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방송기자대상 지역보도부문 뉴스상_죽음의 분진… 그 후 2년_울산MBC 설태주 기자

국가산업단지는 공해배출의 온상무법천지

 

남성 폐질환 사망률 1비산분진, 왜 근절되지 않는가?

수출 도시 울산에는 온산과 미포 2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이곳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국가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여러분은 국가산업단지 주변을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무엇보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의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기자에게 공해 문제는 언제나 취재의 단골 메뉴이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무뎌지고 있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악취 민원에 대해 행정관청은 늘 그렇듯 “아무 이상 없다, 배출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한시도 숨을 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악취는 어디서 나오고 사람 몸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번 취재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비산분진이 왜 근절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특히 온산공단은 이미 1980년대에 온 몸이 마비되는 우리나라 최초 공해병인 ‘온산병’이 발견된 곳 아닌가? 울산MBC는 2년 전에도 온산공단 일대의 비산분진 문제를 고발해 관계 기관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후 점검 차원에서라도 다시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정부는 온산병 발견 이후 20년 이상 해마다 전국 산업단지의 공해실태를 조사해 왔다. 그 결과를 보면 산업단지 지역의 남성 폐질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최대 40% 이상 높았다. 관련 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해당 기간 동안 8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또 정신질환과 전신마비 등이 나타나는 산업재해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과정에서 분진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피해는 산업단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람에 떠다니며 도심지까지 날아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대부분의 유해물질 배출업소는 공장 설립 때 오염원 배출저감 시설을 갖춰 신고한다. 그러나 이 시설을 가동하는 데 전기비와 인건비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설치만 해두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환경오염 저감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병폐는 근절되지 않는다.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공해 저감 시설 방치 속 오염 해산물 유통

우리는 먼저 차를 타고 산업단지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분진이 심한 곳은 한 달 이상 잠복하며 작업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분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 다이버와 함께 바다 속 곳곳의 변화도 살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불법행위로 볼 수 있는 작업들이 일상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기업체 대표는 비산 분진 발생이 왜 법을 위반했는지 취재진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분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진막은 형식적으로 설치했거나 아예 없었다. 공단 일대 도로는 녹이 가루가 돼 내려앉아 벌겋게 변했고, 주차된 차들은 도색이 벗겨지지 않도록 덮개로 꽁꽁 싸매야 했다. 바다 생태계는 분진이 바닥에 두껍게 쌓이면서 사실상 파괴됐다. 수중 생태계 복원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수백억 원을 들여 준설에 나서고 있지만, 오염원을 차단하지 않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단 주변 해역에는 불법 어로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이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잡아 인근 횟집이나 수산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폐질환으로 고통 받는 국민 건강겉도는 오염원 관리

관계당국은 이러한 실태를 왜 개선하지 않는가? 원인으로 먼저 국가 대기오염 측정망의 허술한 관리를 들 수 있다. 울산만 하더라도 대기오염 측정망이 14곳에 이르지만, 국가산업단지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곳은 4~5곳에 불과하다. 측정치를 산림지역 등 다른 곳과 합쳐 평균을 내면 기준치 이하가 된다. 울산시는 이 평균값만 갖고 타 지자체보다 대기오염이 낮다는 타령을 되풀이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둘째, 형식적인 단속이다. 고용노동부와 울산시 등은 해마다 유해물질 배출업소를 단속하지만, 정기점검은 언제 어느 때 방문한다고 사전에 친절히 알려준다. 기업체는 평상시 오염 물질을 배출하다가도 이때만 되면 거의 완벽하게 눈속임을 한다. 악취 민원이 신고 돼 불시에 단속반이 나가더라도 오염 업체 정문에서 신원을 확인한다며 붙잡아 시간을 끄는 사이 모든 작업장에 연락해 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기 때문에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언제 어디서 오염원에 노출됐는지도 모른 채 고통 받는 사람이 수 없이 많다. 산업단지 공해가 오랜 시간 몸에 축적되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자의 아버지도 젊은 시절 산업단지에서 일하다 은퇴하면서 현재 폐질환을 겪고 있다. 부디 이번 방송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는 자정 노력을 통해 비산 분진을 줄이고, 정부와 지자체에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공해 피해를 줄이려는 실질적 대책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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