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뒷걸음질 친 총선보도_이용마 총선보도감시연대 대변인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3 총선은 단순한 정권심판 차원을 넘어 기성 언론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류 언론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안에는 ‘묻지마 홍보’를 쏟아내고, 정부에 불리한 사안에 대한 은폐 왜곡에 앞장서 왔다.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 결과, 보수 신문과 지상파, 종편, 연합뉴스 등 거의 모든 주류 언론이 여당에 관대하고 야당만 모질게 비판하는 편파보도를 했고, 정부발 ‘북풍 몰이’에 적극 동참했다.

 

지상파 3사의 ‘3無 보도’
총선보도감시연대가 1월 13일(D-91)부터 4월 12일(D-1)까지 총 91일간의 선거보도를 분석한 결과, 지상파 3사의 선거보도는 뉴스 전체 분량의 15%였다(<표1>참조). ‘북풍’ 관련으로 분류할 수 있는 보도가 20% 안팎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선거 보도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어, 국민적 무관심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을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지상파 3사 보도는 ‘정책·공약’, ‘후보 검증’, ‘소수 정당’이 없는 ‘3無 보도’였다.
선거 보도도 대부분 특정 후보의 행보, 내부 갈등 등 정당별 동정이나 지역별 판세 분석에 치중해 사실상 ‘승부 예측’에 매몰됐다. 후보 검증 보도는 0.4%에 불과했고 정책·공약 보도는 4%에 그쳤다. 후보 검증 보도의 경우 91일 동안 지상파 3사 모두 단 1건씩만 내보내, 후보자 검증이라는 책임을 방기했다. 정책·공약 보도 역시 각 당에서 적극적으로 발표한 것을 제외하면 방송사의 자체적인 분석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소수정당에 대한 보도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상파 3사는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3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소수정당을 리포트의 주된 내용으로 삼은 보도를 단 1건도 내보내지 않았다.(<표2> 참조)

선거 보도의 양도 문제지만, 보도 내용도 부적절했다. 각 방송사별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을 보면 KBS는 북풍몰이, MBC는 편파성, SBS는 기계적 균형에만 매몰했다.

KBS, 압도적인 북한 보도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나온 1월 6일부터 선거 전날까지 지상파 3사의 북한 관련 보도는 KBS가 총 624건, MBC가 347건, SBS가 344건에 달했다(<표3> 참조). KBS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일일 평균 KBS는 6.4건, MBC는 3.8건, SBS는 3.5건을 보도한 셈이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KBS의 북한 관련 보도는 선거 관련 보도보다 무려 334건이나 더 많았다.

KBS의 북한 관련 보도는 북한의 위협을 과도하게 과장한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3월 7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무려 9꼭지를 보도하며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특수부대 작전까지 포함”, “김정은 집무실 타격” 등 전시를 방불케 했다. 3월 11일에는 북한이 통상적인 단거리 미사일 훈련을 했는데, 마치 북한이 부산과 포항을 겨냥했다는 듯 긴장을 유도했다. 그러나 KBS가 보여준 북한군의 ‘타격 계획’ 지도에 부산과 포항은 표기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또 국방부조차 부인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주장을 기정사실인 듯 부풀려 보도하기도 했다. 3월 9일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자 KBS는 <핵폭탄 모형 공개… “소형화 성공” 주장> 등 3꼭지를 내보내 위기를 부각시킨 뒤, 네 번째 꼭지에서야 국방부가 핵탄두 소형화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MBC, 압도적인 불공정
MBC는 가장 불공정한 선거 보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총선보도 감시연대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의도적으로 유·불리한 내용을 부각한 보도로 판단되는 경우를 ‘불공정 보도’로 분류했고, 이에 해당하는 보도는 MBC에서 27건으로 나타나 타사를 압도했다. KBS는 14건이었고 SBS는 한 건도 없었다.

MBC의 보도에서 불공정으로 분류된 보도는 모두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야당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MBC는 3월 31일 “대통령을 ‘씨’로 호칭” 등 야당에서 나온 발언들을 묶어 “정치권의 막말 고질병”이라고 비판했고, 4월 1일에는 강봉균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겨냥해 ‘횡설수설’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주진형 경제대변인의 발언을 “원색적 비난”으로 규정했다. 반면 더민주를 향해 “정신 나간 사람들”, 전북 시민들에게는 “배알도 없냐”고 말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물론 타 방송사가 모두 ‘선거 개입 논란’을 지적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기간 지방 행보에 대해서도 MBC는 “자제하는 모습”이라며 청와대 입장을 그대로 옮겼다. “무원칙한 연대”(2월 9일), “일단 합쳐서 이기고 보자는 야권 연대”(3월 3일), “표만을 위한 이합집산”(4월 1일) 등에 표현을 써가며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보도를 반복했다.
MBC는 3월 31일 <‘야권 연대’ 티격태격, 통진당 경력 논란> 리포트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단일화 논쟁을 전하다가 느닷없이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진당 출신 12명을 후보로 낸 민중연합당도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라는 문장을 포함시켰다. 특정 후보들의 통진당 경력을 부각시키며 종북 논란을 강조한 보도는 TV조선과 채널A에서 두드러졌을 뿐 KBS, SBS 등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SBS는 문제없나?
KBS가 북한 보도를 부각시키고 MBC가 불공정 보도를 양산한데 비하면, SBS가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SBS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례로 SBS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 파문 당시인 3월 10일부터 14일까지, 해당 사안을 단 1꼭지만 다뤘다. 초유의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은 배제됐다. ‘청와대 책임론’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지적했던 JTBC, TV조선 등 종편 채널과는 대조적이었다.
모니터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총선에서 지상파 3사는 종편보다도 못한 공정성과 비판의식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정책·공약, 후보 검증, 소수정당이 등장하지 않는 ‘깜깜이 보도’로 일관하는 가운데,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정부 여당에 대한 노골적인 편향이 국민 앞에 노출됐다. KBS의 ‘북풍 몰이’와 MBC의 ‘친여’ 편파 보도가 정부여당과 함께 심판의 대상이 된 셈이다.

Posted in 2016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별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