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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뉴스·경제부 기자의 딜레마

일시_ 2015년 4월 15일
장소_ 서울 여의도
참석자_ KBS 공아영 기자(경제부),
MBC 조현용 기자(경제부),
SBS 김범주 기자(경제부),
MTN 권순우 기자(경제금융부)
정리_ MBC 조현용 기자(본지 편집위원)

 

‘방송 경제 뉴스는 내용이 부실하다’는 자조가 나올 때가 많다. 딱딱한 내용을 쉽게 풀기도 어렵고, 이른바 생활밀착형 경제 뉴스는 기사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 밖에 경제 뉴스에 대해 경제부 기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해 봤다.
김범주(SBS) ∷ 요즘 지상파 방송사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제부가 꽤 선호 부서예요. 정치나 법조는 붙박이도 있고 전문성이 있는 분위기라면, 경제부는 그런 게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전문성이 확실히 떨어지죠. 기사가 어려워지는 이유 중의 하나도 거기에 있어요. 기자가 알고 있는 내용이면 쉽게 설명할 텐데, 오늘 배운 내용을 어떻게 쉽게 쓰겠어요?

공아영(KBS) ∷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전에 주가 리포트를 했는데 제가 주식을 안 하니까 주가에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또 방송기자가 주식 관련 리포트 하는 걸 꼽아보니, 주가 급등 같은 때를 포함해 1년에 두세 번 정도더라고요. 팩트야 자료를 읽어보면 감이 잡히지만, 감칠맛 나게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서 쓰려니까 머리가 깨지겠더라고요. 공부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알기 쉬운 경제 뉴스, 정말 고민했을까?”

조현용(MBC) ∷ 처음 경제부를 할 때, 어려운 금융 기사를 쉽게 풀어주자는 생각을 했어요. 금리 문제도 풀어주고 거시경제도 쉽게 설명하고 싶었는데 막상 잘 못 했어요. 과연 어떻게 하면 금융뿐 아니라 경제 뉴스를 쉽게 풀어줄 수 있을까요?

권순우(MTN) ∷ 어려운 소재들이라도 관심을 잘 끌어주면 시청자는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연말정산 같은 이슈는 내용이 굉장히 복잡한데, 사람들이 방송뉴스만 보고 정보를 얻지는 않아요. 뉴스를 보고 궁금하면 더 검색해서 공부하고 찾아보기도 하죠. 제 생각에는 사람들이 별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어려운 이슈가 많아서, 경제 뉴스가 시청자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지속적으로 경제 뉴스를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방송기자들이 전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리포트만 가지고는 어렵고, 여러 플랫폼을 이용해서 취재한 것들을 잘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범주 ∷ 저는 알기 쉬운 경제 뉴스에 대한 고민을 정말 과연 누군가는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기자는 습관적으로 쓰고, 데스크가 편집하면 리포트로 나갔던 거죠. ‘이렇게 설명하면 시청자들이 정말 알아듣겠는가?’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안 했다고 생각해요. 금융을 좋아하고 잘하는 기자가 금융 쪽 취재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리포트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요, ‘양적 완화’ 같은 표현은 습관적으로 쓰이지만, 많은 시청자가 뜻도 몰라요. 그런 경우는 일반 대중에게 반야심경을 반복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에 써서 먹기는 힘든 건데, 몸에 좋으니까 참고 삼키라는 것이 시청자에게는 먹히지 않아요. 70년대 뉴스랑 지금 뉴스랑 포맷이 똑같은 것도 문제겠지요.

공아영 ∷ 디테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봐요. 경제부 기자들이 숫자를 많이 다루잖아요. 리포트에서는 숫자를 나열하는데 시청자들이 몇 개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예를 들어 지난해 말에 주택담보대출이 957조 4,560만 원이었다면, 숫자는 어디까지 쓸 것인지, 그리고 한 문장에 같은 숫자가 세 번 등장할 것이냐, 두 번 등장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경제부니까 경제 권력에 예속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하는 것도 필수적이겠죠.

권순우 ∷ 1분 30초 안에 딱딱한 내용을 풀어내는 게 어려워요. 기업 분석이 조금만 들어가도 사람들은 안 들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괜찮은 이슈가 있으면 20분 정도 터서 기자가 길게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취재하다 남은 이야기를 가지고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상세한 설명을 해주는 거죠. 또 생존을 위해 뉴미디어를 찾고 있어요. 페이스북 하면서 취재원들에게 기사를 알리는 식으로요. 경제리포트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볼까 하는 취지죠.

