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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카메라기자가 영국으로 간 까닭은?

두 기자가 만났다. 소속사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몇 있다. 두 사람 모두 카메라기자다. 기자 생활 도중 휴직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그것도 세계적 명문으로 꼽히는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LSE는 노벨상 수상자만 20여 명에 국가 정상도 30여 명이나 배출한 곳이다. 올해 14년 차인 MBC 김우철 기자는 Media, Communication, and Development를 전공했고, 11년 차인 KBS 신봉승 기자는 Media and Communications를 전공했다. _편집자 주


 

Q. 영국에서의 공부 중 무엇이 기억에 남나?

신봉승(KBS) ∷ 선배, 오랜만입니다. 귀국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는데 영국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우철(MBC) ∷ 눈을 뜨면 책을 읽고, 세계 각지에서 온 생각이 다른 수많은 사람과 토론하고 서로 배웠던… 그 치열한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만났던 기자들과 미디어 활동가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아직도 꿈에 나오곤 합니다. 주로 시비를 걸죠(웃음).

신봉승 ∷ 저는 47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한 정경대(LSE) 도서관이 기억나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님들과의 생활이 일상이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특히 BBC 선임기자 댄 데이먼과 함께 했던 BBC KOREA 기획 작업은 영국 기자의 수준을 직접 경험하고, 영국 미디어가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느껴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미디어 일반이론이 아닌 MCD(Media, Communication and Development)를 공부하셨죠. 한국에 생소한 연구 분야라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우철 ∷ MCD는 미디어와 개발학의 융합 학제인데 제3세계 맥락에서 미디어를 연구하는 겁니다. 기존 미디어 연구를 포스트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의에 대한 사회문화 비평과 결합해서 생각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사회적 맥락도 그러하지만, 식민을 경험한 제3세계 국가들은 제1세계 미디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복층적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MCD는 서구 중심주의를 탈피해서 제3세계 맥락에서 미디어를 연구합니다. 저는 그 지점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끌렸습니다. 선진국 제도의 도입과 이식을 사회 발전으로 치환하는 모더니즘적 개발 모델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도 있고…. 서구 언론의 형식적 틀만을 전유하는 저희 직업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였고요.


Q. 왜 영국을 택했나?

신봉승 ∷ 그런데 선배는 왜 영국을 선택하셨나요? 미디어 연구를 희망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미국으로 먼저 눈을 돌리는 게 일반적인데요.

김우철 ∷ 처음에는 미국도 알아봤지만, 미국에는 해당 학문을 개설한 학교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데 영국에는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가득했죠. 런던의 미디어 활동가들의 정기적 모임이라든지, 교수들의 연구 방향과 수준, 또 방송기자 영역을 넘어선 다양한 미디어 영역들 등 런던에는 새로운 것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벅찬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신 기자는 어떻게 영국행을 결정했나요? 나중에 같은 학교라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었는데….

신봉승 ∷ 우리 방송 뉴스에서는 뉴스의 한 축인 영상이 기사만큼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 답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저널리즘 쪽에서는 체계적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자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갈증에 미국 쪽 학교보다는 영국 쪽 학교와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영국에 도착해서 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영상의 쓰임에서부터 신자유주의와 미디어 기술 발전의 상관관계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문화 전반에 관심을 두고 그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김우철 ∷ 신자유주의 미디어 비판 담론은 저희 학교의 인장印章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미학과 윤리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의돼야 할 뉴스 영상부문이 최근에는 외연과 기술 자체에만 치중해서 윤리적 난제를 부수적인 것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신봉승 ∷ 아이폰이 우리의 적이라는 ITV 영상기자의 농담이 생각나네요.

김우철 ∷ 네. 하지만 저는 영상저널리즘의 위기는 기술로부터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와 윤리의 문제에서 기인할 것이라고 봅니다. 영상은 ‘데이터 수집’과 ‘의미의 구성’이라는 두 축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영상 데이터 수집 단계는 시민 쪽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영상저널리즘의 위기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시민이 제공한 영상 데이터의 평가와 판단의 단계를 체계화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대응이겠지만, 저는 의미를 구성하는 도구로서의 영상에 대한 성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봉승 ∷ 네. 영상커뮤니케이션의 쓰임이 많아지는 현재 미디어 문화에서 현실을 구성해 내는 영상의 힘은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에 동감합니다.

 

Q. 앞으로 주된 관심사는?

김우철 ∷ 중요한 것은 의미를 구성하는 힘으로서의 영상에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서부터 출발하는 많은 윤리적 이슈들이 따릅니다. 알려진 대로 현재 뉴스가 차용하는 제작자의 일방향적, 전지적 해석은 오늘날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고요. 결국은 이런 형식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해법을 제공하려는 노력들이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공통된 지향점인 것 같습니다. 가디언 기자가 시연했던 SNS 마스터 클래스나, 나이트 재단의 플랫폼 지원 사업,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글로벌 미디어 경영자 및 관계자들의 비전 설명 모두 ‘톱다운’ 방식의 정보 유통에 대한 개선과 시청자들의 수평적 참여를 계속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 기자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신봉승 ∷ 저는 직관적이고 감정적 소구를 특징으로 하는 영상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의 선호도와 의견 형성에 영향을 주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실무적인 차원에서 연구해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 산업이 수용자를 거래하는 큰 시장이라는 틀에서 새로운 수용자를 찾아내고 유지하는 실무적 방법론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적 특수성과 전 지구적 보편성이란 축 위에서 제가 속해 있는 KBS의 국내외적인 전략을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선배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우철 ∷ 저는 장기적으로는 영국 언론사들이 했던 사회공헌 미디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영상 커뮤니케이션과 언론의 새로운 상상력과 가능성을 찾는 때가 온다면 고민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생각입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영상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문적, 비판적 담론을 현업 동료들이나 학계, 그리고 학생들과 나누는 것이 목표고요. 이런 작업들은 윤리라는 이론 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로 영상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실천적, 대안적 담론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영국 미디어에서 보고 느낀 것이고요. 소셜 미디어와 함께 증가하는 영상의 양적 쓰임만큼이나 다양한 영상 플랫폼과 포맷에 대한 실험적인 도전이 활기차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뜻을 같이 한다면 누구와도 함께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Posted in 2016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