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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기자, 공부해야 산다_KBS 박종훈 기자


뼈저린 후회에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처지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저의 작은 경험이라도 다른 동료나 후배 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외환위기 직후 금융위원회(당시 금융감독위원회)를 출입했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현안은 물론 정부의 대응 방향을 취재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워낙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꾸는 중요한 발표들이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발표들이 나올 때마다 당시 정부 관료들은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고 기자들을 설득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설득이 없었더라도 혁명적 변화에 가까운 당시의 경제 정책들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기자는 많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하이일드 펀드나 워크아웃 같은 용어들이 나올 때마다 기자들은 용어의 뜻조차 몰라 크게 당황했었죠. 이처럼 용어의 개념조차 따라잡지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들을 검증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성급한 구조조정과 경제 개혁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외환위기 극복에 너무 조급했던 나머지, 단기적으로 위기를 넘겼을 뿐 사실상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동력은 더욱 약화됐습니다. 외환위기를 일으킨 주범인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은 면죄부를 얻었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기자들이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 국민의 희생을 발판으로 위기를 극복해 놓고, 정작 국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성장의 과실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것입니다.
저는 이 같은 과정을 직접 경제부에서 지켜보면서도 제때 비판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뼈저린 후회를 하게 됐습니다. 경제학 공부가 부족했던 탓에 잘못된 정책을 검증하는 능력도, 비판하는 능력도 미흡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후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된다는 확고한 신념 속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더구나 때마침 회사에서도 전문기자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회사를 통해 박사과정 등록금을 지원받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 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박사 논문 심사를 받던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해였습니다. 당시 금융 1진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하고, 새벽에 다시 라디오 출연을 위해 출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논문을 쓸 수 있는 시간은 평일의 경우 퇴근 이후 새벽 4시까지였고, 근무하지 않는 주말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결혼을 늦게 한 탓에 사실 그때가 신혼 초였는데 집사람이 많은 양보를 해준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기초를 쌓은 다음에 때마침 스탠포드 대학 후버연구소로 연수를 갈 수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학기 중에는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책에 푹 빠져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스탠포드 대학은 필자와 같은 객원 연구원Visiting Fellow에 대해서도 교수와 동등한 도서관 이용 자격을 주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학위 과정이 이론에 치우쳐 현실 경제와 다소 멀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여기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현실 경제의 분석 토대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경제 기사를 쓰기 위해서 반드시 학위가 필요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위를 받는 것은 분명히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도 목표를 세워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상아탑의 도움이 없어도 충분히 연구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제학 공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주류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주류 경제학만 공부한 사람들은 그 도그마Dogma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발전해 온 주류 경제학의 논리는 정말 정교하고 기계처럼 정확해서 아름답기까지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류 경제학의 정교한 이론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먼, 장하준 교수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유럽의 교수들도 많기 때문에 이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진화 경제학을 연구할 때는 이탈리아 교수들의 논문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주류 경제학과 함께 공부할 만한 대안 경제학으로는 복잡계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 진화 경제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중에서 행동 경제학은 대중서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복잡계 경제학과 진화 경제학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서가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어렵더라도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한다면 경제를 바라보는 매우 놀랍고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경제를 연구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하루에 5시간씩 연구한다면 1만 시간을 채우는 데 7~8년 정도가 걸리겠지요. 하지만 직장인인 기자들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기자들처럼 바쁜 사람들은 15년 정도 잡고 꾸준히 연구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학 연구를 아무리 꾸준하게 해도 그 실력이 선형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년 공부하면 초조해질 것입니다. 실력의 향상은 가로로 누운 S자 형태를 그리기 때문에 몇 년 노력을 해도 늘어난 실력을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1만 시간쯤 연구했을 때, 여러분들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Posted in 2015년 5·6월호, 격월간 방송기자, 특집_ 경제 뉴스, 이제는 바꿀 때.