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559620fc47a43

북한 보도에는 ‘오보’가 없다?_SBS 안정식 기자

 

2013년 9월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을 은폐하기 위해 은하수 관현악단과 왕재산 예술단 단원 9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내용이 한 외신에 의해 보도됐다. 단원들이 음란물을 제작한 뒤 “리설주도 전에는 자신들과 똑같이 놀았다.”라고 말한 것이 인민보안부의 도청을 통해 적발됐다는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부인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인 데다 선정성까지 가미된 탓에 이 보도는 국내 언론을 통해 곳곳에서 인용보도 됐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에 리설주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 권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 이 보도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른바 ‘리설주 음란물’이 떠돌고 있지 않은 것이 그 근거다. 정부 관계자는 “음란물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통제가 안 되고 퍼져나간다는 속성이 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갖가지 것들이 유통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리설주 음란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 그러한 영상물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리설주 음란물’ 보도는 하나의 ‘설’일 뿐 공식적으로 ‘오보’는 아니다. 사건 관련자들에게 이를 확인 취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기사에는 ‘오보’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신뢰도가 있든 없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써놓아도 책임질 일이 없다. 어찌 보면 보도 부문 중에 가장 쓰기 쉬운 분야지만, ‘진실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언론의 본령에서 생각해보면, 북한 기사만큼 쓰기 어려운 분야도 없는 게 사실이다.
대북 정보를 얻는 세 가지 방법… 각각의 한계
북한 보도를 정확하게 하려면 취재원, 즉 대북 정보를 제공하는 쪽의 신뢰도를 잘 판단해야 한다. 현재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북한의 공식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도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나름의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 정보는 ‘내보내고 싶은 것만 내보내는’ 홍보성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매체의 공식보도를 통해 북한 사회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둘째,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대북 매체들이나 탈북자, 그리고 북한과 이런저런 교류를 하는 민간단체들도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한 통로가 된다. 이런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북한 정부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것인 만큼, 북한의 실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하지만 이러한 취재원들에게는 신뢰도를 어느 정도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내부 소식통이 제한돼 있을 것인 만큼 북한 내부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수집되는 정보가 대개 북·중 국경지대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취재원을 통해 북한의 전체 얼개를 그리기는 쉽지 않다.
셋째, 정부의 대북 정보는 가장 중요한 취재원 중의 하나이다. 정부는 정보기관과 위성, 감청 정보, 우방 국가와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국내 어느 단체보다 우월한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 폐쇄국가라는 북한의 특성상 이에 대한 가장 신뢰성 있는 취재원은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정부의 입맛에 의해 대북 정보가 선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취재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여기서 우리는 한계가 존재하는 각각의 취재원들을 어떻게 판단해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북한 기사를 최대한 정확하게 쓰기 위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취사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필자가 수년간 북한 분야의 취재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기자 자신이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각의 취재원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오기를 바라며 대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취재원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기자들이 자신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기자 자신이 북한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능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북한 체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 입수한 정보가 전체적인 맥락에 맞는 정보인지 아니면 인기만을 노린 근거 없는 소설인지 일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게 일차적 판단을 바탕으로 다른 취재원들을 통한 교차확인 작업을 병행한다면, 오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자들이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 기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탐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Posted in 2015년 7·8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북한 보도,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