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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정방송 의무는 근로관계의 기초”_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솔직히 아직도 전 이길 확률 40%로 보고 있거든요.”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MBC 재판 결과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신 변호사는 언론노조 MBC본부(MBC 노조) 재판을 전담하는 법률대리인이다. 보통 비관적 전망을 하지 않는다는 그였기에 ‘40’은 노조의 패소를 예견하는 숫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대웅)는 MBC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지난해 1심과 동일하게, 해직 언론인을 포함한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해직 언론인 6명이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법원이 터 준 것이다.
“2012년 MBC파업은 정당했다”
이번 재판에서 노사 양측은 2012년 170일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44명에 내려진 해고·정직처분의 부당성 여부를 다투었는데, 결국 파업이 정당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공정방송 보장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MBC 노조 손을 들어줬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동일한 논리 위에서 징계가 모두 무효라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 논리는 명확했다. 재판부는 파업의 정당성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쟁점(△파업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주된 목적이 방송의 공정성 보장 요구라면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 해당하는지 △파업의 시기·절차 및 방법의 적법성 등)으로 나눠 심리했다. 이어 조합원에 대한 징계 사유 존재 여부 및 사측의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등을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파업의 주된 목적이 “김재철이라는 특정한 경영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받고자 하는 데 있다.”고 봤다. 대표 사례는 파업을 촉발시킨 지난 2011년 말 한·미 FTA 관련 불공정 보도였다. 재판부는 “MBC 노조가 2011년 중 총 14회에 걸쳐 사측에 공정방송협의회 정례회의 또는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 사측은 임시회의만 단 3차례 개최하는 데 그쳤을 뿐, 정례회의는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체협약이 보장하고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의 운영규정은 정례회의를 월 1회 개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나아가 MBC 노조의 방송 공정성 요구가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정방송의 의무는 방송법 등 관계법규 및 단체협약에 의해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라며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 또한 교섭 여부가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조합법에 따라 단체교섭의 의무를 지는 사항”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공방협과 같은 제도를 통해 사측에 불공정 보도 개선 및 시정을 요구하는 행위는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쟁의행위로 나아가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규정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이다.
지난 2013년 ‘언론노동자 공정보도 위한 파업 정당성 검토’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강진구 노무사(현 경향신문 기자)는 “편집·편성권을 경영권처럼 사용자의 전속적인 권리로 바라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공정보도를 실현하기 위한 편집·편성권은 편집 종사자 공통의 권리라는 것을 재차 확인한 판결”이라고 했다.

“언론의 자유 높여줄 역사적인 판결”
다만 재판부는 파업 당시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귀사와 당시 권재홍 보도본부장(현 부사장) 퇴근을 방해한 것 등은 징계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고처분에 대해 “김재철이나 권재홍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이로 인해 김재철 등이 물리적 피해를 입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MBC는 “이번 판결은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도외시한 것이며, 국민에게 온전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과 사규를 존중하며 현업에 충실했던 절반의 사원들의 노력을 외면한 것”이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2012년 파업 관련 항소심 가운데 첫 번째인 징계무효확인 소송이 MBC 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 최승호 PD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 수준을 높여줄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정치권력의 외압이 있다고 해서 주저앉는다면 언론인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재판부가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던 신인수 변호사는 이날만큼은 암울한 전망 대신 미소를 보였다. “MBC 구성원에게 따뜻한 위안과 격려가 되길 바랍니다. 법원은 여러분이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내걸고 싸웠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공영방송 MBC가 다시 마봉춘으로 돌아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해직언론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