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발암물질 투성이 군부대 터, 아파트 승인 특혜 의혹_KBS창원 이대완 기자

  1. “대규모 아파트 예정 부지, 발암물질 투성이”

지난 60년 동안 경남 창원 도심에 주둔했다가 최근 이전한 군부대(39사단, 115만㎡) 터가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 발암물질)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됐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는 현재 조사에서 토양오염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과 함께 창원시가 그 결과를 숨기려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중 해당 군부대에서 30년 복무했던 군무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부대 내 지하수에서 기름 냄새가 심해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문제의 군부대 터에는 오는 2019년 6천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난달 이미 전체 물량의 절반이 분양됐습니다.

  1. 애초 조사도 부실..보안 각서까지!

취재진은 여러 경로를 통해, 39사단 토양조사 업체가 진행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모두 천 페이지 가량의 토양오염 보고서로, 토목, 화학, 지하수 전공 교수님과 함께 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사 과정 곳곳에서 환경부 ‘토양오염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사업체 측은 보고서에서는 암반층이 많아 15m인 법정 시추 조사 심도를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지역의 지질도를 입수 확인해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조사 지점 가운데 190여 곳 중 80%가량에서 엉터리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후 조사업체는 조사원들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아파트 들어설 일부 지역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처음부터 빠져있었던 사실 역시 드러났습니다.

조사가 부실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39사단 개발 사업자인 유니시티가 토양오염 조사 4개월 전, 조사 업체에 전달한 과업 지침서를 확보했습니다. 해당 과업 지침서에는 조사 심도를 2에서 7m 내외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내용은 비밀로 하라는 보안 각서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1. 이해하기 힘든 창원시의 태도

이해하기 힘들 건 창원시의 태도였습니다. 창원시가 토양오염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7개월 전, 그런데도 관련 사실을 시민들에게는 물론 시의회에조차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창원시는 2번의 보고서 검수 과정에서도 부실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조사 업체가 전문가니까 잘 알아서 한다’,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공사기간이 늦어지면 어떡하느냐’며 업체를 두둔해 취재진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취재에 착수하자 창원시가 이틀 뒤 공사 승인을, 또 이틀 뒤 분양 승인까지, 착공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전광석화처럼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1. 환경 감시는 언론의 공적 책무

하지만 KBS 창원의 단독 보도 이후 다른 방송사와 지역 신문들도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토양 오염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창원시의회는 행정조사특위를 발족해 토양오염 부분에 대해 철저한 검증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결국, 창원시와 민간사업자인 유니시티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군부대가 이전할 때마다 토양오염이 중요한 논란거리가 돼왔습니다. 토양오염 조사가 투명했냐, 정화비용을 누가 대느냐 등으로 놓고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창원시가 군부대 토양오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대비할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정화 비용까지 모두 떠안은 뒤, 분양 승인까지 일사처리로 내준 창원시는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전면 재조사 시작됐지만 갈 길이 멉니다. 조사 과정은 물론, 최소 1년 이상 예상되는 정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환경 감시라는 언론의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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