 같은 나무를 만지는 일이라 배워보자 했죠. 교육 후에도 집을 짓는 목수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실무교육을 담당했던 목수 팀장님한테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왔어요. 나이도 많고 벽에 못 하나 박는 일조차 서툰 나에겐 기회라 여겨 도전해보자 마음먹었죠.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목수는 책임감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더라고요. 누군가의 집을 짓는 일이니 당연하겠지요. 그리고 백 년이 가는 집을 짓겠다는 책임감으로 나무 하나 자르고 못 하나 박을 때도 무척 신경을 씁니다. 목수의 능력이 집의 내구성을 담보한다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극한 직업이죠. 나무를 이용하다보니 목수가 직접 손으로 재단하고 들고 세우고 결합하기까지 전부 수작업입니다. 그래서 체력은 기본이고, 위험한 공구를 사용하다 보니 잠깐의 실수로 몸을 다칠 수도 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웃음)”

제주도 순환근무로 내려가셨다가 퇴직하시고 정착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다들 알다시피 제주도라는 섬이 과거에 유배지였어요. 저는 제 스스로 유배를 선택했어요. 아니 도피였나? YTN 해직사태 이후 모든 YTN 구성원들이 힘들었겠지만 그 당시 제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기가 너무 힘들고 싫었어요. 일하기 싫었다는 거죠. 조직의 틀에서 멀리 좀 벗어나 보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세월호 사고가 나고 제 생각과 다른 보도 흐름을 보게 되고,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으로 있다는 거… 아, 이렇게 있어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때 결심했습니다. 떠나자. 스스로 나는 조직의 구성원으론 부적합하다. 회사도 나도 내가 떠나는 것이 맞다 싶었어요.”

선배의 경우는 퇴직 후 재취업이셨는데요, 협회원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10명 중 5명이 기회가 있다면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어요. 이직에 대해 후배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각자 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를 겁니다. 전 이직을 한 것이 아니고 20년 직장을 그만둔 것이죠. 그런 제가 후배들에게 이직을 말할 자격은 없겠지만 요 몇 년 살아보며 느낀 점은 행복을 위해 살자는 겁니다. 나만의 행복이 아니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그냥 살아가지 말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살자. 이직으로 본인이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하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시 YTN 뉴스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선배, 현재 삶에 대해 말씀하셨으니, 이제 YTN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게요. 현업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문에 추억이 선명해집니다. 너무 많아요. 카메라기자로서 현장에 있었던 때 모두 다 기억에 남죠. 첫 취재현장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에서부터 최근 세월호 사고까지… 취재 이외에는 제가 영상사건데스크 할 때가 많이 생각나요. 그땐 왜 그렇게 후배들에게 관대하지 못 했던지 후회가 되네요. 잘 따라준 후배들이 고맙고 1년 동안 열심히 해 준 후배들 덕에 YTN 역사상 가장 멋진 영상사건팀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 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지금 YTN 동료 중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영상편집부 후배들. 방송뉴스에 영상이 없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죠. 여러 소스의 영상이 편집 과정을 거쳐 방송되기까지 그들의 작업은 자기희생입니다. 업무의 중요도에 비해 회사에서의 대우와 지원은 열악한 편이죠. 고생하는 영상편집부 후배들이 가장 보고 싶어요. 가장 연락 없는 후배들이라 보고 싶은가? 농담입니다…”

앞에서도 세월호 보도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YTN을 떠나있는 지금, 시청자로서 YTN 뉴스를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회사를 그만두고 하루 종일 YTN 뉴스만 보고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턴 YTN 뉴스를 전혀 보지 않게 됐어요. 미안해요. 왜 미안한지 모르겠지만 보기가 싫어졌어요. 한때 나도 선수였으니 보고 있으면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어떤 후배 앵커를 보고 너무 화가 났던 적도 있어요. 이런 얘기한다는 게 다시 미안합니다. 다시 YTN 뉴스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YTN은 뉴스 전문 채널입니다. 전문 채널다운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합니다. 독창적인 형식의 뉴스와 스타기자를 키우고, 공정하고 시청자에게 신뢰받는, 시청자가 주인인 YTN이 되는 그런 날을 기다려 봅니다.”

요즘, 정규직 카메라기자 채용이 점점 줄어들고, 보도국 밖으로의 조직개편 시도 등 카메라기자라는 직종이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선배로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현업 시절 VJ와 같이 취재를 나온 타사 기자 때문에 같이 취재하던 취재기자와 저녁 술자리에서 작은 논쟁이 있었어요. 저는 우리도 머지않아 똑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 후배 취재기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었어요. 입장이 서로 바뀐 것 같지요? 취재기자는 VJ와 일하면 원하는 취재가 어렵다는 얘기였어요. VJ가 일을 못 한다는 것이 아니고 커뮤니케이션과 컨트롤이 힘들다는 뜻이었어요. 방송뉴스를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컨트롤하고 소통하며 제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잘못된 일입니다. 카메라기자가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취재기자가 기사 처리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뉴스 제작방법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가 카메라기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카메라기자들이 모인 전문가 그룹인 뉴스 영상통신사 같은 회사 설립 등의 변화가 필연이라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였나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많은 사람들이 언론이 바로 서 지 못 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 원인이 언론인들만의 잘못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이 시대, 이 사회 언론 환경을 개혁하기 위해서 먼저 나서야 하는 사람들 또한 바로 언론인 여러분이어야 합니다. 그런 희생정신으로 꼭 공정하고 존경받는 바른 언론환경으로 변화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Posted in 2016년 7.8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선배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