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반성 어디로 갔나_기자협회보 강진아 기자

“‘대통령 부각, 유족 소홀’ 보도 반성합니다.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 겸허히 받아들고자 합니다.” 세월호 참사 한 달째였던 지난해 5월 15일 KBS <뉴스9>은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참사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의 절박한 하소연이 쏟아졌지만, KBS 9시 뉴스에서는 구조작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YTN도 그해 4월 26일 ‘봄꽃이 지는데 우린 무얼 했나’ 라는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세월호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고백과 반성을 담았다.
1년이 지났다. ‘잊지 않겠다’며 반성하던 방송사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세월호 1주기였던 4월 16일 KBS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월호와 관련해 KBS <뉴스9>은 14건, SBS <8뉴스>는 10건, MBC <뉴스데스크>는 7건을 방송했다. 전날(15일)에도 KBS는 10건(7번째 6건·25번째 4건)으로 MBC(9번째부터 4건), SBS(19번째부터 3건)에 비해 가장 많았다. 16일 KBS는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영상을 시작으로 진도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 서울광장 추모행사(중계)를 각각의 리포트로 보도했다. SBS는 톱뉴스로 서울광장 추모행사를 현장 중계하고 진도 팽목항에 앵커를 따로 파견해 뉴스를 진행했다. MBC도 전국 추모 물결을 톱뉴스로 방송했고, YTN도 안산 분향소와 팽목항 현장을 실시간 중계했다.

대통령 방문에 ‘항의’하며 떠난 유족 목소리는?

하지만 이날 남미 순방에 앞서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뉴스의 결은 달랐다. 당초 박 대통령은 팽목항 분향소를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려 했지만, 가족들은 정부의 진상규명 조처 등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났다. 지상파 3사는 이를 2·4번째로 주요하게 다뤘지만, 가족들의 목소리는 온전히 담기지 않았다. SBS만이 “유족들과의 만남 불발”을 앵커멘트로 알렸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항의 차원”이라며 “팽목항에 남아있던 일부 시민들이 즉각 인양과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 목소리도 싱크로 담았다. KBS는 2번째 리포트에서 “유족들이 분향소를 폐쇄, 팽목항을 떠나면서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고 현장에서 일부 항의도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이유’는 없었다. 대신 해당 리포트 11번째 뒤에 “‘불신·갈등’ 등 돌린 정부·유족… 합동 추모식 취소” 기사에서 가족들이 거부한 까닭을 전하며 갈등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반면 MBC에서는 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이 분향소를 찾아간 모습과 담화만이 담겼다. 직전 뉴스에서 “한때 시행령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팽목항 분향소가 임시 폐쇄됐다.”고 했지만, 대통령 방문에 따른 것임은 알 수 없었다. YTN에도 ‘왜’는 빠졌다. YTN은 “가족들이 팽목항을 떠나 만나지 못했다.”고만 언급했고, 저녁 뉴스에서 “정부 대책에 반발해 떠나 만남은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또 “‘세월호 참사 1주기’… 아쉬운 추모행사” 기사에서 “가족들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며 “유가족 등이 여전히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어 온전히 희생자 추모도 할 수 없는 1주기”라고 밝혔다. 1년 전의 반성은 무색해졌다.
이밖에 ▲특별조사위 문제(SBS·MBC) ▲안전 문제(3사) ▲세월호 책임자 처벌 문제(KBS·MBC) ▲트라우마(KBS·SBS) ▲외국 인양 사례(KBS) 등이 다뤄졌다. 하지만 추모 분위기와 사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인양이나 진상규명, 정부 책임 문제에 대한 날선 지적은 희박했다. SBS는 특조위 문제를 다루며 “구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기소된 공직자(공무원)는 한 명도 없다.”며 “정부가 구조 인원을 부풀려 발표하고 민간 잠수사 투입을 막았다는 의혹 등은 진상 규명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1주기 이후 세월호 추모집회 보도 양상 달라
1주기 전후의 보도 양상도 달랐다. KBS와 SBS는 13일부터 세월호 관련 보도를 했지만, MBC엔 없었다. SBS는 연중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일환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의 방식을 제안한다. 기억으로 치유하자.”고 밝혔다. KBS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며 해양 안전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이슈&뉴스’로 집중 분석했다.
16일 이후 추모 집회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났다. SBS는 17일 ‘세월호 유족 경찰과 이틀째 대치… 유족 1명 중상’ 리포트를 8번째로 보도하며 경찰이 차 벽과 최루액으로 행진을 저지했고 참가자 10명이 연행, 유족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KBS는 단신 처리했고,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린 18일에는 SBS가 5번째 기사 앵커멘트로 “물대포와 최루액이 다시 등장했다. 유가족들을 경찰이 붙잡아 끌고 갔다.”며 유가족 15명 연행을 알렸고, KBS도 양측 충돌로 수십 명이 연행되고 부상자가 나왔다고 6번째에 보도했다. MBC는 19번째에 “‘세월호 집회’ 참가자 경찰과 또 충돌” 단신을 냈다. 물대포와 최루액 내용은 없었다. 19일에도 MBC는 주동자 엄단 방침의 경찰 입장만을 16번째 단신으로 보도했다. KBS는 경찰 입장에 비중을 둔 리포트로 8번째, SBS는 “세월호 추모 집회 ‘격렬 충돌’…1백 명 연행”을 4번째에 보도했다. 20일 ‘불법집회vs과잉진압’ 논란은 KBS·SBS만이 전했지만, SBS는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라는 제목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세월호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