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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갈 싸움이지만, MBC 정상화를 위해 버텨야죠”

일시_ 2015년 5월 1일 장소_ 서울대학교
인터뷰_ MBC 양효경 기자(경인지사)

지난 4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2012년 170일 파업 과정에서 해고를 당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 본부장 등 언론인 6명에 대해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소식을 안고, 파업 당시 노동조합 홍보국장으로 활동한 이용마 해직기자를 만났다. 그는 현재 대학 강단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해고는 무효,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 판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얘기 먼저 나눠야죠. 당사자들이나 지켜보는 동료들 모두 마음 졸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저도 울컥했었는데요.
“너무도 당연한 판결인데, 참 힘들었습니다.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그 순간만큼 다른 사람 얘기를 한 마디 한 마디 집중해서 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선고가 끝나고 밖에 나오는데 눈물이 나면서 갑자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식에 기초하면 너무도 당연한 것을, 이 판결을 위해서 참으로 많은 시간을 버렸고, 앞으로도 또 많은 시간을 허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판에서 이긴 건 우리 변호인단이 대응을 잘한 것도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회사 측이 그동안 경영권이라는 이름하에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재판부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럴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해고는 무효라는 재판부의 거듭된 판결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요?
“이번 판결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2012년 MBC 조합원들이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 정당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인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준 것이죠. 이는 언론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언론인은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닙니다. 공정보도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이 공정보도가 흔들린다면 그에 저항해야 합니다.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영하 전 위원장 등 조합 집행부에 대한 업무방해 항소심 판결도 예정돼 있죠?(5월 7일 선고. 인터뷰 시점에서는 예정된 일정이었음_편집자 주)
“네. 선고가 끝난 뒤 자축 파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개인 차원에서는 이번 민사소송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는 이 형사재판이 훨씬 중요합니다. 노동자들의 파업권과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한 판례가 될 것입니다. 헌법에는 파업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법원에서 단 한 번도 인정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철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라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적이 있지요. 또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역시 항소심 판결과 달리, 대법원에서 회사 쪽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MBC 파업에 관한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그게 갖는 사회적 의미가 클 겁니다.”

이번 판결로 해직된 선배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MBC로 돌아올 그 날을 동료들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하~ 회사는 예상대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어요. 그게 바로 지금 MBC의 상황이겠지요. YTN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법원에 가면 판결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3~4년 걸릴 겁니다. 기본적으로 길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 강의는 새로운 경험, 의미 있는 시간”

선배가 MBC를 떠난 지 벌써 3년이 넘었더라고요. 이렇게 서울대에서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오랜만에 공부 하시니까 어때요? 강의하시는 것은요?
“조금 전 오전에도 강의가 있었어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면 행복해요. 거의 매일 강의가 있어서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해고된 지 3년이 넘었다는 게 실감이 잘 안나요. 사람들이 많이 물어요. 강의랑 방송이랑 뭐가 더 맞느냐고. 둘 다 좋아요. 우열을 가리기 어렵죠.”

MBC를 떠나 있는 이 기간, 선배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시간이라 생각하세요?
“당장은 낭비되는 시간이지요. 현업에 있었다면 데스크를 하거나 부장을 할 때가 됐는데, 그걸 못하니까.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해요. 박사 논문을 쓴 것도,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것도 그런 차원의 노력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이렇게 지내야 하겠죠. 나름 새로운 경험입니다. 시간강사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있고요.”

“MBC 정상화를 위해 버텨야죠.”

요즘 MBC 뉴스를 보시는지… 밖에서 바라본 MBC와 MBC 뉴스는 어떤가요?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요즘 방송뉴스 안 본지 오래됐습니다. MBC뿐만 아니라 KBS, SBS 모두 안 봐요. 2년 전에 열심히 본 적이 있어요.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팟캐스트 <이털남>에서 방송기사 모니터하는 일을 해보자고 해서 함께 한 적이 있지요. 그때 아주 질려버렸어요. 방송뉴스를 봐서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알 수 없더라고요. 그 이후 방송뉴스는 사실상 끊었습니다.”

‘MBC에 있었다면’이란 생각 가끔 안 하세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그 생각 자꾸 하면 지내기 힘들어져요. 앞으로도 최소 3~4년은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부러라도 더 그래요. 그래야 버팁니다. 회사 동료들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무거워요. 저는 밖에 나와 있으니까 그냥 잊고 지낼 수도 있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미안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 들으면 그냥 버티라고 해요. 회사를 떠나는 게 결국 지금 경영진이 바라는 거잖아요. 우리 스스로 떠나면 그걸 도와주는 격이 돼요. 그냥 버텨야죠. 지금은 ‘존버(○나게 버티는)’ 시대 아닌가요? 그래야 MBC가 정상화될 수 있어요. 다 떠나면 누가 그걸 할 수 있겠어요.”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해직언론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