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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기자의 이유 있는 수상 전주MBC 고차원기자

“타사에서는 잘 나오지도 않는 기사 같은데 왜 전주MBC에서만 계속 보도하나요?” 노인 요양 아파트의 특혜 의혹을 20여 차례에 걸쳐 꿋꿋이 기사화하던 고차원 기자의 보도 이후 푸념 섞인 누군가의 전화가 회사로 걸려왔다. 끝까지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외골수, 바로 고차원 기자를 알 수 있는 사례다.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고발 기사를 곧잘 쓰는 기자로 알려진 그였지만, 이상하게 그동안 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랬던 그에게 갑자기 상복이 터졌다. 지난해 제87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에서 그가 취재한 <복마전으로 전락한 국립대병원 건립사업> 연속 보도와 다큐멘터리 <농부, 씨앗을 잃다>가 각각 지역보도 부문 뉴스상과 기획보도상으로 결정됐다. 그 비결을 물어봤다.

“사실(fact)에 자신 있었기에 당당했다”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수상하게 됐나요?
“일단은 운이 좋았다고 봐야죠. 뉴스 부문의 경우는 동료들과의 호흡, 시민사회 단체의 연대가 잘 작동하면서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보고요.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도 많이 다뤄지고 반복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서 심사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농부, 씨앗을 잃다>는 시각이 참신했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기획하면서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지금 시기에 필요한 종자에 관한 시각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리의 초점을 종자 생산자가 아닌 농민과 소비자의 시각에 맞추자고 생각을 했어요. 이런 비주류적인 시각에서 제작한 부분이 호평을 받지 않았나 합니다. 하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는데요. 종자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분들은 많았는데 우리 고유의 종자를 보존하고 지키는 분야에서 연구하는 분은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국립대 병원’ 취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우연찮게 사업 예정지 문제에 관해서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분들과 연결됐는데 그분들이 저를 신뢰해주고,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 나가면서 취재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보도 과정에서 지자체로부터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해 법정에 서기도 했는데요.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어찌 보면 소송이 들어왔다는 게 굉장히 큰 진실을 향해서 한 발짝 더 다가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팩트를 가지고 있어서 위축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의연해질 수 있었고 회사 차원에서도 당당하게 대응해준 것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보도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은 팩트였습니다. 국립대병원 사업 부지였던 백석제 필지의 등기부 등본을 떼서 특정인과의 관계성이나 거래 내역을 다 조사했고요. 그런 부분에서 문제를 확인하면서 확신을 가졌습니다. 솔직히 이번 취재로 사업 부지까지 바뀔 것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역 사회의 분위기와 많은 시민단체의 연대가 정부기관과 지자체를 압박하면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취재원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본인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어떤 기자로 남고 싶나요?
“지금까지 기자로서 신뢰받을 수 있는 생활을 해왔어요. 취재원들이 상의를 해와도 그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백석제 문제도 끝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과 상관없이 취재를 한다는 믿음을 취재원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줄 수 있었다고 봐요. 또 저는 시대정신을 계속 생각하고, 껴안고 살아가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는 모르지만요.”

후배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기자라는 게 저에게는 항상 약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아무리 선한 집단이라도 그 사람이 주도세력이 되면 그 주도세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성역 없는 비판과 감시는 쉽지 않아요.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친한 사람의 허물은 덮어주려고 하고, 나와 거리가 있는 사람은 작은 허물도 크게 하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취재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우리가 상대적으로 힘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약한 쪽에 드는 사람에 대한 비판은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에서 어떤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고, 주류적인 의사결정을 참여하는 계층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하다거나 또는 취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기사가 잘 나오지 않는데요. 그쪽에 대한 기사를 앞으로 많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권력을 지역에서 갖고 있는 집단에 대한 취재를 하고 싶습니다.”

Posted in 2016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