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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눈치 보기, 불만을 넘어 회의가 들 정도”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기자의 업무와 뉴스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네 가지를 물었다. 첫째는 기자 생활의 만족도와 보람, 좌절에 관한 것이다. 답을 준 기자 대부분 자신의 기사와 영상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작은 변화나마 이끌어낼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답했다. 언론 본연의 사명으로 약자를 대변하고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반향을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에게는 큰 기쁨이자 만족이라는 것이다. 반면, 상부에서의 부당한 압력이나 명령을 받을 때 가장 큰 좌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데스크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일을 하게 되거나, 권력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거나, 자신이 의도했던 기사가 외부의 압력에 의해 왜곡되고 차단되었을 때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KBS의 한 기자(10년 차)는 “언론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하며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가 그나마 만족스럽다.”라고 자조 섞인 답을 보내왔고, YTN의 한 기자(15년 차 안팎)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면서도 재미까지 줄 수 있을 때 기자가 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무엇이 기자들을 가로막고 있는가

둘째는 기자들의 업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과 장애물에 관한 것이었다. 지상파의 경우 여러 가지 물적 토대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간의 소통 부족, 그리고 보수 신문을 보고 편향된 시각으로만 발제하는 간부들을 장애물로 봤다. 제작 시간의 부족과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아이템 선정 과정 역시 기자들에게는 큰 장애물이었다. YTN의 한 카메라기자는 종편의 등장으로 취재 환경 자체가 매우 열악해졌으며, 취재진이 많다보니 현장에서 풀pool이 이뤄지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잦아졌고, 그에 따라 각 사별로 특색 있는 기사와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BS의 한 기자(6년 차)는 방송기자들이 매일 시간에 쫓겨 제작하다 보니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는 기사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답했다.

셋째는 자사 뉴스의 콘텐츠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하느냐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기자가 자사의 뉴스에 대해서 거의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정부와 기관의 발표 자료에 의존하는 받아쓰기 보도를 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마비되어 있고, 공론장의 역할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SBS의 한 취재기자(15년 차)의 경우 자사의 뉴스가 “기계적인 중립에 매몰돼 있으며, 권력에 대해서 눈치를 보는 방송 뉴스 콘텐츠와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되는 뉴미디어 콘텐츠 사이에 간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YTN의 모 카메라 기자는 “거의 모든 뉴스가 조간 뉴스 베끼기에 바쁘고,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고 있으며 KBS의 한 취재기자(20년 차)는 “KBS 뉴스를 지난 5년 동안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뉴스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넷째는 뉴스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덕목에 관한 것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자가 뉴스의 본령으로서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을 들었다. 정부의 의도에 부합하는 천편일률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사실의 확인과 상식을 기초로 권력을 비판·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언론이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설문에서 연차와 방송사에서의 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기자들이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되는 부분이나 불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대동소이했다. 자신이 속한 방송사의 논조에 대해 불만을 넘어 회의마저 들 정도로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답이 공통적이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노골적인 방송 장악 시도로 인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매우 제한됐고, 이에 따라 언론이 권력을 비판, 감시, 검증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Posted in 2016, 한국의 방송기자는?, 2016년 3·4월호, 격월간 방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