김범주 ∷ 그런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뉴미디어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경제부를 포함해 일선 취재기자들이 인터넷용 취재파일을 쓰는데, 그 내용을 부장과 데스크가 몰라요. 취재기자가 써서 올리면 뉴미디어부에서 승인해서 나가는 식이죠. 능력 있는 뉴미디어 담당 기자들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하는데, 취재파일의 경우에는 일단 많이 쓰라고 독려합니다.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

조현용(MBC) ∷ 재작년 어떤 기업 회장이 사람을 때린 적이 있었는데, 그 회장의 실명이 방송을 탔어요. 그러고 나서 그 회사가 저희 쪽 광고를 다 뺐죠. 회사 경영부서가 술렁였다고도 하더라고요. 광고로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큰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김범주(SBS) ∷ 그런 개념이라면 버틸 수 있는 회사는 KBS밖에 없을 것 같아요. 광고주의 영향력면에서 지상파와 다른 방송사의 온도차가 확실히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요새 지상파 뉴스 시청률이 떨어지고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그런 압박이 조만간 올 수도 있겠다 싶어요. 콘텐츠를 키워서 돈을 벌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되겠죠.

공아영(KBS) ∷ 자동차와 관련된 취재원한테서 들은 얘기가 있어요. 모 방송사에서 고발을 나름 열심히 하는 기자와 함께 자동차 고발하는 취재를 하셨대요. 언제 방송될 예정이라고 얘기는 들었는데, 이후에 소식이 없어서 전화해보니 방송이 취소됐다고 하더래요. 알고 봤더니 해당 업체의 광고와 기사를 맞바꿨다는 얘길 해주시더라고요.

권순우(MTN) ∷ 어떤 TV 뉴스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까칠하게 나오는 경우는 많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광고주뿐 아니라 정부나 검찰, 경찰과의 관계도 다를 것이 없다고 봐요. 정부 보도자료로 기사를 쓰는 것도 역시 홍보 기사일 수 있거든요. 기업 홍보 기사는 나쁘고, 금감원 홍보 기사는 나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기업이 좋은 상품을 내놓고 홍보까지 잘하는데, 띄워주는 기사라고 해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협찬 취재의 딜레마”

공아영 ∷ 항공사를 예로 들어보면 마일리지 업그레이드부터 좌석 예약까지 온갖 민원들이 있잖아요. 물론 그런 것 때문에 기사에 영향을 받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젊은 기자들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가령 해외 취재를 가면 방송 장비가 무거워서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데, 관행적으로 항공사에 비용 면제를 요청해왔던 부분도 최근에는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달라진 것 같고요.

김범주 ∷ 민원 같은 경우는 요즘 보도국에서 많이 없는 것 같고…. 보도국 밖에서는 오히려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자니까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예를 들면 ‘마일리지 항공권 발행’ 민원 같은 경우는 아직도 있다고 들었어요.

조현용 ∷ 협찬 받아 출장을 가는 경우도 있죠? 확실히 돈이 들어가니까 스폰서와의 관계에서 딜레마가 생기는구나 싶은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공아영 ∷ 어느 후배의 사례인데요. 협찬을 하겠다고 요청이 들어온 경우가 있었어요. 협찬 의상이 이름까지는 못 나가더라도 실루엣 비춰주는 것을 대가로 숙박과 비행기를 제공하는 경우였어요. 물론 여러 사례를 섞어 사용하겠지만, 스폰서의 요구사항을 하나 정도는 들어줄 수밖에 없겠죠. 결론적으로는 여력이 되면 회사 돈으로 가는 게 제일 좋아요.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그런 것을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겠죠.

김범주 ∷ 해외 공공기관이 초청한 출장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들은 기자를 데리고 가서 보여주는 것을 기회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잘 써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줄 테니 느끼는 대로 쓰라고 했어요. 실제로 둘러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고요. 과연 대기업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필요가 맞는다면 협찬 취재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식은 좀 그렇죠. 옛날 기자들이 협찬 출장 가서 대접 잘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하는데, 요새 그렇게 하는 데가 어디에 있어요. 회사의 자정 시스템도 있고요.

권순우 ∷ 사실 기업의 해외 공장 같은 경우, 국민들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대해 생각하면 알 수 있는데요. 가령 코스닥 상장사에서 벌어진 일은 주주 10만 명 정도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사고 뉴스 같은 경우보다 더 직접적이죠. 협찬 취재를 통해 시청자를 이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