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난민 보도와 독일 방송의 과제_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전문연구원

지난해 11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수용한 독일 메르켈 정부의 난민포용 정책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제18차 독일·프랑스 합동 내각회의의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테러 여파와 난민 구제에 대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EU차원에서의 난민 수용은 물론 독일 내에서의 난민 수용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제1공영 방송 ARD, 난민 보도의 중심축 담당
이러한 상황에서도 독일의 제1공영 방송인 ARD의 난민 보도는 메르켈 정부의 난민포용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ARD 홈페이지 내에 구축된 미디어 라이브러리(Mediathek)에서는 ARD 및 제2공영 방송사인 ZDF, 그리고 각 주州의 공영방송사가 제작한 난민 관련 보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난민 보도 특별 페이지를 개설했다. 난민의 이주 동선 뿐 아니라, 난민 발생의 정치적 배경과 시리아 및 수단 등 난민 발생 국가의 정세, 그리고 난민 발생의 주요 요인 분석 등 난민과 관련한 다각도의 접근이 포함됐다.

ARD는 2015년 독일의 본격적인 난민수용 정책이 시행된 이후 <탈출과 통합>이라는 부제를 달아 난민 문제를 특별 보도로 다루고 있다. 홈페이지 내의 특별 보도란은 최신 이슈와 팩트 체크Faktencheck, 난민 문제와 관련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터뷰를 비롯해 난민을 위한 기본 정보와 가이드를 독일어 외에도 영어 및 아랍어로 제공한다. 난민 특별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최신 뉴스의 업데이트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입장에서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볼 수 있는 여러 창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배경으로 난민이 되어 독일에 오게 된 이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난민의 실질적인 얼굴을 만날 수 있도록 하거나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대표적인 이민 국가 모델이 독일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심층 보도를 내보냈다. 또한 최근의 팩트 체크에서는 독일 및 유럽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설명하고, 난민에 대한 거짓 신고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거짓 신고 지도(Hoaxmap)’를 집중 조명하는 등 난민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그 외에도 ARD는 난민 특별 보도란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주는 한편,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루어졌던 대규모 이주를 특별 이슈로 다룸으로써 난민과 이주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언론(Lügenpresse)’
ARD가 제1공영 방송으로서 사회적 통합과 우호적인 난민수용 정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방송 보도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페기다(PEGIDA, ‘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의 줄임말로 ‘서방세계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이라는 뜻의 독일 극우단체)의 시위대는 독일 언론에 대해 ‘거짓말쟁이 언론(Lügenpresse)’이라 칭했고, 이 단어는 독일 대중 사이에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역사적으로 독일의 정치적 선전을 옹호하기 위해 유용되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을 비난하는 외국 언론을 지칭하기 위해, 나치 독일에서는 유대인과 좌파 언론을 포함한 외국 언론을 비난하기 위해 ‘거짓말쟁이 언론’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지닌 표현이 다시 등장한 원인은 난민 문제에 대한 독일 언론의 보도와 대중의 이해 간의 심각한 갈등에 있다. 일부 독일인들은 언론이 난민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여긴다. 특히 지난 연말 쾰른에서 발생한 집단 성추행 사건 이후 난민과 언론에 대한 대중의 정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독일의 대표 여론조사기관인 알렌바흐 인스티튜트Allenbach Institute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40퍼센트의 독일인들이 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답변자의 4분의 1만이 난민교육, 난민 여성과 아동과 관련한 이슈에 한해서 언론이 적절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유명 언론인에 대한 대중의 불만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족주의 잡지 콤팩트Compact는 심지어 독자들을 중심으로 ‘독일 최악의 저널리스트’를 선정했다. 콤팩트는 ARD의 정치뉴스 프로그램 <파노라마>의 진행자 안야 레슈케Anja Reschke를 다문화주의의 ‘사이렌’(그리스 신화에서 뱃사람을 유혹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으로 칭했다. 그 외에도 콤팩트는 대표 정론지 슈피겔Spiegel의 필진에 대해서도 ‘독일(인) 안티’나 ‘난민 전도사’라고 일컫는 등 극도의 불만을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 SNS와 인터넷 포럼을 통해 난민과 관련한 각종 루머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고, 대중들이 난민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수록 난민에 대한 공포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의 봉합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다수의 사회학자들은 지금 독일 사회가 직면한 난민 문제가 단순히 난민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범국가, 나치학살과 같은 역사적 주홍글씨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차별’이 금기시 되어왔지만, 난민 정책으로 인해 EU라는 정치경제적 공동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터키 커뮤니티를 비롯한 외국인들에 대한 반 이민정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파리와 브뤼셀에서 일어난 테러는 독일 정부와 언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난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난민 사태로 인해 독일 언론이 직면한 신뢰의 위기는 단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 TV 진행자 아르민 볼프Armin Wolf는 독일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난민 문제에 대한 더 다양한 시각을 보도하고, 더 많은 설명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독일 대중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은 언론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대중의 알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이 증폭되는 시기에 신뢰의 상실이라는 위기에 봉착한 독일 언론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현실을 비추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되찾기 위한 언론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Posted in 2016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