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혁신보고⑤_디지털 뉴스룸의 이해_MBC 이세훈 기자

 

2013년 BBC
2014년이었다. BBC에서 10년 남짓 근무했다는 한 NLE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간부와 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다. “BBC 아카이브시스템은 어떤가? BBC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카이브 전용 건물도 따로 지었다던데?” 대답 대신 질문이 되돌아왔다. “대 시청자 서비스가 궁금한가, 내부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가 궁금한가?” 당연히 내부 사용자 서비스가 궁금하다고 했다. 대답은 한 마디. “끔직하다(Terrible).”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끔찍했다. 2013년 마가렛 대처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관련 자료 영상 테이프를 따로 지었다는 아카이브 전용 건물에서 BBC 본사까지 택시 타고 날라서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급하게 1:1 VCR 편집기 몇 조를 설치해서. (검색해 보면 당시 상황을 비판하는 가디언지의 기사를 볼 수 있다.) 대외 서비스가 그렇게 훌륭한데 대내 서비스가 그 모양인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 영국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잠시 우쭐했었다.

2016년 한국 방송사
우리나라 최초로 본격적인 디지털 뉴스룸을 구축하고 운영한 방송사는 SBS다. 2005년에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영상 인제스트에서 송출까지 완벽하게 테이프 없는 업무 흐름(Tapeless work flow)을 구현했고, 심지어 취재차량 배차까지 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HD 시스템으로의 전환 후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두말할 필요 없이 디지털 뉴스룸계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2013년 그 대단하다는 BBC 직원들이 소니 VCR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을 때 SBS는 기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원본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NLE 편집기 앞에 앉은 채로 클릭 몇 번 하면 로봇 팔들이 움직여서 몇 분 안에 10년 전 그림을 찾아다 바치는 건 기본이다.
KBS도 차근차근 단계별 구축을 진행해 신 보도 정보시스템 구축이 1차 완료됐고 모든 뉴스 프로그램의 파일 기반 송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KBS 시스템의 특징은 보도 전용 아카이브 시스템을 넉넉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2007년 이후에 기록된 대부분의 영상을 보도 전용 아카이브 스토리지(니어라인 스토리지)에 저장해 뒀기 때문에 필요한 그림을 찾기도 쉽고 활용하기도 쉽다.
YTN 또한 2014년에 파일 기반 송출 제어까지 가능한 새 보도정보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YTN은 정책적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영상 자산에 대한 보관 기준과 보관 연한, 그리고 누가 어떻게 아카이브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가를 명문화해 사규에 반영했다. 종합편성 채널들은 개국과 디지털 뉴스룸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으니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지상파와 비교할 때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각 사의 업무 흐름에 따라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MBC의 경우 여러 가지 사정상 2009년에 구축한 시스템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지만, 후발주자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차별화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방송사들은 저마다 각 사의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러한 시스템이 탄생하기까지는 방송사 안팎의 여러 사람들의 기나긴 토론과 갈등, 인내가 있었다. 그 결과, BBC보다 좋은 내부 사용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렇다면 방송사 디지털 뉴스룸의 내부 시스템은 어떠한지 살펴보자.

디지털 뉴스룸의 내부 구조
디지털 뉴스룸 내부에는 크게 세 개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첫째, ‘보도정보 시스템’이다. 아이템 취합, 기사 작성, 송고, 검수, 큐시트 작성, 큐시트 기준의 뉴스 송출 제어 기능 등을 수행한다. 둘째, 미디어 자산관리(MAM) 시스템이다. 영상 인제스트, 프리뷰, 영상 편집, 아카이브 기능을 맡아하면서 보도정보 시스템과 송출 시스템에 필요한 영상을 배달한다. 세 시스템은 분리된 각각의 서버에서 맡은 바 임무를 처리한다. (여러 방송사의 구축 사례를 볼 때 각 시스템 별로 담당 업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셋째, ‘송출 시스템’이다. 보도정보 시스템의 큐시트에서 보낸 정보에 따라 실제 영상 파일을 준비해 재생한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에게 보도정보 시스템은 크게 보이지만 송출 시스템과 MAM은 보이지 않거나 작게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뉴스룸 안쪽에서는 분리된 세 개의 시스템이 쉴 사이 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연동하고 있다.

