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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아름다운 반란은 불가능한가?_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는 여론을 생성해 국가정책의 방향을 바꾸거나 거대담론을 이끌어 내어 국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상당수의 매체는 언론자유를 빌미로, 또 국민 여론을 참칭僭稱하여 권력을 획득하고 매체의 이익을 쫓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충성한다.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작금의 한국 언론은 정론직필正論直筆도 없고, 사실fact보도와 기계적 형평에만 얽매여 철학과 영혼도 없이 현상現狀만 알리는 데 그치고 있다. 언론은 소수의 돈과 권력집단이 아니라 인간과 더 많은 힘없는 사람들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참’과 ‘통찰’에 근거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 해소가 언론 자유의 발판
우선 우리의 언론은 재벌과 대기업에 대해서는 감히 비판의 펜을 굴리지 못하고 있다. 비판은 찔끔, 칭찬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설혹 정의감에 넘친 초심 기자가 특정 재벌 대기업의 총수 일가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를 작성했다손 치더라도 그 기사는 탈락되고 만다. 만일 해당 기자가 목숨을 걸고 강력히 밀고 나간다면, 기사 내용을 ‘마사지’하거나 다른 언론사의 동향을 살피면서 좌고우면한다. 이런 일은 국장 선에서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광고주인 재벌 대기업에 밉보이면 그 언론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은 이렇게 언론사를 길들이고, 신입 기자는 이렇게 학습되어가며 또 국장까지 승진한다. 이런 악순환의 양상은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이 집중되어가는 한 지속될 것인데, 언론의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면 초심을 간직한 모든 기자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 회사와 싸우다가는 호구지책이 문제가 되므로 기자는 기사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 다소 긴 여정이 필요하지만,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경제 구조의 문제 등의 기사를 몇 년간 집중적으로 쓴다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계적 형평성 극복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두 번째, 우리 언론이 쏟아내는 경제 기사는 소비자보다는 기업 편향적이다. 소비자는 왕이라는데 과연 그런가? 상품을 판매할 때만 그렇다. 물론 20세기 후반 들어 소비자권리가 크게 향상되고 있으나 고전학파 경제학자 세이J.B. Say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강조한 이래 소비자는 기업이 공급한 제품을 단순 구매하는 종속적 개체로만 받아들여졌다. 또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월급쟁이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니 소비자보다는 기업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업은 소비자가 존재해야 비로소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호체계와 욕구 등을 제품에 담아내고 반영함으로써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신제품을 생산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즉, 소비자는 기업을 발전시켜주는 원천이다. 기업이 어떤 제품을 생산했다는 사실보다는 소비자의 반응을 전달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예컨대 자동차 급발진과 같은 사례를 소비자 입장에서 끈질기게 추적 보도함으로써 안전과 기술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치우치지 않은 시각은 매우 필요하지만, 기계적 형평성은 모두에게 피해를 안길 뿐이다.

현재를 극복할 대안 중심 보도
세 번째, 전반적으로 성장과 수출 관련 기사 비중이 높은 것도 우리 경제 기사의 문제점이다. 이 또한 그간 경제사회의 발전이 성장제일주의에 근거한 수출 주도로 이루어져 왔고, 우리의 경제구조가 이렇게 고착된 것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이러한 발전 전략의 영향력이 크게 쇠퇴하고 있다는 이론적·실증적 사실fact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언론은 또 다른 대안체제로의 변화가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여론을 환기시켜야 한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시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재벌 대기업 중심보다는 그 대안으로서 중소기업 중심의 성장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수많은 제안들을 국내 언론은 메이저, 마이너를 불문하고 잘 다루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더 많은 수출,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경제와 관련된 복지제도가 필요하고 기업만 성장하기보다는 국민의 지갑도 두둑해져야 한다는 것, 성장의 과실을 나눠 다수의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소비할 여력을 줘야 한국의 미래가 존재한다는 점을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