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논란… 국익이 우선이다_YTN 김희준 기자

YTN 김희준 기자(정치부)

 

사드 배치해? 말아?… 미·중 사이 낀 한국
지난 3월 16일 외교부 청사 2층 로비. 한·중 외교차관보 회담을 마치고 내려온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장조리가 기자들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관련 질문에 작심하고 온 듯 답변을 쏟아냈다.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달라.”, “한국과 미국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한 달여 전 장완취안 국방부장이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뒤 중국 당국이 반발을 거듭 공식화한 것이다. 마침 방한 중이던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튿날 이에 반격하고 나섰다. “배치도 되지 않은 안보시스템을 놓고 제3국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는 사실이 의아스럽다(curious).”는 것이었다. 이 ‘curious’란 표현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 ‘희한하다, 기이하다, 흥미롭다.’ 등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결국 ‘의아스럽다.’ 정도로 정리됐다. 자국의 안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추진하는 사안을 놓고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 대해 미국이 불쾌감을 가득 담아 한 말이었다. 이 같은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사드 배치의 당사자가 된 우리나라가 처한 정세적 어려움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여기다 부임 석 달 만에 최근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가 “정세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하라.”며 사드를 공개 반대하는 등 러시아까지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미 군부 “배치 논의 중” vs 한·미 “3 NO!”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 군부가 전방위로 압박하고 이에 한·미 당국이 공식 협상 사실을 부인하는 모양새다. 아직 추가 배치할 완제품도 없는 사드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일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혹자는 사드를 ‘도깨비불’이라 희화화하기도 한다.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 도깨비불 말이다.
사드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2013년 청문회 서면 자료에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뒤 지난해 6월 한국국방연구원(KIDA) 강연에서 “한국에 사드 전개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후 미 군부의 애드벌룬 띄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존 커비 미 국방성 대변인이 브리핑 석상에서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자 데이비드 헬비 국방부 부차관보가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공식 입장”이라며 긴급히 수습에 나섰다. 4월 10일엔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마친 애슈턴 카터 장관이 생산 단계에 불과한 사드에 대한 배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지만, 닷새 뒤 상원 군사청문회에서 새뮤얼 라클리어 태평양 사령관은 이를 뒤집었다. 괌이 아닌 한반도에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논의의 주체는 미군 사령관들로 해석됐지만,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가 절박한 미군의 직간접적인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두 나라 정부의 대응은 양국 간에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웬디 셔먼 차관을 비롯해 올 초 잇따라 방한한 미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그랬고, 우리 외교 안보 라인 인사들도 미국과 다른 기조의 발언이 나오면 큰일 날 것처럼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되뇌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옮기자면 미국의 공식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는 이른바 ‘3 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인 것이다. 여기다 사드 문제의 주무 부처 수장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 스스로 전략적 모호성을 깨뜨리기까지 했다.

우리 안보·국익이 최우선인 ‘소신 외교’ 절실
한국이 처한 정세적 어려움은 십분 이해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끼여 동북아 외교에서 종속 변수이기를 자처하는 것 같은 외교 전략은 답답하기만 하다. 사드에 대한 한미 간의 협의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만 감지되면 화들짝 놀라 자라목 감추듯 하는 게 다반사니 말이다. 40~150km 사이 중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는 현재의 저층 방어망 PAC-3 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데 중론이 모이고 있다. 물론 실효성은 물음표일 수 있다. 미 국방전문가 브루스 베넷 등이 지적했듯 미국이 원하는 공정한 비용 분담 문제도 숨겨진 화살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좀 더 솔직히 공론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사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 은행(AIIB) 가입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을 두고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축복이라고 자신하지 않았는가. 이 발언이 과도한 자화자찬이었다는 비판에 반격하려면,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고차방정식을 풀어가는 외교라고 포장하며 사실상 ‘눈치 외교’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철통같이 지켜야 할 ‘안보’와 직결된 사드 배치 문제는 철저한 검토와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그 결과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에 최선이란 결론이 내려진다면, 국내외의 반발을 설득해 나가며 추진하는 것이 진정 소신 있는 외교 안보 수장의 모습일 것이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