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혁신보고③_남의 가게에서 장사하기_SBS 권영인 기자

‘대형 마트에 입점한 뉴스’
경제 기사를 보다 보면 가끔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샵인샵’shop in shop. 남의 가게 안에 가게를 차리고 장사를 한다는 말이다. 유통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대형 마트처럼 유통력을 가진 채널 속으로 들어가 장사를 하는 개념인데, 지금 디지털 뉴스 시장이 그렇다. 전통 미디어가 플랫폼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고, 강력한 유통력을 장착한 콘텐츠 플랫폼들이 경쟁하고 있다. SNS와 SNS, 포털과 포털 간의 경쟁을 떠나 이제는 SNS와 포털, 그러니까 ‘친구’와 ‘검색’이 서로를 빼앗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플랫폼 회사들의 경쟁이 점점 더 격해지다 보니 뉴스 콘텐츠 공급자들에 대한 대우가 조금은 달라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손님을 불러 모으기 위해 좋은 상품을 갖다 둬야 하는 플랫폼사 입장에서는 콘텐츠 확보가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잘 만든 콘텐츠는 좋은 대접을 받게 돼 있다는 불변의 진리가 다시 떠오르는 요즘이다.

그런데 남의 가게에서 장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유통의 법칙과 시장의 표준을 그들이 정하기 때문이다. 카드 뉴스가 흥했던 이유도 많은 이미지를 확보하려고 했던 페이스북이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장의 이미지가 업로드된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짰고, 그걸 편하게 보게 만든 슬라이딩 표출 방식 때문이었다. 뒤늦게 카카오스토리와 네이버도 슬라이딩 방식으로 변경하며 따라갔고, 결국 카드 뉴스는 일반명사가 돼버렸다. 하지만 조금 적응됐나 싶으면 시장의 법칙은 변한다. 아니 바꾼다. ‘익숙하다’는 말이 ‘지루하다’와 비슷하고, ‘낯설다’는 말이 ‘재미있다’는 말과 비슷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플랫폼사들은 지속적으로 낯선 경험을 주려고 판을 바꾼다. 최근 동영상으로의 급격한 판도 변화가 그렇다. 페이스북은 편집된 동영상 클립을 뛰어넘어 아예 라이브로 시장 표준을 정하려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는 많은데 여기에 광고주들까지 동영상을 선호한다고 하니 당분간 동영상과 라이브에 대한 플랫폼 회사들의 드라이브는 거셀 것 같다.

“매대에 갖다 놓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콘텐츠 만들어야”
여기에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진다.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나? 매번 변화를 쫓아가야 하나? 그냥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건가? 대부분 언론사들이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정답을 보여준 곳은 안타깝게도 아직 없다.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한 가지 답을 찾아본다면 역시 대형 마트 안에 있지 않을까 싶다. 샵인샵의 제왕들, 브랜드만 보고 믿고 사는 제품들, 매대에 갖다 놓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그런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길 말이다. 발 빠른 기획상품으로 재미를 볼 수도 있고,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를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탐내야 할 제품은 새우깡이나 신라면이 아닐까 한다.

디지털 뉴스 콘텐츠가 새우깡이나 신라면처럼 되는 길은 혹시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금도 찾고 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할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느끼고 있는 것은 좋은 장비, 비싼 재료, 화려하게 포장한다고 물건이 잘 팔리는 게 아닌 것처럼 뉴스 콘텐츠 역시 첨단 장비와 유명한 인물, 화려한 그래픽이 있다고 많이 보는 게 아니더라는 점이다. 봐야 할 이유가 있고, 공감할 내용이 있고, 끝까지 보고 싶은 구성이 갖춰지면 소비자들은 찾았다. 그런 작업들이 품질(quality)을 유지한 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하나의 디지털 뉴스 콘텐츠 브랜드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갖춰지면 그 자체가 플랫폼과 같은 단단한 네크워크를 형성할 것이라고 본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뉴스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남의 가게에서 장사하는 것조차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Posted in 2016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2016 한국의 뉴스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