1) 보도정보 시스템
디지털 뉴스룸 환경에서 보도정보 시스템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전자 큐시트’이다. 이 큐시트에 기사와 편집된 영상, 자막, 어깨걸이 그래픽(DVE), 프롬프터 스크립트 등 생방송 진행 중에 재생돼야 할 모든 소재가 집합해 있다. 간단한 마우스 조작으로 리포트 순서를 바꾸면 관련된 모든 소재가 한꺼번에 같이 바뀐다. 뉴스 부조에 있는 각각의 담당자들은 제대로 변경됐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이러한 워크 플로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시스템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보도정보 시스템과 송출 시스템 사이에서 MAM이 배달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송중기, 그 어려운 걸 해내”라는 기사가 보도정보 영역에 속한 큐시트의 15번째 꼭지로 등록된다. MAM은 NLE에서 편집이 완료된 영상을 큐시트 15번 꼭지 또는 “송중기, 그 어려운 걸 해내” 기사와 짝짓기(매핑)시켜 둘이 한 몸임을 보도정보에 알린다. 동시에 MAM은 NLE 타임라인에 있는 시퀀스(시퀀스는 실재 영상이 아니다. “이렇게 편집되었다”라고 보여줄 뿐이다)가 실존하는 영상 파일로 만들어지면 송출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송출 시스템은 파일 전송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보를 다시 MAM과 보도정보에 알려준다. 짝짓기 오류를 막기 위해 기사와 영상은 이름표를 달고 있고 보도정보와 MAM, 송출 시스템은 서로의 이름표를 읽을 줄 안다. 그 이름표를 ‘메타 데이터’라고 한다.

2) MAM(Media Asset Management, 미디어 자산관리)
MAM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꽤 많다. 먼저 촬영 원본, 지국 송출, 외신, 휴대폰 영상 등 여러 형태로 입수되는 원본 영상을 인제스트하여 스토리지에 저장한다. MAM은 스토리지에 저장된 영상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카테고리 안에서 찾을 수 있게 해준다. 해당 영상의 제목과 내용을 적을 수 있는 메타 데이터 입력창도 제공하고, 메타 데이터 항목들에 적혀 있는 텍스트를 찾아 검색도 할 수 있다. 저해상도 영상을 따로 만들어 기사작성 창의 옆에 있는 화면을 통해 원본을 프리뷰 하는 것도 MAM이 제공하는 기능이다. 영상 가편집도 할 수 있고, 라디오 뉴스를 위해 특정 구간 영상의 오디오만 추출해 주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기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MAM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NLE는 MAM이 있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 방송뉴스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디지털 뉴스룸이라고 하면 NLE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시스템에서 NLE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다. 하지만 뉴스제작의 최종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편집이 NLE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MAM, 스토리지, 또는 네트워크에 장애가 생겼을 때 그 상황이 눈앞에 나타나는 곳이 NLE의 모니터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체감온도가 높은 건 당연하기도 하다.
관리 분야로 넘어가 보면, MAM에서 특정 영상에 대한 삭제 명령을 내리고 송출 시스템, 라디오 시스템, 혹은 아카이브 시스템으로 영상 파일을 전송한다. 영상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 일도 MAM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필요한 경우 영상 파일의 포맷을 변환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개별 영상 자산들이 어떻게 몇 번이나 사용됐는지 통계도 내준다. 자산관리 부분의 메뉴와 창들은 관리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보도정보 전용 화면과 MAM 전용 화면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화면에서 양 시스템의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3) 송출 시스템
송출 시스템은 보도 정보시스템과 MAM에서 받은 정보에 따라 정확한 영상을 재생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송출 시스템과 관련된 사용자는 많다. 뉴스 PD, 기술 감독, 오디오 감독, 영상, 영상 플레이백, 녹화, 프롬프터, 자막, 어깨걸이, DLP, PDP의 각 담당자 등 뉴스 센터에 앉아 있는 전원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이건 기계건 ‘실수는 곧 사고’이기 때문에 요구 사항 정리와 설계를 정밀하게 해야 하고 구축 후에도 가장 많은 테스트와 훈련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파일 기반 송출은 장점만큼 사고의 위험도 크기 때문에 일본의 후지 테레비Fuji TV는 아직도 파일과 테이프 송출을 병행하고 있다. 송출 시스템에 프로그램 종합편집 기능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송출 시스템은 이중적으로 구성한다. 영상재생을 담당하는 서버 두 대를 동시에 동작시켜서 서버 한 대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다른 한 대에서 재생하는 영상으로 송출되도록 한다. 구성 방식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송출 시스템 이중화를 넘어 삼중화 구성에 대해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고민하고 있다. 방송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는 곳이 송출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거들 뿐”
BBC의 끔찍한 제작 환경을 전해준 그 영국인이 덧붙였다. “BBC는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된다. 그래서 무조건 대 시청자 서비스가 우선이다.” 내가 잠깐 우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BBC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젊은 세대가 더 이상 TV를 통해 BBC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해 대응책을 준비했다. “시청자가 있는 곳에 BBC도 있어야 한다.”라는 모토 아래 2007년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를 무료로 배포했다. 아침에 집에 있는 PC에서 보던 BBC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사무실 스마트TV에서, 또 다른 어떤 종류의 단말기에서건 이어서 볼 수 있도록 1,20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과 척지지 않되 휴대전화나 태블릿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 방송사들과 BBC는 우선순위가 달랐다. 물론 한국의 방송사도 Pooq으로 대표되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내놓았고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품질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또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 좋은 방송뉴스는 기자들의 튼튼한 다리와 따뜻한 가슴,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다. 시스템은 그것을 거들 뿐이다.

Posted in 2016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2016 한국의 뉴스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