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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월화수목금토일’의 세계로 돌아오다

일시_ 2015년 4월 10일
장소_ 서울 마포 뉴스타파
인터뷰_ YTN 홍주예 기자
(본지 편집위원)

인터뷰 1시간 전에 약속 장소가 급히 바뀌었다.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사무실을 떠나기가 어려우니 직접 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은 바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튿날이었다. 올해 2월 뉴스타파에 합류해 자원 외교 비리를 취재하고 있는 현덕수 기자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1분 뒤 나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방송기자의 삶으로 7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만났다.
‘우산’에서 나와 ‘들판’으로

뉴스타파에 합류한 지 두 달이 좀 넘었는데, 적응은 잘하고 계신가요?
“여기서는 출입처도 없고, 쫙 취합한 정보를 갖고 그림을 잡으면 그걸 각자 나눠서 협업하는 것도 아니에요. 주제를 놓고 단독으로나 소규모로 두세 명이 모여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아요. 그리고 YTN에서는 시청자들이 꼭 내 보도 때문에 뉴스를 보는 건 아니고, 내 보도는 전체 뉴스에 묻어서 가는 건데, 여기서는 보도 자체의 파워로 유저들을 끌어 들여야 하죠.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해요. YTN에 있을 때는 YTN이라는 우산 아래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사람이든 기사든 들판에 내놓인 듯한 느낌이에요.”

삶에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일요일 밤만 되면 불안해져요(웃음). 이전에는 주말하고 주중하고 구분 없는 삶을 살았거든요. 그런데 여기 오니 일요일 오후만 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월요병. 이런 나 자신을 발견하면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일을 갖게 됐구나,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일반인들의 시간 체계에 나도 같이 들어왔구나, 이런 생각을 하죠.”

 

뉴스타파 첫 현장도 MB 사저

뉴스타파에 입성해서 가장 먼저 나갔던 현장이 어디인가요?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였어요. 회고록이 나왔는데 시민·사회단체들이 MB 집 앞에 모여서 증인 출석 촉구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현장에 갔죠.”

MB가 대통령일 때 해직되신 건데 묘하다면 묘한 인연인데요?
“MB가 직접 해직을 시킨 건 아니지만, 그가 저지른 악행의 부작용 중 하나가 언론 문제 아니겠어요? MB뿐만 아니라 당시 잘 나가던 핵심 권력층이 2008년 YTN 사태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했죠. 신재민 씨, 최시중 씨 같은…. 그런데 그런 양반들이 다들 나중에 비리가 드러나서 감방에 가는 걸 목도할 때는 사필귀정이라는 것을 느껴요. 아직은 내 상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명예회복 같은 조치도 이뤄지진 않았지만 역사는 나선형으로, 직선으로 가진 않지만 결국엔 발전한다는 희망을, 희망이라곤 하긴 뭐하지만 느끼는 거죠.”

 

복직은 여전히 나의 꿈

해직 이후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요?
“2008년 10월에 해고되고 나서, 우장균 선배가 한국기자협회 회장으로 당선됐을 때 1년 정도 기자협회 일을 도운 것 외에는 따로 외부 활동을 한 게 전혀 없거든요. YTN에 복귀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소원인데 외부에서 다른 일을 하게 되면, 내가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주변에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런데 작년 11월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에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그전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복직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YTN도 지금까지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 역시도 거기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그런 모색이 어느 정도 요원해졌고, 그러면 내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있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 스스로도 더 이상 일에서 멀어지면 기자로서의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YTN 노조를 위해서도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뉴스타파에서 같이 가자는 제안이 왔어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뉴스타파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어요.”

선배를 기다리는 YTN 동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가 여기에서 일하는 건 복직할 때까지 의미 있는 일을 이어가고, 회사에 있는 동료들에게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예요. 적어도 지금은 뉴스타파에서 내 몫을 잘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YTN에 복귀하겠다는 꿈을 접은 것은 아니에요.
뉴스타파에서 하고 있는 일이 YTN의 보도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는 영역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만약 YTN에 돌아갔을 때 YTN에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면, 내가 뒤늦게 보고 느낀 점들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해직언론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